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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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크라이나 위기의 주요 쟁점

 
2022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가능성에 관한 보도가 국내외 주요 일간지의 국제면을 계속 채우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월 21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onetsk People’s Republic, 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uhansk People’s Republic, LPR)의 분리독립을 승인하는 한편, 러시아군에 대해 이 지역에서 ‘평화유지군’ 활동을 할 것을 명령했다. 위기는 지난 해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작년 12월 초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통제 지역과 국경 근처에 약 9만 명의 러시아군이 전진 배치되었으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주장하였다. 같은 시기 미국 매체는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실시한 통상적인 훈련보다 2배 많은 규모인 약 17만5000명의 병력으로 추정되는 100여 개 대대전술단과 장갑, 포병 등 장비를 배치하여 2022년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위성사진까지 게재하면서 보도하였다.1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를 단순한 군사적 시위가 아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군사적 도발의 징후로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2022년 2월 16일 침공 날짜까지 적시하면서 자국민에게 대피를 지시하기도 하는 등 러시아의 침공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하였다. 결국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위기가 불거지자 2021년 12월 중순 미러 양국은 화상으로 2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외교적 협상을 계속 이어갔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고 푸틴에게 긴장 완화를 촉구하였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화상회담을 통해 ‘민스크 평화협정’과 ‘노르망디 형식 회담’ 2을 완전히 무산시키려는 우크라이나의 파괴적 행보를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키려는 위험한 시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루소포비아(Russophobia)가 심화될 뿐만 아니라 스웨덴과 핀란드 등이 NATO에 가입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며 러시아가 부담해야 하는 유무형의 손실은 막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루간스크 공화국과 도네츠크 공화국의 분리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분으로 러시아 군의 돈바스 지역 진입을 결정하였다. 그리고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을 멈출 것을 요청하면서 이후 군사 도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였다.4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푸틴은 1시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소련에 의해 만들어졌고 고대 러시아 땅이라고 설명하면서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가 강탈당한 곳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지도자가 쿠테타로 축출되면서 꼭두각시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 식민지라고 비난하였고 우크라이나인들이 현재의 권력 아래 고통받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크림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 러시아 여권을 발급받은 주민들의 보호를 빌미로 러시아가 대대적인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러시아의 행보를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아직 침공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도발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등 미러간의 갈등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5 따라서 러시아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 추구하는 전략적 이해가 무엇이고 이로 인해 변화될 수 있는 국제질서에 대한 시사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2.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된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NATO의 동진(東進)을 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 전략, 지정학적 이익, 에너지 정치경제 등의 복합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전략적 이해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침공하려는 첫 번째 이유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가 추진하고 있는 NATO 가입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것이다. 2007년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NATO 팽창은 이 기구의 현대화나 유럽 안보 강화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서방과 러시아 간) 상호 신뢰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도발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6 이러한 러시아의 불만을 무시하고 2008년 4월 루마니아에서 개최된 NATO의 정상선언문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NATO 가입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된다.7 이때부터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NATO 가입 가능성이 열렸고 러시아는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2021년 3월 5일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을 위한 행동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6월 18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행동 계획을 승인하였다. 이처럼 NATO의 동부전선이 러시아쪽으로 계속 확대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관련 행보가 가시화되면서 러시아의 안보 불안감은 최고조로 높아지게 되었다.

