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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무기 위주의 역외억제인 현 미국 전략자산을 핵 대응의 역내억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제기돼
 
북한의 도발이 거세다. 북한은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15일간 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이라는 명목하에 7회에 걸쳐 미사일 12발을 발사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10월말까지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하면서 무려 9회나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다.

10월31일부터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강행되자 북한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올 4월부터 계속된 한미 연합훈련을 모두 “전쟁연습 소동”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모든 후과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긴장의 책임을 한미 양국에 돌렸다. 특히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박정천은 한미 양국이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군사력 격차 확인한 北, 전술핵 개발에 박차
 
결국 북한은 11월2일 여태껏 보지 못했던 수위로 도발 강도를 높였다. 탄도미사일과 대공미사일을 섞어 전국 각지에서 동해와 서해를 향해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려 25발을 발사했다. 이는 하루 미사일 발사로는 최다 기록이었다. 특히 오전 8시50분에 발사된 미사일 한 발은 동해 NLL을 넘어 NLL 이남 26km, 속초 동방 57km, 울릉도 서북방 167km 지점에 떨어졌다.

이는 사상 최초로 북한의 미사일이 NLL을 넘어 남하한 것이었다. 우리 국적의 상선이나 어선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를 투입해 SLAM-ER 공대지 순항미사일과 SPICE-2000 활강폭탄을 NLL 이북의 상응한 지역에 투발해 3배 응징의 대응원칙을 지켰다.

이튿날 북한은 굴하지 않겠다는 듯 아침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이어갔다. 이에 한미 양국은 비질런트 스톰 연습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보복이라면서 오밤중에 미사일과 해안포를 발사했다. 그리고 11월4일에는 한미 공군에 대항하겠다는 듯 사상 최대의 전투기 전력을 출격시켰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출격한 전투기는 500대였다. 그리고 비질런트 스톰 연습 마지막인 5일에는 신형전술유도무기와 열차발사형 KN-23을 발사하면서 소위 대응 군사작전을 종료했다.

외견상으로 10월과 11월의 한반도는 그야말로 전쟁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 중 그 누구도 전쟁을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이태원 사고의 수많은 희생자를 위한 국가애도기간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많은 이가 분노했다. 많은 국민이 북한의 격렬한 미사일 도발을 주시했지만, 이는 두려움의 눈빛이 아니라 경멸의 시선이었다.

실제로도 북한의 도발은 속빈 강정이었다. 우선 NLL 이남에 떨어진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1960년대의 낡은 대공유도미사일인 SA-5였다. 아마도 추후에 문제가 될 경우 발뺌하기 위해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처럼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ICBM급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됐음에도 1920km 비행에 그쳤는데, 원래라면 6000km 이상 날아갔어야 한다. 실패의 원인은 아마도 2단 분리가 비정상으로 일어났기 때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은 실패를 감추기 위해 화성-15 ICBM의 핵 EMP(전자기펄스) 폭발시험이라고 포장했다.

500대를 동원했다던 11월4일의 북한 공군 비행훈련에서 한미에 감지된 항적(항공기의 이동경로)은 실제로는 180개에 불과했다. 전술기 800여 대를 보유했다는 북한이지만, 낡은 전투기 위주여서 4분의 1을 동원하기에도 버거웠을 것이다. 게다가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11월3일 밤에 북한은 스커드-C(북한명 화성-6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스커드는 KN-23이나 KN-24에 의해 대체될 구형 미사일이다. 즉 북한으로서도 신형 탄도미사일의 재고가 부족한 탓에 더 이상 도발에 동원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 훈련은 북한에 압도적 군사력 격차를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격차를 상쇄시킬 방법으로 북한은 핵무기, 특히 전술핵을 개발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전술핵 실전배치를 천명한 이상 2025년까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2023년까지 전술핵탄두를 개발해 핵실험에 성공해야 약 2년간의 양산과 배치를 통해 2025년까지 전술핵 배치를 완료할 수 있다. 앞서 보여주었던 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은 현재로서는 허언에 불과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확장억제 통한 전쟁억제, 주한미군만으론 수행 어려워
 
