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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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안보 확보와 일대일로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경제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중동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를 통해서 중국은 복잡한 중동 내 역학구도 속에서도 국가 간, 종파 간, 민족 간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오히려 중동지역 내 주요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역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여전히 에너지자원 확보와 일대일로 추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가능한 기존의 중동정책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중간 전략경쟁의 심화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로 중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중동정책이 변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중국공산당 통치체제에 대한 미국 및 서구국가들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은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정치연대를 구축하거나,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계기로 중동 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로 신장 자치구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ast Turkestan Islamic Movement, 이하ETIM) 세력이 결집하고 신장 자치구의 불안정성이 높아진다면 중동지역에 대한 중국의 군사력 투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점들을 계기로 중국이 경제협력에 치중했던 기존의 중동정책에서 전환하여 역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그로 인한 파장과 대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중동국가들간의 관계

 
아랍, 페르시아, 터키, 쿠르드, 유대 민족 등 5개 민족 간의 반목과 갈등, 시아파와 수니파로 대표되는 무슬림 내 종파 간 분쟁, 그로 인한 내전은 물론, 미국, 러시아 등 외부세력과 중동국가들 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로 중동지역은 매우 불안정하면서도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 10여년간 중국은 중동 내 많은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역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표-1> 중국과 중동국가 간의 동반자관계 현황>1
표1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중국은 중동 내 15개 국가들과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 중동 내 국가 간, 종파 간, 혹은 민족 간의 정치적 분쟁이나, 해당국과 미국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중동 내 주요 국가들과 전략 동반자관계(战略伙伴关系; strategic partnership)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도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全面战略伙伴关系;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기타 아랍국가들과 반목하고 있는 이스라엘과도 혁신∙포괄적 동반자관계(创新全面伙伴关系; innovative comprehensive partnership)를 맺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터키, 이스라엘, 카타르 등과도 마찬가지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중국이 중동 내 여러 국가들과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서 각 국가들과의 관계가 매우 높은 수준까지 발전했다거나, 중국과 중동국가들이 혹은 중국과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는 중동국가들이 서로에 대해 동일한 전략적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탈냉전의 시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동맹관계를 냉전 시대의 유물로 인식하고 동반자외교(伙伴外交; partnership diplomacy)를 수용했고, 특정 지역의 주요 국가나 지정학적 중요 국가와의 협력관계를 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서 전략 동반자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동반자외교는 동맹관계와는 달리 제3국에 대한 적대 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평화공존의 5원칙을2 기반으로 상호 협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해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관계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전략 동반자관계는 중국과의 친소(親疏)관계나 위계적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중국과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에 있는 북한 중에서 한국이 중국과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결국 중국이 중동 내 여러 국가들과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것은 양국의 외교전략에 따라 공동의 이익 실현을 위해서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려는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관계의 협력 범위와 내용 또한 대내외 환경의 변화와 각국의 전략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중국 중동정책의 핵심: 경제협력과 현상유지

 
복잡한 중동 지역에서 중국이 국가 간, 종파 간, 또는 민족 간 분쟁에 휩쓸리지 않고 주요 국가들과의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고 협력관계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협력의 초점이 경제협력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국가들과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은 시기가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를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인식하는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에너지안보 확보와 일대일로의 안정적 추진이다.

우선, 에너지안보는 자원 수급과 해상 수송로의 안전 문제를 포함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국은 막대한 자원이 필요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서,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43%가 중동 지역에서 오고 있다. 중국의 석유 수입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8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3 향후 중동으로부터의 안정적인 원유 수입은 더욱 중요하다. 또한, 중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38%가 페르시안 만(the Persian Gulf)-호르무즈 해협(the Strait of Hormuz)을 통해서 수송되고 있다.4 즉, 이 지역의 해상 수송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중국의 에너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다음으로, 중동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이다. 2013년에 제기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일대일로 연선국가(连线国家; 주변국가)들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여 물리적으로 중국과 유라시아를 연결할 뿐 아니라, 그 범위를 확대하여 무역, 문화, 금융, 정책 부분에서까지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려고 하고 있다.5 그런 점에서, 중동 내 국가들과의 인프라 구축과 일대일로 협력은 양자 간의 경제협력을 확대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연계성(connectivity)을 확보하여 일대일로를 완성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이 전략 동반자관계를 맺은 국가들이 주요 산유국이거나 일대일로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동 지역은 중국의 핵심이익6 중의 하나인 발전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중동 내 정치 분쟁이나 종파 간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에 휩쓸리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고, 중동지역 내에서 미국과의 대립을 회피하며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구동존이(求同存异)의 입장을 견지하며 중동 내 주요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해 왔다.