러시아는 NATO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포기하고 구소련 국가에는 더이상 군사기지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약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이 있는 우크라이나를 NATO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NATO와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고자 한다.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완충국, 조지아와 몰도바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러시아는 현재의 NATO와의 협의체가 위기관리에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러시아와 서방 간 서로의 레드 라인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협정을 체결하고자 한다. 그 동안 러시아는 NATO가 우크라이나를 가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계속 무시하고 NATO 가입은 신청국가들의 주권사항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러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 러시아와 NATO 간 소통 채널은 폐쇄되었다. 2021년 10월 초 NATO 주재 러시아 대표부 소속 러시아 외교관 8명을 스파이 혐의로 무더기로 추방하자 러시아 외교부는 11월 1일부터 NATO 주재 러시아 대표부를 잠정 폐쇄하고 모스크바 주재 NATO 연락사무소 활동도 중단시켰다.8 러시아가 원하는 NATO와의 관계는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와 NATO간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자는 합의를 담은 ‘상호 관계 및 협력·안보에 관한 기본 협정’을 체결했던 1997년 5월 27일 이전 수준으로 NATO의 군사력 배치를 되돌리는 것이다. 이는 2021년 미국과 NATO에 전달된 러시아의 협정 초안9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셋째,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러시아 위상을 확보하고 자국의 안보상황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유라시아뿐 아니라 대서양에서도 러시아의 지분이 있다는 점을 서방에 확인시켜주고자 한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국제질서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계속 표출하였다. 러시아의 시각에서는 舊소련과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미국 주도의 단극질서가 형성되었고, 미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그리고 기타 자유주의 원칙들을 널리 확산시키려고 하였으며, 이로 인해 EU와 NATO는 끊임없이 확장하였고 러시아를 불편하게 하였다. 1999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으로 시작된 舊바르샤바 조약기구(WTO, Warsaw Treaty Organization) 가맹국들과 동유럽 국가들의 계속된 NATO 가입은 러시아를 자극했다. 2021년 7월 러시아는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러시아가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였다. 냉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에서 자국의 지위와 위상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러시아는 NATO 동진의 레드라인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자국의 안보상황을 개선하고 나아가 유라시아 국가에게 러시아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고자 한다. 동시에 러시아는 중국이 부상하여 장기적으로 미국과 전략경쟁을 하면서 세계질서가 미중, 즉 G2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공식 외교문서에 G2라는 표현이 없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특히 중국의 부상 이후 세계질서를 무극체제 혹은 G0라고 표현하고 있다.

넷째, 하지만 역사적으로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의 연대 없이 서방과 대립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두고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공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중국에 인지시키고 동시에 서방에는 두 개의 전선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를 통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유럽의 중국 견제를 훼손시켜 중국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있어 러시아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고자 한다.

다섯째, 유럽 지역에 군사력을 상시 또는 이동 배치하는 훈련 등을 통해 유라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우위를 확인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과 관련하여 양안에 군사력을 이미 배치하여 언제든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암시하는 것과 달리 러시아는 그동안 NATO의 동진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서쪽 접경으로 공격적으로 전개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발틱함대 본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를 적극 활용하고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 등으로 군사력을 전진시켜 궁극적으로 NATO와 군사적 긴장 관계를 극대화시킨 후 군축 협상 등을 통해 쌍방 간 군사력을 후퇴 배치하는 협상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굳히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군사력 배치를 통해 새로운 전선 구축 가능성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여섯째, 러시아 접경 유라시아 중심 지역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위상을 보장받고자 한다. 푸틴은 2004년 우크라이나, 조지아, 키르기즈 공화국에서 발생한 색깔혁명이 미국과 서방의 지원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유라시아 각국과 러시아의 체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비난하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확대된 유라시아 구상을 통해 ① 개별 국가의 주권 존중, ② 개별 국가의 정치적/사회적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 수립 보장, ③ 내정 불간섭 원칙, ④ 문화적 다원주의와 상대성 인정, ⑤ 적대적 군사안보위협 배제 등을 유라시아 국가와의 협력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인권, 민주주의, 자유경쟁,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국가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1월 불거진 카자흐스탄 사태 역시 CSTO를 통해 러시아가 빠르게 대응한 것을 보면 러시아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으로 신속하게 군을 파병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주저하지 않고 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이다. 또한 유라시아 근린 국가에서 친러 정권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일곱째, 러시아는 유럽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인데 우크라이나 위기를 통해 러시아가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자라는 위상이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2022년 새해 초부터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러시아가 보름 이상 북국의 야말에서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 이후 많은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가 여전히 패권 경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에너지를 외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는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불안정한 신재생 에너지 변동성에 더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유럽의 에너지 시장은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3. 국제질서에의 영향