애초 핵은 엄청난 파괴력으로 서로를 공멸시킬 위험이 큰 탓에 전쟁억제를 위한 무기체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전략핵에 한정된 얘기다. 소위 전술핵은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북한 전술핵의 위협이 현실화되면, 우리는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제 질서에 따라 핵을 보유하지 않기로 결심한 대한민국으로서는 핵 위협 단계에서 직접 사용 단계까지 모든 위협을 홀로 막아낼 수는 없다. 결국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통해 핵위협을 막아내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핵억제 능력을 대한민국까지 확장함으로써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는데, 이를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고 부른다. 확장억제의 핵심은 미국의 전략자산이다.

그런데 전략자산이라는 것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전략폭격기-ICBM-SLBM’의 핵3축 전력은 당연히 전략자산에 해당한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후 확장억제 개념이 정착하면서 항공모함이나 스텔스 전투기 등 비대칭적 군사역량을 갖춘 재래식 무기도 전략자산으로 불리고 있다. 냉전 후 미국의 최대 위협이었던 러시아가 핵군축을 시작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고 막강한 재래전력만으로도 전쟁을 억제하거나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해 왔다. 1991년 걸프전의 신속한 승리나 1999년 코소보 항공전의 사례처럼 미국은 막강한 해군력과 공군력을 전 세계에 신속하게 전개해 위협을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정의는 타당하다. 상대방이 극복할 수 없는 군사력으로 위협할 수 있다면 이것이 핵전력이건 재래전력이건 유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한미 양국이 자신을 향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여왔다. 이번의 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이나 11월초의 대응 군사작전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미의 북핵 대응전략은 맞춤형 억제전략으로 불린다. 이는 다시 4D 전략으로 구체화되는데, 4D란 ‘탐지(Detect)-결심(Decide)-격퇴(Defeat)-방어(Defend)’ 단계로 핵위협에 대응한다. 4D 전략은 핵과 재래전력에서 모두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 미군의 능력에 기반하지만,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감시정찰과 핵억제 능력은 주한미군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고 미 본토의 전력에 의존한다. 핵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핵공유를 활용하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달리 4D 전략은 역내억제가 아니라 역외억제다.

 
북한 전술핵 배치 땐 한반도 상황 전혀 달라져
 
1991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는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어 역내억제였다. 그러나 미국이 전술핵을 철수시키자 오히려 북한은 핵개발을 구체화하며 1차 핵위기(1994)와 2차 핵위기(2003)로 사태를 고조시켰다. 북한은 이후 무려 6차 핵실험까지 실시하면서 열핵폭탄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지만, 미국의 확장억제는 여전히 역외억제에 머물렀고 확장억제도 주로 재래식 전략자산 전개가 전부였다.

그러나 북한이 전술핵을 배치하게 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의 공동 연구보고서 ‘북핵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르면 북한은 2027년까지 핵탄두를 최대 200개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은 한·미·일 3국에 전략핵 40여 발과 전술핵 100여 발을 투하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이번의 핵운용부대 군사훈련에서 공군기지-지휘시설-항만 등의 순서로 전술핵 타격을 연습했다. 따라서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해선 언제든 곧바로 북한을 향해 사용할 수 있는 한반도 내에서의 핵 태세가 요구된다.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 역내에는 핵무기가 없다. 일부 정치권의 주장과 달리 일본 오키나와나 괌의 미 공군기지에도 핵폭탄은 없다. 그나마 비핵전략자산도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된 항공모함이 제일 가깝다. 한반도 유사시 30분 내에 전개될 수 있는 핵무기는 미국 본토의 ICBM과 태평양 어디에선가 대기하고 있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뿐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부활을 강조하면서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를 미국에 요구해 왔다. EDSCG라도 있어야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배치를 공식화할 수 있는 소통채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결과도 지켜볼 일이다.

한미 양국은 최근의 핵위협에 대해 김정은 정권 종말을 경고하면서 전략자산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을 볼 때 핵 전략자산 배치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핵미사일을 방어하고자 하는 사드 기지조차 일부의 극렬한 반대로 정상적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 본 글은 11월 12일자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