이런 중국의 의도는2016년에 발표된 ‘중국의 대아랍국가정책문건 (中国对阿拉伯国家政策文件; China’s Arab Policy Paper)’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건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아랍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키고 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원칙으로 일대일로 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1) 에너지 협력을 핵심으로 하고, (2) 인프라 구축과 무역 및 투자를 두 개의 날개로 삼고, (3) 핵 에너지, 우주 위성, 그리고 신에너지라는 세 개의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1+2+3’ 협력 구도를 제기했다.7 지난 2019년 11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동안보포럼(中东安全论坛)은 이러한 중국의 중동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새로운 정세 속의 중동 안보: 도전과 출구(新形势下的中东安全:挑战与出路)’라는 주제로 개최된 포럼에서 중국은 중동지역의 혼란의 기원을 발전 문제로 인식하고, 중동지역의 혼란을 궁극적으로 해소할 출구가 발전에 있음을 강조했다.8 즉, 정치적, 혹은 군사적 접근방식으로는 중동 지역 내의 혼란을 해결할 수 없으며, 경제성장, 자유무역, 투자 등을 통한 경제발전이 중동지역의 불안정성과 대립을 해소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은 중동국가들이 전통적인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일대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이렇게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춘 중국의 중동정책은 에너지자원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도를 다양화하고 경제성장을 모색하려는 중동국가의 필요와 맞물려 중동지역 내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중국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등 아랍 10개국의 최대 수입국이 되었고, 이스라엘의 제2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9 2017년 중국은 아랍국가들과 330억 달러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10 중국회사들의 중동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제다(Jeddah)-메카(Mecca)-메디나(Medina)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과 같은 인프라 구축은 물론, 화웨이와 같은 IT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바레인, 쿠웨이트 등의 통신회사와 협력하여 각 국가의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진출했다.11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경기가 침체됐던2020년에도 중국과 아랍국가 간의 무역 총액이 약 2,400억 달러를 기록함에 따라 중국은 아랍국가의 최대 무역파트너국의 지위를 견고히 했다.12

 

핵심이익 침해로 인한 중국 중동정책의 변화 가능성

 
경제협력을 중시하는 중국의 중동정책이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게는 자원 확보와 일대일로 추진이 여전히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미중간 전략경쟁의 심화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로 중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중동지역 내에서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중동정책을 전환할 개연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1.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정치연대 구축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외교를 기반으로 서구 민주주의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신장 문제를 계기로 중국의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13 중국은 이를 심각한 내정간섭으로 인식하고, 지난 3월에는 중국 국무원이 ‘2020년 미국인권침해보고서’(2020年美国侵犯人权报告)를 발간하고 미국의 인종차별과 미국식 민주질서를 비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런 미국의 압박이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이익 중 하나인 국가주권, 구체적으로는 헌법이 확립한 중국공산당 통치체제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 문제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정치연대 구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즉, 자원 확보와 일대일로 추진을 위한 경제협력의 필요성 외에도, 미국을 위시한 서구민주주의국가들의 압박 속에서 국가주권을 수호하고 중국공산당 통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정치협력의 필요성이 부상한 것이다. 예전부터 중국은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추진할 때 미국과는 달리 정치체제나 인권 등을 문제 삼지 않았고, 중동 내 권위주의 정권들은 이런 중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를 포함하여 중동 내 여러 국가들에 대해서 권위주의적 제도와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14 중국과 중동국가들은 미국의 개입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24일에서 30일까지 있었던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중동 6개국 순방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중동 순방은 미중 간의 앵커리지 회담 이후 왕이 외교부장의 첫 해외방문으로, 한번에 가장 많은 중동국가를 방문한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또한 이란과 4,000억 달러의 경제협력 및 군사협력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번 순방 기간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역내 국가들이 외부 세력의 압박과 간섭 배척, 자주독립 견지, 각국 특색의 사회제도와 통치모델 모색을 지지한다”면서15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미국에 대해서 역내 국가들과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했고,16 터키도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17 이것이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의 압박 속에서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중국은 이것을 계기로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중동 권위주의 국가들도 향후 민주주의나 인권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 직면했을 때 중국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중동 권위주의 국가들이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서로의 입장을 옹호해주거나, 중동 내 미국의 개입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반대로 이스라엘의 공격 중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을 때, 중국이 미국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한 것이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18