 
우크라이나 전쟁위기에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가 크며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미국과 전략적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미중 패권경쟁 시대로만 규정되어 가고 있었던 국제질서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1) 러시아의 유라시아 지역에서 역할 확대 및 G3 가능성 모색
 
우크라이나 전쟁위기는 러시아가 추구하는 대외정책이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탈냉전 시기 러시아는 NATO가 존속하고 있는 것과 소련 영향권에 있었던 동유럽 국가들이 NATO 회원국이 된 것에 강한 불만을 계속 표출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권력을 장악한 이후 권력을 수직화하고 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통치기반을 다진 뒤 공세적 대외정책을 통해 러시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2007년 뮌헨 안보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와 NATO의 동진을 강하게 비판하였고 서방과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NATO의 확대와 역할에 관한 재고 논의가 활발해지도록 유도하고자 할 것이다. 소련의 해체 이후 NATO의 기능과 역할이 바뀌면서 NATO 회원국 가운데 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인기 없는 군사적 지출 보다 교통인프라와 의료보건 서비스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려는 인센티브를 가지는 회원국도 생겨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NATO의 방위비에서 비EU 회원국의 비중이 확대되었다.10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미국의 위상이 과거와 달리 약화되었고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균열 속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자국의 입지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을 출범시켰고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제도화하여 점차 경제통합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앙아 국가들의 무역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1위로 부상하였고 중국이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 각각 송유관과 가스관을 설치하였지만 중앙아 국가들에게 안보적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기제는 러시아만이 가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위기는 그 좋은 사례이다. 2022년 1월 2일 카자흐스탄 서부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반발하여 시작된 시위가 카자흐스탄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급기야는 전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완전한 은퇴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였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군사동맹 CSTO(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를 통해 러시아군 2,500명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신속하게 파견되었다. 1월 9일 164명이 사망하고 경찰 1,3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위대가 장악했던 모든 건물의 통제권을 되찾고 소요사태는 일단 진압되었다. 러시아군은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처럼 보이는 행보는 우크라이나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근외국가에서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보여주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주변 유라시아 국가들에게 러시아가 정권유지의 후견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또한 유라시아 국가에 많은 러시아 디아스포라가 존재하고 있다.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조지아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은 친러 성향이 강한 곳이며 카자흐스탄과 발트 3국에도 많은 러시아 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주민이 러시아 여권을 신청하면 신속하게 발급하도록 하여 현재 70만 명 정도의 러시아 국적 주민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11 러시아 민족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면 이 역시 러시아의 개입을 불러들일 것이다. 중국과는 역사상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제무대에서 공조하고 있지만 중국과 모든 것을 공조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중앙아시아에서 보여주었다. 이처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뿐 아니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라시아 근외 지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면서 미중 패권 경쟁으로 특징되는 G2체제보다는 러시아의 위상을 강화하는 G3체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2) 지정학적 완충국에서 가치 충돌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제시하였던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에 의한 무한한 자유와 번영의 가능성은 퇴색하였고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확장세가 꺾이면서 생겨난 지정학적 균열을 뚫고 민주주의 없이도 성장한 중국의 권위주의 모델이 “지원하되 내정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일대일로’로 특징되는 중국의 대외정책과 결합하면서 개도국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스리랑카와 라오스 등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중국에게 과도한 부채만을 지게 된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국의 모델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미국 모델도 중국 모델도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중동과 유라시아 지역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미국의 개입이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면 그로 인해 가치 충돌, 경제와 안보 분리 현상이 발생하는 완충지대에서 군사적 충돌 등 지정학적 균열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발생한 지정학적 단층지대에서 생겨난 균열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국의 입지를 제고하려는 러시아의 행보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완충국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과의 관계에 치중하고 러시아를 무시하여 러시아의 안보불안을 자극하였고 돈바스 지역에서의 갈등을 빌미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이 바뀌지 않고 전쟁이라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마지막 수단이 된다면 러시아는 주저 없이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이외에도 NATO와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조지아, 몰도바의 분쟁에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조지아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분리독립을 선언하였고 이들 지역은 러시아와의 강한 연대와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2020년 친러 아르메니아와 반러 아제르바이잔 간 전쟁도 휴전상태로 끝난 것이 아니다.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은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이 1987년생 아들 루스탐 에모말리를 국가권력 서열 2위 상원의장으로 앉혀두고 권력을 넘겨주려고 하는데 권위주의 국가가 가장 위험한 시기가 권력 이양기인데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의해 도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지정학적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행보는 유라시아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유라시아 지정학의 단층지대에 위치한 권위주의 국가에게는 미국이 아닌 러시아와의 협력이 정권유지와 국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2014년 이후 정체된 경제상황에 더하여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추락하는 삶의 질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할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립을 통해 성과를 내어 서방과의 갈등에서 승리하였다는 만족감을 주고자 한다. 중국에게는 유럽에서도 또 하나의 전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국제무대에서 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다.

