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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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동북아 정세는 요동쳤다. 오랫동안 열강의 패권경쟁이 펼쳐졌던 한반도는 다시금 동북아 지역질서 변화의 중심이 됐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이 부상 중이다. 올해로 정전 6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북핵, 과거사 문제, 영토분쟁 등으로 여전히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또한,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은 지역갈등의 핵심이 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최근 미·중 간 패권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일본의 우경화 속도가 매서운 상황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해 온 북한은, 최근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이 실각하면서 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2월 5일 제이 카니(Jay Carney) 미 백악관 대변인이 동북아를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산적한 국제관계 이슈로 인해 올해 한국인의 주변국 호감도와 국가 간 관계에 대한 평가 역시 심한 부침을 거듭했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긍정적 시각은 올 한해 유지됐지만, 중국과 일본, 북한 호감도는 사건에 따라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한국인의 각국에 대한 호감도를 종합하면, 파란불의 미국, 노란불의 중국, 빨간불의 일본과 북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을 받은 미국과 예년과 달리 좋아진 중국에 대한 인식, 꾸준히 하락한 일본 호감도와 핵실험 이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한 호감도 등 한국인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각국에 대해 뚜렷하게 다른 평가를 내렸다.
여론과 정책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정책에 따라 여론이 형성되고, 여론이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정책수립에 있어 여론을 간과해서도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여론만을 좇는 포퓰리즘 역시 경계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지난 한해 주변국에 대한 국내 여론의 동향을 살펴보고, 앞으로 다가올 2014년 정부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를 제시했다.

미국, 북한의 안보 위협 속 공고하게 유지된 호감도

우리 국민의 미국 호감도는 연중 5점(보통)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다수의 국민이 북한에 안보위협을 느끼며, 심리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인들은 올해 2월 3차 핵실험, 5월 개성공단 폐쇄 등과 같은 북한발 안보위협을 겪으며, 미국을 북한에 대응할 동맹국이자 우방으로 확고하게 인식했다. 2013년 아산 연례조사에서는 한·미 동맹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96.0%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두 나라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이 안보동맹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양국 동맹이 강화되는 듯한 모습 역시 한국인의 미국 호감도가 높아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12월 조사결과를 보면, 공고해 보였던 우리 국민의 한·미 관계 인식에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 연평균 5.72점으로 높게 유지됐던 미국 호감도가 12월 조사에서 5.40점으로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미국을 경쟁상대와 협력상대 중 어디에 가까운지 평가한 국가관계 인식 조사에서도, 12월 들어 미국을 우리나라의 협력상대로 보는 비율이 74.4%로 떨어지고 경쟁상대라고 답한 비율이 14.9%로 증가했다. 이는 올해 10월까지 응답자의 80% 이상이 한결같이 미국을 협력상대로 본 결과와 대비된다.

표 1. 한·미 관계 인식
  1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경쟁상대 11.1 9.1 11.0 10.9 11.2 11.7 10.3 10.6 11.3 14.9
협력상대 80.2 84.3 81.0 81.2 81.9 80.8 82.7 80.6 79 74.4
모름/무응답 8.7 6.6 8.1 7.8 6.9 7.6 6.9 8.7 9.7 10.7

11월 들어서 미국에 대한 전반적인 호감도가 하락한 데에는 10월 3일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점, 10월 말 불거진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 도청 의혹 등이 한국인의 한·미 관계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하반기 역내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밀월 관계를 형성하는 듯한 모습 역시, 미국 호감도 하락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 국민은 상당기간 동안 공고해 보였던 한·미 안보동맹이 동북아 지역의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다른 구도로 재편될 수 있음을 체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 1. 국가호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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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중 정상회담의 긍정적 영향과 그 이후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혈맹’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왔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때에도 북한의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우리 국민의 반감을 샀고, 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아산 연례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2010년 이후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중국 호감도는 4.5점으로 나타났으나, 2011년에는 3.93점, 2012년 3.94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우리 국민의 중국 호감도는 6월 한·중 정상회담 전후로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올해 7월 들어 급격하게 높아진 중국 호감도는 새롭게 출범한 중국 지도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대감이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표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초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자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했다. 6월 2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핵에 대한 양국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중국의 모습은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사 문제에서도 중국이 우리와 공동으로 일본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취한 사실 역시, 한국인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했다.

