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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 6달이 지났지만, 북핵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발표된 것이 없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아니고 트럼프 정부의 “빅딜”도 아닌 외교에 무게를 둔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정도만 밝혀져 있다. 한반도 특별대표로 임명된 성 김 대사는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바이든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중동, 대내적으로는 코로나대응과 경제회복 등으로 인해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시작된 북핵위기가 계속된 지난 30년간 미국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되면서 상황은 악화되었고, 미국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의 목표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을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어떻게 북핵문제가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그동안 어떤 방안들이 강구되었는지 살펴보자.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것이 군사적 대응인데, 클린턴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작전을 검토했었으나 한 번도 실행된 적은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클린턴 정부의 외과식 정밀타격을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작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으나 별 다른 대책도 없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 미국은 난감함을 느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와 함께 주요 국가들의 독자제재를 추진하여 북한을 압박하는 것인데, 대북제재가 북한에게 고통을 주기는 하지만, 북한이 생각을 바꿀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평가한다.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를 막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외교전문저널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핵문제는 해결책(solution)은 없으나 관리는 할 수 있다”고 했고,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비핵화보다는 핵물질의 추가 생산과 무기의 첨단화를 방지하는 수준에서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고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는 군축회담을 참모들과 논의했다”고 했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핵동결 수준에서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핵 동결 선에서 타협하자고 하면 북한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텐데, 우리는 북한의 핵인질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방법이다. 군축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와 사찰인데, 북한이 제대로 된 신고도 하지 않으며 사찰도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군축회담은 실무협상 단계에서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

군사작전도, 경제제재도, 군축회담도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첨단 군사력으로 대북억제를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정밀타격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사이버 무기 등을 확보하여 북한의 도발을 막는 방안인데,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게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는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상의 방안들이 다 문제가 있다면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 할까? 1991년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쵸프 정상간 합의로 한국에 있던 약 600개의 전술핵을 포함해 서태평양에 있는 6천여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는데 이제는 수십개의 전술핵을 재반입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핵무기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정치적 무기이기 때문에,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정설이다. 동서 냉전시기 미국은 3만개, 소련은 4만개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해서 핵전쟁을 예방했다. 근래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68%는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북한이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동맹복구를 우선적 과제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에게 한국은 미국과 같이 갈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하고 미사일 방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2천7백조원을 썼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미군이 철수하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이를 매우 반기면서 우리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1인 숭배의 전체주의 체제에서 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우리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본 글은 8월 2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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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