주목할 점은 중동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Digital Silkroad)가 중국과 중동 권위주의 국가들간의 연대 강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다변화와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필요로 하는 중동국가들은 예전부터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2017년 제4차 세계인터넷대회(世界互联网大会)에서 ‘일대일로 디지털 경제 국제협력구상’(一带一路数字经济国际合作倡议)을 공동발의한 6개국 중 3개국이 사우디아라비아, UAE, 터키 등의 중동국가였고, 사우디아라비아, UAE, 터키, 이집트 등의 중동국가들은 이미 중국과 디지털 실크로드 MOU를 맺은 상황이다.19 이에 따라 중동지역에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가 빠르게 추진됐다. 화웨이를 비롯한 IT기업들이 바레인,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등의 통신회사들과 협약하여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였을 뿐 아니라, 중국의 금융플랫폼, 베이더우(北斗) 위성항법시스템 등의 첨단기술이 중동 지역에서 확산됐다. 이런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높아진 디지털 경제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동지역 국가들은 테러리스트 세력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중국의 안면인식기술과 감시카메라, 인터넷 통제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20 이런 감시통제기술의 확산은 중동 내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권위주의 정권을 공고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중국과 권위주의 정권이 서로에 대해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갖도록 할 것이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할 뿐아니라 중동 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디지털 실크로드에 기반한 중동 내 권위주의 정권 강화는 미국의 개입을 야기할 수 있고, 이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과 중동국가들의 정치 연대가 더욱 빠르게 구축될 수도 있다.

 
2. 중국-이란 관계 강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중국-이란과의 관계도 중동 내 정세 변화와 맞물려 향후 중국의 중동정책 전환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2016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이란 방문 중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선언하면서 중국은 이란과도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구축했다. 이후 중국과 이란의 관계는 꾸준하게 발전해 왔다. 2018년 5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오바마 행정부 때에 체결된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원유 거래 제재, 이란자산 동결 등 최대압박정책(maximum pressure policy)을 시행했을 때에도 중국은 이란의 석유를 계속 수입하고 85억 달러의 자본을 투자하기도 했다.21

중국이 미국 및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중동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석유 수입의 다변화를 위함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으로서 안정적인 석유 수입을 위해서 공급처의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에서 수입되는 석유에 비해서 적은 양이지만,22 이란에서의 석유 수입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석유 수입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발발했을 때에 하나의 보험이 될 수 있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운송로 확보 문제이다. 올해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수년간 이란은 걸프 지역에서 해상수송로의 안전을 해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대해적 작전이라는 명목 하에 이란과의 군사적 연합훈련을 시행하면서 이란과의 우호적 관계를 보였던 중국은 이런 해상수송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23