중국 호감도는 올해 초 4점 중후반대로 유지되다, 6월 말 한·중 정상회담 이후 시행된 7월 조사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4.92점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인 6월(4.33점)과 비교해도 약 0.6점 가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 시작 이래 보통의 호감을 의미하는 5점에 가장 근접한 수치였다(그림 1). 이러한 경향은 7월 한·중 관계 평가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났다. 중국을 협력상대로 본 한국인의 비율이 6월에 비해 10.0%p 증가한 62.5%로 나타났다(표 2).

하지만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는 8월 이후 소폭 하락을 거듭했다. 한·중 정상회담 효과가 서서히 희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11월 23일 있었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역시, 중국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호감도는 8월 4.77점에서 12월 4.37점으로 0.4점 떨어져 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마찬가지로, 62.5%까지 증가했던 중국을 협력대상으로 본 한국인의 비율도 7월 이후에 점차 정상회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를 보였다. 12월 현재 한국인의 51.1%는 양국을 협력 관계로, 39.2%는 경쟁 관계로 보고 있었다.

표 2. 한·중 관계 인식
  1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경쟁상대 40.9 41.3 42.9 38.0 28.7 35.3 36.3 33.0 33.4 39.2
협력상대 49.8 51.3 47.5 52.5 62.5 56.5 55.4 55.8 54.6 51.1
모름/무응답 9.3 7.4 9.6 9.4 8.8 8.3 8.2 11.2 11.9 9.7

일본, 깊어지는 한·일 간 갈등 인식

2013년 한·일 관계는 붉은색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두 국가 사이에는 해결하기 힘든 수많은 난제가 쌓여있으며, 양국 정상 간의 외교라인은 영토갈등, 역사분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끊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소식은 요원하다.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는 국내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일본 정계의 역사인식 문제와 막말 논란은 한국 언론을 통해 국내에 빈번히 소개되며, 2013년 내내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2월 일본 외무대신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논란, 4월 일본 의원 168인의 집단 야스쿠니 신사 참배, 7월 아소 다로 부총리의 나치식 개헌 발언 논란, 10월의 독도 영유권 주장 동영상 사건 등은 우리 국민감정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7월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양원을 확보한 아베 정부는 소위 ‘일본의 보통국가화(化)’를 위한 핵심 국정목표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세워두고, 이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정계에서는 헌법 개정에 앞서 개헌안 발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의 사전 단계에 착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재정압박 속 군비 확충이 불가능한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집단적 자위권 보유의 계획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중이다.

이렇듯 2013년 내내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인의 한·일 관계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실제 1월 3.31점이었던 일본 호감도는 10월 2.46점까지 떨어지며, 10여 개월에 걸쳐 0.85점이 하락했다. 일본 호감도는 11~12월, 소폭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한·일 관계 인식 평가에서도 두 국가가 경쟁상대라고 답한 비율이 연중 내내 60% 후반에서 70% 초반 사이의 등락을 거듭했다. 다수의 한국인은 일본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었다.

표 3. 한·일 관계 인식
  1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경쟁상대 63.6 68.9 68.6 67.4 65.2 71.3 69.2 68.4 72.6 66.2
협력상대 27.2 23.9 22.9 24.1 26.7 20.9 23.1 20.1 18.6 22.2
모름/무응답 9.2 7.2 8.5 8.6 8.1 7.8 7.7 11.5 8.8 11.6

북한, 동북아의 화약고

김정일 사후 갑작스럽게 등장한 김정은 체제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확대시켰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출범 원년부터 북핵, 개성공단 등의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몇 해 동안 고조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뢰구축을 기반으로 한 화해협력 정책, 이른바 ‘신뢰외교(Trustpolitik)’를 내세웠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오히려 북한은 무력도발과 위협을 일삼으며 남북 관계를 교착상태에 빠지게 했다.

우리 국민은 2012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북한으로부터 큰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2012년 12월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안보위협은 2013년 2월의 핵실험과 5월의 개성공단 폐쇄로 극대화됐다. 1월 중순부터 측정한 국가안보 평가 결과(그림 2)를 보면, 한국인은 2월 핵실험 이후와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줄곧 보도된 4월 초·중순에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기가 온 것으로 봤다.

