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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로나 감염으로 美대선 혼돈 속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북 정책엔 큰 변화 없을 것
북 비핵화 원칙 속에 한미동맹 재설계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통령 선거는 더욱 혼전 상태에 들어섰다. 그가 조기에 건강을 회복하여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1차 TV토론 이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 트럼프가 국민 동정표를 등에 업고 반전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대선은 우리 생존에 큰 영향을 준다. 미국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때 도덕적 가치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란 면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의식이 우리에게 깔려 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17%에 그쳤으나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59%로 조사 대상 13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금 우리가 북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선거 이후 미국 대북 정책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되든 불안한 정치·군사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진 않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벌써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주장은 미국 위협 때문에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는 북한 주장에 장단을 맞추는 격이라 걱정된다.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따르면 2017년 후반 트럼프는 핵무기 80개로 북한을 공격하는 걸 검토했다고 하는데, 정말 전쟁을 검토한다면 더 심각한 위협인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했어야지, 핵 전력이 비교도 되지 않는 북한을 상대로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안보 상황은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5000만 국민 생존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결정으로 결판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된 미국 외교 정책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중국 정책이 거칠다는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제일 큰 위협이라는 견해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구별이 없다. 미국 사회 내에 악화된 중국에 대한 여론을 감안할 때,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식의 입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 2월 트럼프는 한국을 “끔찍한 사람들(terrible people)”이라고 표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는 여전히 잘 지낸다고 했다. 9월 초 그는 재선에 승리할 경우, 이란 및 북한과 신속한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접근이 남북 화해와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우리 정부와 서로 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미·북 간 대화가 주는 선전 효과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일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군사 훈련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더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이든의 전략은 “트럼프 몰아내기”이지만, 정작 선거 승리 이후 뭘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성이 없어서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고 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수수방관했던 ‘오바마 2.0’이 될 수도 있기에 우려된다. 민주당 행정부의 내부 분열로 정책 혼선이 있을 수 있고, 바이든 캠프 내 군축 전문가들은 북한을 핵 국가로 수용하는 군축회담을 주장하는데 이는 바로 북한이 그간 요구해 왔던 것이며,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2018년 CNN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70%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2019년에 우리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6%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이는 북한 비핵화가 어려운 숙제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비핵화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는 점을 확고히 해야 한다. 북한을 핵 국가로 수용하는 ‘스몰딜’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보일 때 제재도 완화하고 관계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와 규범에 충실한 자세로 상대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동맹은 강화된다. 1953년에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전쟁 직후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존을, 그리고 한미 양국이 지향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본 글은 10월 06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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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