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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부정론자(Denier) 트럼프의 美대통령 당선

지난 11월9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22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에 참석하고 있던 1만5천여 명의 196개국 협상대표들과 참석자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국제사회의 탄식을 가져올 만큼의 커다란 충격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45대 미합중국 대통령 당선 소식이었다.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리더십 외교를 펼쳤던 오바마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Post-2020년 신기후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에 최대의 위기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새 행정부가 관련 정책들을 시행하기도 전부터 국제사회나 미국 내에서는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비과학적인 이해를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구했던 것들과는 정반대의 기후변화 관련 에너지 정책과 국제협력 외교 전략을 선거 공약들로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현상을 믿지 않는, 소위 기후변화 부정론자 (deniers)의 전형적인 입장을 대변해왔다. 즉, 매일매일 변화하는 ‘기상(weather)’과 적어도 30년 이상의 기상 패턴을 의미하는 ‘기후(climate)’를 동일시 하면서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고 있으며,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서 기인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는 무관하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기후변화를 인류에 대한 위기로 인지하는 미국인들이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해서, 트럼프는 선거를 앞 둔 9월26일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1차 TV토론에서 “기후변화는 중국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 주장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미국 유권자들은 과거 트럼프의 발언을 찾아 가장 많은 실시간 리트윗(retweet)으로 그의 거짓을 폭로하기도 했었다.
 

그림 1. 트럼프의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과거 트윗 내용들

출처: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 트위터 계정 (@realDonaldTrump)

출처: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 트위터 계정 (@realDonaldTrump)

트럼프의 기후변화에 대한 비과학적 이해와 화석연료 에너지 자원으로의 회귀 정책 방향은 이미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포함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SA) 소속 과학자 375명에 의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6년9월20일). 그러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과 사실을 벗어나 정치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상ㆍ하 양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 공화당 역시 기후변화 현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미국 내에서 가장 정치화 되어 있는 주제 중 하나로서, 그 대응에 있어서도 당파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2. 기후변화 주제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출처: Pew Research Center. Global Attitudes Survey (Spring 2015).

출처: Pew Research Center. Global Attitudes Survey (Spring 2015).

최근 조사된 미국내 여론조사에 의하면 다수의 미국인들은 기후변화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예일대학과 죠지메이슨대학의 공동조사에서는 57%, 갤럽의 조사에서는 64%, AP통신과 시카고대학의 공동조사에서는 63%, 그리고 캐톨릭계의 St. Leo 대학의 조사에서는 75%의 미국인들이 기후변화를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한 위기로 여기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의 주원인이 인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다수이다.1 예일대학과 죠지메이슨대학의 공동조사에서는 56%, 갤럽의 조사에서는 65%의 미국인들이 기후변화가 인류의 책임이라 응답했다. 미국기상학회(AMS) 소속 과학자들의 96%가 기후변화는 사실(fact)로 여기고 있는 반면 오직 1% 만이 사실로 보지 않고 있으며, 81%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활동이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2

지난 12월 6일, 800명 이상의 지구과학, 에너지, 기후변화 분야의 과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자에게 기후변화 관련 공개서한을 보냈다.3 이에 담겨 있는 여섯 가지의 요구사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럼프 당선 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의 미국의 정책적, 외교적 노력이 지금까지만큼 이라도 유지되기를 미국 사회와 과학계는 바라고 있다.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反기후변화론자들과 과학적 진실을 믿는 대중적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트럼프 임기 하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정부와 대중들 간의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자에게 보내는 과학자들의 기후변화 관련 공개 요구사항 (12.6)>
• 미국을 청정에너지 분야의 리더로 만들 것
• 탄소배출을 줄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감소시킬 것
• 미국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능력과 회복력(resilience)을 증진시킬 것
• 기후변화는 실존하며, 인류가 야기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
• 정책수립에 있어서 과학적 진실(scientific integrity)을 해치지 말 것
•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지킬 것

 
리더십을 잃은 기후변화 국제협력의 위기

트럼프의 오바마 행정부와는 상반되는 기후변화 외교의 효과는 신기후체제를 맞이하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에 있어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가 이 정부를 이끄는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을 지구보호에 앞장서는 국가로 만들기 위한 것 (2016.10.5)”이라 말할 정도로 오바마의 기후변화 외교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 주목받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와 정반대로 “미국의 파리협정 가입을 파기(cancel)할 것이며,” “모든 기후변화 관련 UN프로그램들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 부담을 취소할 것”이라 공언했을 만큼 기후변화 국제협력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파리협정의 탈퇴(withdrawal) 문제는 트럼프의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가장 빠르게 탈퇴를 서두른다 할 지라도 협정의 탈퇴조항(제28조)에 따라 협정의 발효 후 4년이 지나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이 11월4일 발표되었음에, 사실상 트럼프의 첫 4년 임기 동안 파리협정의 탈퇴는 불가능하다. 파리협정의 가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상위조약, 즉 UN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의 탈퇴는 1년이 소요되어, 이론적으로 기후변화의 모든 국제협력체제에서의 탈퇴가 가능하다. 그러나, UN기후변화협약(UNFCCC)은 1992년 공화당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체결하여 상원의 인준을 받은 외교협정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의지 만으로 탈퇴할 수 없고 정치적으로도 쉬운 과정은 아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파리협정을 탈퇴하기 보다는 오바마 정부가 제출한 2025년까지 2005년 배출량에서 26-28%를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감축의무 등을 소극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의 제22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국제협력에 대한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타 당사국들은 신기후체제의 안착을 위해 공동의 책임과 각자의 의무를 다할 것을 확인했다. 예상되는 미국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협력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 중단하겠다고 하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에 대한 지금까지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후체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협력의 가장 큰 매개체가 바로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다. 비록 중국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국제협력의 의지를 보이며 리더의 역할을 자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개도국을 대변하는 입장의 중국이 선진국의 입장에서 협력하던 미국을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중국이 협력을 이끄는 외교적 지도력은 발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재정적 혹은 기술적 공백이 협력의 과정에서 나타나면서 국제협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구심점이 사라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지금까지 기후변화 국제협력을 위해 제공해왔던 분담금, 기부금 등 재정적 지원을 중단 혹은 축소하는 것은 가장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것이다. 기후변화 국제협력 재정지원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다자지원(multilateral assistance)의 일종으로, ODA정책 결정은 의회의 견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행정부의 권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했던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에 대한 30억 달러의 제공 약속은 지금까지 제공된 5억 달러를 끝으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기후변화 국제협력의 중심인 UN기후변화협약체(UNFCCC)에 매년 제공해 왔던 4백만 달러와 기후변화 관련 연구의 중심이었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지난 5년간 제공해 왔던 5백만 달러도 중지되거나 대폭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이 특정 개도국들에 대해 양자 관계로 지원해 왔던 기후변화 ODA지원금 22억7천만 달러 중 차관(loan)이 아닌 보조금(grant)의 형태로 지출되었던 7억9천만 달러 역시 삭감되거나 기후변화 관련 이외의 사업에 지원될 가능성도 크다.