그림 2. 국가안보 부정적 평가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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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올해 한국인의 북한 호감도는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 호감도는 1점 가까이 하락하며 4월 2.03점(1월 2.99점)을 기록했다(그림1). 국내 여론은 북한과 북핵을 실질적인 안보위협으로 인식하며 북한을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한 모두에서 확대된 경제협력에 대한 요구로 어렵사리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됐지만, 추가적인 남북경협 확대는 ‘5·24 조치’로 인해 올해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남북관계가 다소나마 해빙기로 들어가는 계기가 됐던 7월의 개성공단 재가동 회담 이후, 한국인의 북한 호감도는 소폭 상승했다. 또 8~9월, 남북 간 대화국면이 조성되면서 북한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각각 2.38점, 2.43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추석 기간 예정됐던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회담이 취소되자, 이후의 북한 호감도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한국인의 미·중 관계 인식: ‘다소 협력적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한국인은 미·중 관계를 올 초 경쟁 관계에서 올 중순 다소 협력적인 관계로, 12월에는 다시 경쟁 관계로 보고 있었다. 우리 국민의 미·중 관계 인식은 북한 제재에 있어 미·중간 공조 움직임과 양국 정상회담, 최근의 동아시아 지역을 둔 양국의 패권 다툼 양상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했다.

올해 5월 미·중 관계를 협력 관계로 본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40.0%로 나타났다. 이는 UN과 미국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2012년 12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만 해도 UN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초 북한이 제 3차 핵실험을 하며 중국의 실용주의 노선에 반하는 군국주의적 모습을 보이자 이후의 UN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올 5월에는 당의 공식라인을 통해 대북 제재를 철저히 실행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이 다수의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봤고,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6월에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론’을 펼치며 미국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추구할 것이란 제스처를 취한 사실 역시, 미·중 관계를 협력적으로 보는 한국인의 비율이 상승한 데에 일조했다.

그러나 올해 말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선포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 움직임을 보이며 미국과 대치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양국간의 갈등은 다수의 한국인이 미·중 관계를 다시 올해 초와 같은 경쟁 관계로 보게 한 계기가 된 듯 하다.

표 4. 미·중 관계 인식
  1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경쟁상대 68.7 65.2 49.8 64.5 59.6 56.5 61.3 63.7 61.8 68.6
협력상대 21.5 25.4 40.0 26.6 31.9 31.7 28.7 23.6 25.1 19.3
모름/무응답 9.9 9.4 10.2 8.9 8.5 11.8 10.0 12.7 13.0 12.1

결론: 2014년 동북아 지형 전망과 국내 여론

2014년 한국인의 각국 호감도와 국제관계 인식은 범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올해 말에 나타난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한국인의 국제관계 인식을 읽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미·중 관계와 반일감정이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견제 구도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다. 2014년 들어 두 국가의 대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여론 역시 2013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두 국가 간 대립에 반응하고 있었다. 미국은 올해 말부터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 줌으로써, 일본은 향후 군사력 확장을 통해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과 북한발 안보위협을 저지하는 세력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반일감정이 심각한 국내에 반미감정을 확산시킬 수도 있으며, 11월과 12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는 전작권 전환,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가 남아있다. 또 2년 유예를 했으나 2014년 내에 체결해야 할 한·미원자력협정 역시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이다. 전작권을 제외한 방위비분담금과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의 경우, 많은 국민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 한해 미국 호감도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군사적 활동을 축소하거나, 우리나라에 현재보다 더 큰 비용 분담을 요구한다면 한국인의 미국 호감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원자력협정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와 입장차를 보이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에도 한국인은 양국 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

미·중 관계에 이어 가장 큰 변수가 될 한·일 관계는 내년에도 밝지 않을 전망이다. 한·일 관계는 2012년 이후 냉각기에 돌입했고, 이러한 추세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국가 정계가 냉랭한 만큼, 양국 국민의 서로에 대한 인식 역시 얼어붙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 내각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는 일본인의 비율이 62.2%에서, 2012년 39.1%, 2013년 40.7%로 떨어졌다. 반대로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비율은 2011년 35.3%에서 2012년과 2013년에 58%로 급증했다.

