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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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11월 21일(수), 제23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 도서는 전상진 교수(서강대학교)의 『세대 게임: ‘세대 프레임’을 넘어서』(문학과지성사, 2018)였다. 이번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 전상진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박권일 사회비평가와 서복경 연구원(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이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김기봉 교수(경기대학교), 서유경 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 안치운 교수(호서대학교) 등 서평 위원 15여명 및 대학원생 10여명이 참석했다.

◈ 전상진 교수 = “‘세대’란 우리 ‘정체성’의 버팀목”

전상진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세대 담론이 남용되는 데 대해 “‘세대’는 우리가 어디서 비롯했는지를 밝혀주는 ‘정체성’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급격한 사회 변화가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독일 혹은 한국 사회에서 그 ‘세대’의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전 교수는“세대란 W. G. 제발트(W. G. Sebald)가 이야기한 ‘시대의 고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발화성이 높은 물질로서 사람들의 정체성을 터치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세대를 활용한 ‘방화범’들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저자는 “문제가 심각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는 ‘소방관’의 입장에서 세대 문제를 바라보았다”라고 했다. 그는 “세대 간의 긴장과 갈등이 더욱더 발전되어 ‘세대 전쟁’이라고들 하지만,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며, 세대 게임 플레이어(혹은 설계자)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세대라는 용어가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한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세대가 심각한 사안일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 박권일 사회비평가 =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세대론 대응 매뉴얼’”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세대 게임』은 “세대 담론에 관한 학술서라기보다는 거의 ‘세대론 대응 매뉴얼’처럼 읽힌다”며, 그만큼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지만 분석은 촘촘하고 묵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가 “세대 프레임의 작동 방식, 즉 ‘세대 게임’의 전모를 꼼꼼히 밝혀냄으로써 우리가 세대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고 사회 문제를 보다 정확히 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현들로 ‘시간의 고향’, ‘시간의 실향민’, ‘시간의 향우회’를 꼽으며, 이와 같은 말이 오늘날 세대 정체성의 특질과 변화를 적절히 묘사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책에서 “시간의 실향민’, 즉 극우파의 행동을 해명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인지부조화(“기대와 현실의 불일치”)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인지부조화’와 ‘인지부조화 조정과정’은 개념적으로 구분되어야 하는데, 글에서는 구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저자가 책에서 인지부조화의 긍정적 측면을 이야기하듯 인지부조화가 ‘문화 발전의 동력’ 혹은 ‘인류 발전의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반동, 퇴행, 복고의 에너지이기도 하다”고 하며, 현실 구조의 변동이 늘 진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서복경 연구원 = “정치 세력들은 과연 능동적 ‘세대 게임 플레이어’였을까?”

 서복경 연구원은 “세대를 둘러싼 정치 동학과 정치 담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배움을 주는 책”이라며, “특히 간명하고 쉬운 언어와 힘 있는 문체가 매력적인 저서”라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3장에서 ‘청년의 몰락’과 ‘화려한 노년’이라는 이미지 변화를 사회경제사와 학술사적 맥락에서 설명한 부분, 4장에서 ‘세대 전쟁론’의 구성 요소와 국내외적인 차이를 설명한 부분에서 세대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정치학 전공자로서 한국 정치의 ‘세대 플레이어’로 지목한 진보∙보수 정치 세력의 세대 동원 전략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통해 토론을 준비했다고 밝힌 후, “한국의 진보∙보수 정치 세력이 과연 능동적 ‘세대 게임 플레이어’였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서 연구원은 “2007년 대선 결과는 보수세력의 능동적 전략의 결과가 아니라 민주당 계열 정당의 궤멸적 붕괴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이른바 ‘세대 게임’에서 정치 세력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기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익 추구 행위들이 만들어 낸 집합적 결과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김정회 목사는 “촛불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30∙40대는 고난에 맞서 싸우고 이기는 세대라면, 60∙70대는 견디는 세대라고 볼 수 있다”며, 세대와 관련한 문제 제기를 하는 좋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는 “갈등의 양상이나 현상은 있지만, 이를 통합할 세대가 있는지”에 대해 말하며, “갈등을 중재할 담론 혹은 프레임이 현재 존재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건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채희태(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는 “세대 문제에 있어서 자신과 저자의 시각 차이가 있다”며, “‘세대’가 ‘투쟁’이나 ‘게임’이라는 단어와 결합되었을 때 의도한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권력관계에서는 수직적이지만, 역할 관계에서는 수평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인턴The Intern’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역할로 어떻게 결합∙보완하는지 보여주듯이 세대 문제를 갈등이나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평적인 역할론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 제23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