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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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은 9월 18일(수), 제28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 도서는 강진아 교수(한양대학교)의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대 동아시아 경제사: 동순태호 담걸생 이야기』(아연출판부, 2018)였다. 이번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 강진아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유불란 박사(서강대학교)와 조영준 교수(서울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김시덕 교수(서울대학교), 김형철 교수(연세대학교), 이완범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서평 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 강진아 교수 “동순태호 담걸생을 씨실로 삼아 본 동아시아 경제사”

강진아 교수는 “19세기 초반 영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무역경제가 일본 자본과 정치의 부상으로 인해 어떻게 판도가 바뀌는지, 그리고 동아시아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강 교수는 “화교(華僑)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들어온 유럽 상인들도 자본을 축적하여 경제적으로 성공하여 디아스포라를 형성했다”며 “‘Transnational merchant diaspora’를 통해 국별사가 아닌 글로벌 경제사를 이 책에서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1920년대 확산된 보호무역주의가 동아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주목하며, “청일전쟁 이후에도 조선에 남아 계속 장사했던 화교들이 있었지만 1920년대 일본의 고관세정책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하게 되며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했던 광동무역체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규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중일 간 관계와 서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었고, 이는 1931년 만보산사건과 평양화교학살사건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그 이후 화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자본은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하며, “자본의 흐름을 추적하며 지속해서 관련 연구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고 했다.

◈ 유불란 박사 “화교의 매트릭스, 주요 인사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 교차점에 선 담걸생 이야기”

유불란 박사는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정치사상사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동아시아의 역사적 전기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좋은 동기가 되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유 박사는 저서가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며, “기저에는 동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광동 출신 상인인 화교들의 ‘매트릭스’가 있고, 그 위로 원세개(袁世凱) 등 격동기의 동아시아를 주름 잡은 주요 인사들이 가로세로 교차하는 ‘네트워크’가 있으며, 매트릭스와 네트워크의 교차점인 ‘담걸생’의 국제적인 궤적이 상위 층위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저서와 관련된 몇 가지 의문점들을 던졌다. 그 중 하나로 매트릭스 상 여타 화교들의 전형성과는 다른 담걸생의 예외적 행태를 들며, “저서의 몇몇 부분에서도 담걸생은 여타 광방상인들과는 다른 예외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나와 있으며, 모험주의적 근성이 담걸생의 성격을 집약하는 표현이라고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예외성을 가지는 담걸생을 왜 동아시아 경제사를 설명하는 하나의 샘플로 선택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어서 그는 “화교가 조선 현지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조선 상인들도 화교로부터 받은 영향이나 이를 통해 서구의 관습을 체득한 예는 없었는가”라며, 화교와 조선인들 간에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 조영준 교수 “경제사 연구 대중화의 모범사례”

조영준 교수는 “보통 경제사는 독자층이 적고 비주류이기 때문에 대중서를 내는 사람들이 적은데, 이 책은 경제사 연구 대중화의 모범사례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사, 한국사, 일본사와 교차하며 동아시아사 차원에서 동순태호의 역사와 담걸생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거시적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미시적 경제 활동의 양상을 부각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조 교수는 “저자가 자신의 연구에 기반하되 기존 연구를 두루 섭렵하여 종합하였고, 구체적 사례 연구이자 실증 연구로서는 드문 경우”라며 저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들을 언급했다.

조 교수는 동순태호 기록의 일반화에 의문을 가지며, “조선에서 활약한 외국 상인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사료의 현존 상황에 의존한 담걸생 연구가 가진 특수성을 통해, 당대 화상의 한국 내 경영 실태를 어떻게 일반화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과연 거시적 구조와 미시적 특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어서 그는 “저서에는 중국사의 배경 해설이 충실하게 들어있던 반면 화상의 활동 주무대인 한국 내 상황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다”며, “한국사의 틀 속에서 본다면 동순태호의 역사가 재서술될 여지가 있고, 더 풍부한 서술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안기현 중령(아산정책연구원)은 “혼란기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여러가지 사관이 있는데, 이 책은 중립적으로 기술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담걸생은 왜 한반도, 특히 경인지역에 집착을 했는지”, 특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매력적인 시장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강진아 교수는 “일반적으로 상인들은 법적∙제도적 장치가 안정된 지역, 그리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완을 발휘할 수 있는 지역인 수도권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된다”고 답했다.

류정민 교수(연세대학교)는 “보통 근대 전환기는 국가 차원과 같은 거대 담론을 통해 이야기되는데, 이 책에서는 한 개인의 일대기를 통해 전환기를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류 교수는 “국가, 정치 같은 주류 담론이 아니라 혈연, 지연과 같은 비주류 담론을 통해 어떻게 광동상인이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는가를 역사사회학 측면에서 연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제28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