냉랭해진 한·일 양 국민의 감정 진화의 열쇠는 양국 정부에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일본과 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내 여론은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일 간의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인의 기대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실시한 아산 데일리 폴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본 비율은 58.1%로 정상회담을 지지하지 않은 비율인 34.5%보다 높았다. 많은 국민이 냉각된 한·일 관계를 정상 간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봤다. 앞서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보듯이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이 원만한 합의를 이루는 모습은 상대국에 대한 감정을 급격히 개선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2013년 한국인의 주변국 호감도를 보면 우리 국민의 국제관계 인식에는 상당한 휘발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높더라도, 그 국가와의 갑작스러운 마찰이나 경쟁상황이 호감도 하락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즉 한국인의 국제관계 인식은 가변적이며, 그 당시 발생하는 이슈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다. 또 한 국가와의 관계가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등 상호의존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여론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의 당위성은 알몬드와 립만(Almond & Lippmann)에 의해 제기된 이후, 많은 학자에 의해 논의됐다. 전문적인 지식과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요구되는 외교 정책에 감안되기에는 여론이란 것이 가변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대중의 합리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새로운 움직임까지 여전히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옳고 그름의 여부를 떠나 우리 국민의 국가 호감도와 국가관계 인식은 대외정책 결정과 실행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되거나 장애물이 됐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반미 정서가 당시 진보 진영의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를 했던 경우나 2012년 7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직전 여론의 반발에 밀려 이를 취소했던 일 등은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여론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때로는 필요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끄는 정책도 펼쳐야 할 것이다.

2013년 주요이슈

1월 23일 북한, 한반도 비핵화 포기 선언

2월 12일 북한, 3차 핵실험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월 28일 일본 외무대신 독도 영유권 주장

3월 7일 유엔, 중국 참여한 대북 제재 결의안 발표
3월 14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선출

4월 21일 일본 부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4월 23일 일본 의원 168명, 야스쿠니 신사 집단 참배

5월 3일 개성공단 인원철수 완료 및 폐쇄
5월 7일 중국은행, 북한 내각 공식 외환거래 창구 조선무역은행 계좌 폐쇄 및 거래 중단
5월 8일 한·미 정상회담 및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선언 채택

6월 7일 미·중 정상회담, 신형 대국 관계 논의
6월 10일 에드워드 스노든, 미국 국가안보국 비밀 정보수집 폭로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및 FTA 등 협의

7월 6일 남북, 개성공단 재가동 실무회담 개최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 압승

8월 23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 개최 및 추석 상봉 합의

9월 11일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공단 재가동 합의
9월 21일 북한, 25일 예정 이산가족상봉 행사 연기 통보

10월 3일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공동성명 채택
(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센카쿠 열도 실효 지배 인정)
10월 27일 영국 가디언지, 미국의 35개국 지도자 도청 의혹 폭로

11월 23일 중국, 방공식별구역 발표(이어도, 센카쿠 열도 포함)

아산 데일리 폴 조사개요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조사방법: 면접원 전화인터뷰(CATI), 유무선(50:50) RDD
표집방법: 지역, 성, 연령별 할당추출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 포인트
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

조사일자*

2012년
8월: 8/14~8/16

2013년
1월: 1/3~1/5
4월: 3/30~4/1
5월 4/29~5/1
6월: 6/1~6/3
7월: 7/1~7/3
8월: 8/3~8/5
9월: 9/2~9/4
10월: 10/3~10/5
11월: 11/2~11/4
12월: 12/2~12/4

* 조사일자의 월 표기는 조사가 끝난 시점의 해당 월을 기준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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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김지윤

연구부문

김지윤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선거와 재정정책, 미국정치, 계량정치방법론 등이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Cognitive and Partisan Mobilization in New Democracies: The Case of South Korea”(with Jun Young Choi and Jungho Roh, forthcoming, Party Politics), “The Party System in Korea and Identity Politics” (in Larry Diamond and Shin Giwook eds. New Challenges for Maturing Democracies in Korea and Taiwan. 2014. 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초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비 지출의 정치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병하 공저 의정연구, 2013),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분배의 정치학』 (한국정치학회보, 2010), 『Political Judgment, Perceptions of Facts, and Partisan Effects』 (Electoral Studies, 2010), 『Public Spending, Public Deficits, and Government Coalitions』 (Political Studies, 2010)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 버클리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미국 MIT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다.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

이의철
이의철

여론・계량분석센터

이의철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연구센터 연구원이다. '아산 데일리 폴'과 '아산 연례조사' 등 여론조사 실무와 분석을 맡고 있다. 연구 관심분야는 여론조사, 국내정치, 선거연구 등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