이 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게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에 기여했던 미국내 기후변화 관련 연구 예산들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대표적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환경보호청(EPA), 美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그리고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 등의 예산이 정치화된 과학(politicized science)”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삭감될 위기에 놓여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수행에서 중심역할을 맡았던 환경보호청(EPA)의 인수팀장으로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마이런 에벨(Myron Ebell)을 임명했다. 환경보호청의 정책적 역할과 연구 기능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매우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환경보호청(EPA)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매우 축소될 것이며, 11억 달러에 달하는 2017년 예산도 대폭 삭감될 위기에 놓여 있다. 또한 2017년 예산 중 NASA에서 기후변화를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지구과학부서(Earth Science Division)의 예산 20억 달러,4 NOAA의 기후변화 연구 담당부서인 해양대기연구소(Office of Oceanic and Atmospheric Research; OAR)에게 배정된 예산 5억2천만 달러와 국립환경위성ㆍ 데이터ㆍ정보서비스센터 예산 23억 달러5 중 상당 부분이 삭감될 것이다.

미국의 연구기관들은 우수한 연구인력과 인공위성 등과 같은 일반 연구소들이 갖기 힘든 연구기반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세계에 무상으로 공개되어 왔다. 전세계 기후변화 관련 연구는 물론 국제협력의 내용에 있어 이론적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기초 자료들을 공개해 왔던 미국 기후변화 연구기관들의 예산 삭감이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의 기후변화 연구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될 전망이다.

비록 지난 11월22일 뉴욕타임즈(NYT) 기자들과의 회동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기후변화 및 파리협정 관련 문제들에 대해 “열린 마음(open mind)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미국 중심주의와 외교적 신고립주의라는 트럼프의 기본 입장들은 기후변화 국제협력에서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미국의 역할을 예상하게 한다. 에너지 정책 등 관련 국내정책들과는 달리 기후변화 대응 외교정책은 민간부문이 관여할 수 없고, 경제나 시장의 논리도 작동하지 않으며, 국가이익에 따른 정치적인 판단과 정책적 의지가 결과를 좌우한다. 또한 그 정책적 효과는 정책당사국뿐 만이 아니라 주변국과 전세계로 전파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외교는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있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에 처음이면서도 가장 위협적인 위기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 국제협력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트럼프 당선자의 집권 후 미국의 기후변화 외교 및 국제협력 관련 정책 방향과 그 정책적 효과는 다음과 같이 전망된다.

표1

기후변화 부정론자로서의 트럼프가 미국을 대표하며 과거와는 다른 기후변화 국제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는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다. 신기후체제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국제사회의 협력 추세에 역행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나타났던 트럼프의 관련 공약과 언행과는 달리, 당선 이후에는 포용적인 입장변화가 보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민정책, 보호무역정책, 건강보험정책, 그리고 기후변화정책 등 대부분의 정책 분야에서 트럼프는 선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의 개인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선거과정을 통해서 공개된 그의 정책적 비전은 매우 극단적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입장에서의 정책 결정은 분명히 선거과정에서의 공약과는 다른 합리성과 판단을 요구받기 때문에, 당선 후 보이고 있는 그의 정책기조에 있어서의 포용적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국제협력 무대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사라지게 된 것은 우리에게는 기후변화 외교를 통해 중견국가로서의 외교력과 정치력을 도모하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신기후체제의 형성 단계에서는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대표하는 당사국들의 외교력이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이제는 이 ‘체제(system)’가 규범과 질서를 제공하여 기후변화 국제협력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지도력을 잃어가는 이 체제는 우리에게는 중견국가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가 중심이 아닌 체제 중심의 국제협력으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우리가 가진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의 외교적 자산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고 활용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 녹색성장 국내 제도와 정책, 그리고 녹색ODA 정책 등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분야에 대한 재정비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 있어서의 국가경쟁력은 물론 외교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About Experts

최현정
최현정

외교안보센터

최현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2010-2013) 및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2008-2010)을 역임하였고,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2008), IT전략연구원(現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국방학과 교수요원(1995-1998)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모델과 산업정책, 국가미래전략, 개발원조 등이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UIC)에서 비전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Seoul: Korea Environment Institute, 2013)가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