 
3) 경제안보의 중요성 증대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자원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수출물량을 축소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변동성이 높아졌고, 그 결과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역시 커지게 되었다. 또한, 전쟁위기에 휘말리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인데 전쟁이 발발한다면 곡물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의 상당량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수출되고 있는데 가뜩이나 각국이 경쟁적으로 풀어 놓은 코로나 대응 자금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곡물 수급 상황이 악화된다면 곡물 가격이 급상승하게 될 것이고,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제2의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소재의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필요한 네온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미국 팔라듐의 35%는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레이저에 중요한 네온은 러시아 철강 제조의 부산물이고 우크라이나에서 정제된다. 팔라듐은 센서와 메모리에 사용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제재가 강화될 수 있고 신소재의 공급이 중단되면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수 있을 것이고 공급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에도 공급이 축소되어 반도체 생산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칩 수요가 향후 4년 동안 37%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공급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상존하게 될 것이다.

 
4) 군사력 경쟁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기술혁신 경쟁 격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기업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ICT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가운데 배타적 비자유주의 질서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 피해가 쌍방 모두에게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ICT 기술 덕분에 플랫폼을 먼저 쟁취한 행위자가 정보를 독점하는 플랫폼 효과를 누리고, 첫 진입자가 후발 경쟁자의 진입을 방해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이로 인해 불합리한 제도 및 비효율적인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형성되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잠김 효과’ 등이 발생하면서 선발 행위자가 누리는 이점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 및 중국은 특히 상대방이 선점하고 있는 분야를 표적으로 하여 상대방을 몰아내고자 한다.

이러한 몰아내기를 위한 명분을 만드는 미디어 전쟁도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 공격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5년 우크라이나 전력 회사 블랙에너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이바노-프랑킵스크 지역의 조명과 난방을 차단하여 어둡고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만들었고 2016년 12월 악성코드인 Industroyer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위험하고 광범위한 정전을 일으켰다. 2017년 6월, 평범한 랜섬웨어 바이러스로 위장한 NotPetya 공격은 정부, 민간 부문 및 중요 인프라에 속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컴퓨터를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경제에 부분적인 타격을 입혔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사이버 공격에 대한 방지를 요청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통적인 육해공에서 열위를 만회하기 위해 인터넷, 우주항공 등 새로운 공간에서 자국의 이익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냉전 시대 상호의존성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하였다면, 신냉전 시대는 상호의존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그리고 인터넷과 우주항공 공간을 포함하여 사이버 공격과 군사적 충돌, 미디어를 통한 선전 선동이 결합되면서 미래전쟁의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외교에의 시사점