중-이란 관계는 바이든 시대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3월 27일 왕이 외교부장의 순방 중에 중국과 이란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협정을 체결하고, 향후 25년간 에너지·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2016년 양국이 수립했던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가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4,000억 달러의 자본을 이란에 투자하고 이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석유를 공급받을 예정이다.24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과 관계를 전격적으로 발전시키거나 이를 계기로 중동의 역학구도의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에 대한 적극적 지지는 이란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과 같은 아랍국가와의 관계는 물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을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이 핵합의 복원을 거부하고 핵개발을 진행할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중동 내 불안정성을 높이고 중동지역에 발전이익을 추구하는 중국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이번 협정에서 중-이란 간의 군사협력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역내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이란과의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상술했듯이 해상운송로의 안전 확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대이란 무기판매 수치는 중국이 이란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대이란 무기판매는 1억6천6백만 달러(중국의 중동지역 총 무기판매의 19%)로, 사우디아라비아 1억6천5백만 달러(18%),  UAE 1억5천5백만 달러(17%)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2015년 이란 핵합의 이후 중국은 이란에 대한 무기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서 러시아는 동 기간 5억2천1백만 달러의 무기를 이란에 판매했는데, 이는 이란이 수입한 무기의 74%를 차지한다.25 이것은 중국이 이란과의 우호관계는 물론, 걸프 지역의 안정과 기타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중국과 이란의 군사협력이 단기간에 확대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중간 전략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거나 중동 내 유사사태가 발생한다면, 중국은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계기로 중동 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미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서 이란을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3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 핵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 탈퇴와 최대압박정책이라면서, 미국에게 이란에 대한 모든 일방적 제재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26 이와 같은 사례는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복원 과정에서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즉,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북중관계가 그러하듯이, 중국은 향후 이란 핵합의 과정에서 이란과의 관계를 활용해 중국의 역내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뿐 아니라, 미중간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동 내 유사 발생시 중국은 이란과의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추진하면서 중동 내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라는 외부요인과는 상관없이, 중동에서의 미국 이탈 가능성과 불안정한 중동 정세로 인해서 중동 지역 내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예를 들어 이란 핵합의 복원 실패 이후 이란을 둘러싼 국지전 발발 등으로 중동이 불안정해지고 그것의 장기화로 자원 확보가 어려워진다면,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강군몽을 강조해왔던 중국은 그것을 계기로 역내 군사력 투사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역내 안정을 명목으로 이란 및 역내 친이란 세력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확대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추진할 개연성이 있다.

 
3.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로 인한 신장 자치구의 불안정성 증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로 중국 국경 및 신장 자치구의 불안정성이 증대된다면, 중국이 중동 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개연성이 있다. 지난 4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을 올해 9월 11일까지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이미 아프가니스탄에는 권력의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향후 탈레반 세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탈레반 세력이 신장 위구르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ETIM세력을 지원해왔다는 것이다.27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중국 내에서 대규모 폭동이나 폭탄 테러를 자행해 온 ETIM의 세력 확장은 중국 영토 내의 안보와 사회안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위험요소이다. 또한, 현재 신장 위구르 문제는 서구국가들뿐 아니라 중동 역내 국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터키의 경우 2020년 12월 26일 중국과 범죄인인도협약을 맺었지만, 그것이 터키 내 위구르인들의 강제송환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터키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13일 터키 정부가 ETIM 창시자 중의 한 명인 아부두카디르(Abudukadir Yapuquan)의 중국 인도를 거부한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28

만약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탈레반 세력의 ETIM 지원이 본격화되고 그것이 신장 및 중국 본토 내의 폭력 사태로 연결된다면, 중국은 사회 안정과 영토 이익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위해서 군사력을 직접 투사할 수도 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으로의 군사력 투사는 그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중동국가들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그간 맺어온 우호적 협력관계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우선적으로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 내 친이란 세력과의 군사협력을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ETIM 활동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장기화된다면, 그것은 중국영토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뿐 아니라 신장 위구르 문제를 둘러싸고 서구국가들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신장 위구르 및 이슬람에 대한 탄압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이 국경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직접 파견하고, 이를 계기로 중동 내 군사안보 이슈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

 

한국에 대한 정책적 함의

 
중동지역의 정세 변화는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에게 긴박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1월에 발생한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사건은 한국 역시 중동의 역학구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줬다. 중국이 경제협력에 치중했던 기존의 중동정책에서 전환하여 역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중동지역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중동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자유민주주의국가로서 중국과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가능성, 그리고 신장 위구르와 관련된 인권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UAE 등 이슬람 국가에서조차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위구르인들을 추방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중동 내 권위주의 국가들의 정치연대는 그것이 미국의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일지라도 결국은 민주, 자유, 인권 등 한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중동국가들과의 유대 강화를 관심있게 주시하며 그로 인한 파장과 대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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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