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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한지 불과 8달 만에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폭발력은 지난 4차 핵실험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실험이 핵폭발실험이 아니라 핵탄두 폭발실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발표한 담화 속에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표준화, 규격화”라는 단어들의 의미를 심각하게 되새겨야 한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제 북한은 핵탄두 대량생산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5차 핵실험 이전에 북한은 스커드, 노동, 무수단 그리고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등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결합해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의 위협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강구하여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방안은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추가 제재, B-52, B-1, B-2, 핵잠수함, 항모전단 등과 같은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등은 이미 북한이 예상했을 만한 사항들이다. 새로운 것은 북한의 핵 사용 징후가 있을 때 북한 전쟁지휘부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대편성과 대량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작전개념 등이다. 그런데 이런 대책은 무엇을 보고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것으로 판단하는 지도 불분명하고 과연 실행할 능력은 가지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KMPR은 전면전을 상정하지 않고는 실행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낮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서 급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으로 제재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런데 유엔 차원에서 추가적인 제재가 도입될 지 그리고 제대로 이행될 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안정을 비핵화보다 우선시하는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안 2270을 넘어서는 새로운 결의안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중국에게는 비핵화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정이 더 중요한 사안이기에 북한정권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것에는 반대할 것이다. 북한도 제재를 피해가거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이미 마련해 두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밝혔듯이 미국이 독자제재를 시행하겠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제재의 수준과 폭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설혹 제재가 제대로 이행된 다 할지라도 효과를 발휘하기 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급박하게 진화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에는 시차가 있다.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수는 없다. 북한이 신뢰하고 또한 두려워하는 것은 군사력이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불행히도 군비경쟁을 통해 북한이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할 수준의 군사력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 단순한 양적 군비경쟁이 아니라 북한의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북한에 앞서가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구소련의 경우에서처럼 군비경쟁에서 북한이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북한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판 스타워즈(Star Wars)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판 스타워즈는 정보(information), 공격(offense), 방어(defense) 그리고 방호(protection) 4개 축을 균형 발전시켜 북한의 군사위협을 감소·제거해야 한다.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정보체계가 필수적이다. 인공위성과 같은 장비를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적 정보자산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 전 제거하는 타격능력도 필요하고, 북한의 보복반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체계와 우리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호책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속도와 수준이다. 지금 정부가 제시한 속도와 수준으로는 북한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따라는 가지만 결코 앞서 갈 수는 없다. KAMD나 킬체인의 완성목표 연도는 2023년이다. 앞으로 7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다종화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는 더욱 심각한 북한의 위협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 한 번의 지는 게임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우리 군사능력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이 두려워할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우리만의 능력으로 안 될 때에는 미국과 일본의 능력을 빌려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변했다면 주한미군의 전력 구조와 규모도 이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미국은 말이 아닌 구체적 행동으로 대한국 안보 공약 확인하고 한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핵과 재래식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dual capable)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국 상시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논의를 꺼려왔던 전술핵 재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NATO에서와 같은 NPG(nuclear planning group)를 한미간에 설치하여 핵확장억지의 신뢰도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내에서 독자 핵능력 확보주장이 사라질 것이다. 일본의 능력과 자산도 우리의 안보이익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질적으로 변하고 증가하는 마당에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력(GSOMIA)이나 군수지원협정(ACSA)을 더 이상 미룰 필요는 없다.

절박한 심정과 냉철한 판단 그리고 총력을 다해 상황에 적극 대처해야만 추가적인 도발을 억지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