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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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9월 19일(수), 제22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 도서는 노명우 교수(아주대학교)의 『인생극장』(사계절, 2018)이었다. 이번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 노명우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조은 명예교수(동국대학교)와 이윤영 교수(연세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유걸 건축가(아이아크), 서현 교수(한양대학교), 안치운 교수(호서대학교) 등 서평 위원 15여명이 참석했다.

◈ 노명우 교수 = “작고 평범한 인생의 조각들이 모여 한 시대를 이루다”

노명우 교수는 “본래 옛날 영화를 통해 옛날 사회의 변동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대 한국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취지의 수업에서 시작된 책”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수업을 통해 옛날 영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말문을 트이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며, 당대인들의 이야기를 책에 녹이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동시대를 살았던 당대인들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게 되었고 어머니가 남긴 그 시대 이야기를 통해 ‘보통 사람’이었던 부모의 삶을 기록하게 되었다고 책이 쓰인 배경을 설명했다.

저자는 “부모님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 이입과 동시에 거리를 두는 것, 그리고 남기지 못한 증언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 상상과 자료, 현장 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술상의 어려움을 겪고 수정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 교수는 진행 과정에서 저작권료 및 저작권법 때문에 “근대를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자료의 원천을 활용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난관이 있었다”며, 저작권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조은 명예교수 = “과거를 여행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의 『인생극장』”

조은 명예교수는 “과거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자기 기억을 쫓는 법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삶을 통해 여행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또한 글의 짜임새가 굉장히 탁월하며 적재적소에 다양한 자료를 인용한 성실함이 돋보였다고 했다. 이어 조 교수는 “저자가 부모님을 ‘그저 그런 사람’으로 표현했는데 한국 사회에 등장한 근대적 핵가족의 첫 세대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완전히 있었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던 나로서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조 교수는 “부모님의 삶에서 영화로 넘어가는 구도로 통해 부모님의 삶을 일반화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이러한 방식이 일반 독자로 하여금 영화를 통해 당대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학자로서 부모님의 삶에 더 심도 있게 들어갔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대신 쓰는 자서전이지만 부모님이 당신의 조건과 지식을 가지고 스스로 자서전을 쓰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질문하면서, 사회학자인 ‘나’를 통해 부모님의 자서전을 쓴 것이 강하게 느껴져 아쉽다고 전했다.

◈ 이윤영 교수 = “『인생극장』의 사회학적 상상력”

 이윤영 교수는 “상상력(想像力)이란 없는 것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행위가 아니라, 주요한 흔적 없이 지나가버린 시간, 주목할 만한 지표 없이 변해버린 공간을 최대한 엄밀하게 재구성하려는 행위다”라며, “저자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공상으로 빠지지 않고, 흔적, 파편을 통해 지나간 시대를 최대한 실재에 가깝게 재구성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저자의 책을 읽으며 ‘대중적 소통 능력’과 ‘지적인 성실성’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인생극장』이 영화를 ‘특정 시대의 소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며, 책에서 영화는 때로 현실을 드러내는 계기로도 이용되지만, 반대로 현실과의 간극을 확인하는 계기로도 이용된다고 했다. 이에 “‘특정 시대의 소망을 담지’ 못하는 대중 영화의 부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책에서 아버지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때로는 불필요할 정도를 이를 동시대의 ‘영웅’인 박정희의 일대기와 대비시키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거친 이분법에 기초해 있는 구분이라는 점이다”며, 부모의 특이성과 개별성을 평범한 사람들의 일반성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이 적절한 사회학적 태도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장미란 위원장(평화통일위원회)은 “저자가 부모님의 삶에 상당히 깊게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장 위원장은 “부모님이 스스로 정체성을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어떻게 보고 인식하는 가에 따라서 정체성이 구성되는 면도 있기 때문에 분명히 자식들이 예민하게 느끼고 알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이를 저자가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았지만 표현을 했고 어느 부분을 읽어도 먹먹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아버님과의 갈등이 왜 없었는지” 의문을 나타내며, 책에 표현을 안한 것뿐인지 정말 없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진일 교수(성균관대학교)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좋은 도구라고 하면 영화를 끌어들인 것”이라며, 영화를 통해 개인의 삶이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 전체에서의 객관적인 위치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박정희를 끌어들인 이유 중의 하나는 개인의 삶이 그 시대의 삶과 어떻게 매치되고 있는가에 대해 좀 더 분명하게 밝혀주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했다. 또한 그는 책을 읽으며 개인의 삶을 객관적인 흐름과 어떻게 엮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 제22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