 
2022년 새롭게 출범될 한국의 새 정부 대외 정책도 시작부터 많은 과제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 외교는 미중 패권경쟁 하에서 우리의 전략과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위기와 카자흐스탄 시위 등을 통해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이 여전히 크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미중에 매몰된 외교정책을 지양하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국제질서 변동 요인들을 주목하고 보다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뿐 아니라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UN 체제 하에서 강대국 간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는 외교 환경에 놓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작년 11월 초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하였고 올 1월 UN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한국의 외교는 더욱 균형적인 입장에서 전개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아태지역에서도 양자차원의 동맹을 벗어나 집단안보 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미 외교 전략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도 높은 對러시아 제재를 가할 것임을 선언하였고, 이러한 제재가 국제금융, 무역, 에너지 공급망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역시 對러시아 제재에 대한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각 국가들의 주권존중이라는 국제법 질서를 훼손한 것이고, 우리가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과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로서도 일정 부분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불가피하게 제재에 동참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한러관계에의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현 시점부터 고민해야 한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발동할 경우 우리 기업들 역시 이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간 사전 조율작업도 필요하다.

또한 향후 5년간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에너지 시장과 곡물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고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기술표준 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적대적인 퇴출 등이 늘어나면서 경제 안보가 외교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커질 것이다. 강대국 간 대립과 가치 경쟁으로 완충국에서의 지정학적 균열이 발생하는 현상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 역대 정부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새 정부도 대러 협력을 중시하는 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악으로 바뀌게 된다면 새롭게 수립될 대러 협력 정책은 추진되지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정책의 목표를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에너지 안보 등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하면서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또한 상황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발신하는 정치적 신호도 중요하다. 한미동맹 하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면서 우리만의 관점에서 벗어나 외교 정책의 국내외 파장 등에 대한 면밀한 전략, 정책 검토 위에 적실성 있는 새로운 대안과 전략 대응 마련이 요구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Shane Harris and Paul Sonne, “Russia planning massive military offensive against Ukraine involving 175,000 troops, U.S. intelligence warns,”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3, 2021).
  • 2. 민스크 협정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이듬해인 2015년 프랑스와 독일의 중재로 체결한 평화 협정이며,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2019년 12월 9일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 4개국 정상이 모여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을 논의한 회담임.
  • 3. “미·러 정상, 121분간 ‘네 탓’ 회담…경고 주고받아(종합),” 『연합뉴스』(2021년 12월 8일자).
  • 4. “Ukraine crisis: Russia orders troops into eastern Ukraine,” BBC (February 22, 2022).
  • 5. “Putin Orders Troops to Separatist Regions and Recognizes Their Independence,” New York Times (February 21. 2022.)
  • 6. Speech and the Following Discussion at the Munich Conference on Security Policy, http://en.kremlin.ru/events/president/transcripts/24034
  • 7. Bucharest Summit Declaration, https://www.nato.int/cps/en/natolive/official_texts_8443.htm
  • 8. РБК, “Россия приостановит работу своего представительства при НАТО,” 2021.10.18., https://www.rbc.ru/politics/18/10/2021/616d5c9b9a7947efb3dabad1
  • 9. 나토의 동진 중단 및 구소련 소속 국가들의 신규 가입 중지, 구소련 국가들에 군사기지 설치 중단,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배치 중지, 상호 공격 가능한 지역에 전략폭격기 및 군함 파견 중지 등.
  • 10. David M. Herszenhorn, “Europe’s NATO problem,” Politico (February 14, 2019).
  • 11. 러, 우크라 분리주의 지역 ‘돈바스’ 통제 갈수록 강화,” 『연합뉴스』(2022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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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이상준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교수

이상준 교수는 러시아 및 유라시아 정치경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러시아 경제 체제와 국제경제협력, 중앙아시아 개발협력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2018)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유러시아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러시아 체제와 경제발전 관련 논문과 저서 80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