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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핵협상은 “도발→합의→파기”라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와해가 목표인 김일성의 유훈,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를 “비핵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30년간 외교협상의 멍석을 깔아놓고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며 韓美정부를 기만하면서, 핵개발에 전력투구하는 비핵화 사기극을 전개

● 특히 미국 정권교체기에 주목받는 도발로 새정부를 협상에 끌어들여 합의한 다음 해당 정부 임기종료와 함께 합의를 깬 후, 다음 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협상을 하면서 시간을 벌고 보상을 챙기며 핵보유 지위를 굳혀왔는 바, 설사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를 하더라도 그 유효기간은 트럼프 재임기간일 것

<표 1>: 역대 美행정부에서 반복된 북핵협상의 “도발→합의→파기” 사이클

표1. 역대 美행정부에서 반복된 북핵협상의 “도발→합의→파기” 사이클

“先 韓美의 핵옵션 포기”(한국 핵무장 포기 및 미국 전술핵 철수)와 “後 북한 설득”으로 요약되는 『비핵화외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오판하고 북핵에 맞대응할 카드를 먼저 버린 실책이었으며, 이후 시간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능력을 뒤쫓아가며 보상 규모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

● 핵탑재 ICBM이 가시권에 들어서자 다급해진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전개를 중단하고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되는 등 김일성의 유훈이 차근차근 관철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

● 다섯 차례의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고위당국자 누구도 핵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김정은은 핵보유 의지를 거듭 확인

●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되어 30여년 동안 한국의 일곱 정부에서 북핵을 막는데 실패한 비핵화외교는 서희 장군의 담판과 대비되는 외교실패이자 다시는 되풀이되어선 안될 안보참사로 우리 역사에 기록될 것

 

2. 韓美는 다양한 형태로 북한의 비핵화 술수에 말려들었다

● 역대 韓美정부의 정치인, 고위관료, 전문가집단이 북한의 비핵화 술수에 말려든 유형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 자신의 북핵정책이 실패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 분은 김영삼 대통령이 유일

(1) 순진무구형: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말을 그대로 믿고 경제지원과 체제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핵포기를 유도할 수 있을 거라는 장밋빛 기대에 빠진 자기도취형

(2) 현실안주형: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경제난, 새로운 지도자 등장 등 북한요인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국제요인을 들어 협상이 성공할 거라고 희망하면서 협상진행 자체에 안주하며 실패 가능성을 도외시한 자기위안형

(3) 평화애걸형: 북핵폐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군사적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우리의 군사적 대응태세나 핵옵션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고 평화를 깰 수 있다고 반대하면서 비핵화외교 밖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현실도피형

(4) 책임회피형: 내심 북한의 핵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비핵화외교에 매몰되어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해 온 개인적 경력을 보호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는 자기보존형

(5) 북한동조형: 북한의 핵보유 입장을 이해하고 북한 핵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비핵화외교를 통해 핵포기를 종용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리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우리민족끼리형

 

3. 실패한 비핵화외교의 폐단을 극복해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 역대 韓美정부가 우리의 자체 핵옵션 행사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은 명분과 논리로 옹호했던 비핵화외교는 국가안보 관점에서 막대한 폐단을 초래

<표 2>: 비핵화외교를 뒷받침했던 명분과 논리

표 2. 비핵화외교를 뒷받침했던 명분과 논리

● 역대 정부는 합의가 체결되면 “이제 북핵문제는 해결되었다”며 성공을 자축했고, 합의가 깨지면 “이 정부에서는 해결할 수 있다”, “상대가 새로운 지도자라 이번엔 다를 것이다”라는 등의 설명으로 국민을 안심시켰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비핵화외교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비핵화외교 만능주의”가 팽배

●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하지 않는 한 마치 핵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 같은 인식의 오류에 빠졌고, 설혹 북한이 도발해도 외교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 커지는 북핵위협에는 둔감해졌으며, 외교가 실패할 경우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짐

● 그 결과, 북한의 핵보유 완성 선언이 북핵문제는 더 이상 외교사안이 아니라 국가생존에 직결된 군사안보문제임을 웅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외교를 통해서 북한이 보유한 수 십 개의 핵탄두를 폐기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막연한 기대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

● 비핵화외교는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약화시키고 외교실패에 대비한 국민보호대책 마련 의무를 방기한 채 우리의 손발만 묶는 폐단을 가져왔는 바, 이러한 폐해를 극복해야만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임

 

4. 트럼프의 “빅딜”(Big Deal)도 북핵폐기를 실현할 수 없다

● 하노이회담 결렬 후 “Top-Down” 방식보다 “Bottom-Up”을 먼저 하거나 둘을 섞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으나 韓美가 기존의 비핵화외교 노선을 버리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

● 지난 30여년 계속된 “Bottom-Up” 방식이 실패했기 때문에 “Top-Down” 방식의 정상회담이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며, 외교협상의 마지막 단계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와야 함

●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제시한 빅딜은 김정은에게 핵을 포함한 WMD와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할 것인지, 비핵화 프로세스의 최종도착지가 어딘지, 비핵화 터널의 출구가 있는지를 직접 물은 것이며, 김정은은 빅딜을 거부함으로써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 제재와 압박으로 핵포기를 이끌어낸 전례가 없고, 북한이 일전불사의 각오로 자력갱생을 외치며 핵보유를 고수하고 있으며, 민족적 비극을 초래할 전쟁은 해법이 될 수 없고, 중·러가 對美경쟁 차원에서 북한을 후원하는 등의 제반 요인을 고려할 때, 트럼프가 추가 제재나 군사옵션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으나 결국 전임자들과 같이 “임기內 북핵폐기 실현”이란 꿈을 접게 될 것임

 

5. 북핵폐기의 새로운 길은 국가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 한계에 도달한 30년 비핵화외교의 교훈은 북핵문제를 특정 대통령 임기중에 해결하겠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하고, 군사공격을 해서라도 북핵을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며, 핵을 가진 북한과의 경협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되, 남북교류의 맥을 끊지 않고 북한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

● 이제 북핵폐기의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 시대적 소명인 바,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前人未踏의 길도 가겠다는 결의, 나라의 미래에 대한 확신 그리고 한민족을 어우르는 통일한국의 비전을 가진 강력한 리더십만이 그 길을 열 수 있음

● 새로운 길은 당면한 북한 핵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민보호』와 핵을 가진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사회가 변화해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핵을 포기하고 통일을 선택하는 『평화통일』이라는 두 축을 기본으로 한 『북핵대응종합전략』

 

5-1. 국민보호가 우선이다

● 북한의 핵공격이나 핵시설 방사능 유출 등으로 우리 국민들이 입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통해 국민안전 차원의 경각심을 높이고, 최초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의 경험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북핵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여론 결집

● 북한의 핵과 재래식 도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북간에 “핵 對 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인 바,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재배치 등 핵옵션 행사에 대한 국론을 모아 국민의 힘으로 정책을 추진

● 매월 방공훈련을 하는 하와이와 대비태세를 갖춘 캘리포니아의 벤튜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북한의 핵공격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될 재난사태를 상정하고 강력한 방공망, 방호태세 및 국민교육체계를 시급히 구축

● 한반도 평화의 초석인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북한 핵에 굴복해서 동맹을 약화시키는 비겁하고 유약한 동맹이 아니라 북한뿐 아니라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에 대한 어떤 도전에도 강력하게 힘으로 맞서는 강한 동맹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美의회와 조야에 지속 발신

● 트럼프 정부의 FFVD 원칙을 강력히 지지하는 한편, 韓美의회차원에서 『동맹강화연구회』를 출범하여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단기, 중장기 공동전략을 연구하고 양국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공조 노력 배가

● 자체 핵옵션 행사와 별도로 우리 전투기가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역량 구축차원에서, 앞으로 도입할 F-35A는 재래식탄두와 핵탄두 겸용인 F-35A (Block IV)로 도입해서 핵의 운반능력부터 우선 구비

 

5-2. 평화통일을 지향한다

● 핵을 가진 북한이 위협과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관리하여 평화를 유지하면서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비전과 통일의 필요성 및 당위성을 국내외에 확산하고, 정부의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입각한 점진적인 평화통일 추진

● 핵옵션 행사를 통한 역량 확보 후 韓美 공조 하에 『남북미 3자 핵군축협상』 을 제의하여 핵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한 군축협상을 우리가 주도하고 남북협력과 평화통일의 동력 확보

● 핵개발의 주체인 북한정권과 피해자인 주민을 구분해서 정권은 핵을 포기하도록 계속 압박하되 주민에 대해서는 최대한 민족애를 발휘해서 돕는 정책, 즉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이원화 대북정책』을 추진

● 북핵폐기의 바람직한 해법은 북한주민들이 깨우치고 민주적으로 결집해서 지도부의 핵포기를 유도하는 것인 바, 주민들이 외부세계의 실상을 깨우쳐 사회변화의 주체가 되도록 정보를 유입하고 다양한 접근 기회를 제공해서 북한사회의 건설적인 변화를 유도

● 북한이 FFVD 원칙에 따라 핵폐기를 완료할 경우 북한에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전폭 지지하며 한국이 핵없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입장 하에, 포괄적 대북지원과 한반도 공동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서 국제사회에 전파

 

* 본 글은 5월 2일 「국회 세미나」 에서 발표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