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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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김정은의 신년사는 생략되었다. 2011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 대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보도가 신년사를 대체했다. 자신의 육성 신년사를 3인칭 화법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보도 내용에서 김정은은 그간 예고했던 새로운 길을 밝혔다. 물론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름만 바꾸었을 뿐 과거 걸어왔던 병진노선의 재탕일 뿐이다. 그래서였는지 북한은 더욱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고, 미국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하면서 새로운 전략무기 시험을 시사했다. 경제 분야를 전체 분량의 70퍼센트 가까이 사용하면서 강조했지만, 대부분 기존에 강조하던 내용이었다. 또한 남북관계에 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는 점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를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의 대북정책 전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결국 김정은 신년사를 대체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보도는 미국과 강대강 대결을 해보겠다는 김정은의 의지 표현이며, 이로 인해 금년 한 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북한 신년사의 주요 특징과 금년에 대체된 배경

북한 신년사의 주요 특징

북한 신년사는 그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한 해 동안 이끌고 갈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치·사상, 경제·사회, 당·군, 대남, 대외 차원의 정책기조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주된 대상은 북한 주민들이며 그 결과 때때로 대남메시지나 대외메시지는 적은 분량만 담기도 한다. 따라서 북한 신년사의 대외관계 메시지를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전반적으로 경제부분에 많은 분량을 사용하고 있다. 전방위적 무력강화와 핵무력 건설을 대대적으로 기술했던 2017년에도 가장 많은 내용은 경제부분에 할애했다. 물론 경제부분을 아무리 자세히 기술한다 해도 결국 북한 핵개발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날 뿐이었다.

한편 신년사에는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도 담겨있는데, 북한 대외정책의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2017년에는 대미 대결과 핵 무력을 강조했고, 2018년에는 평창 올림픽 참여를 포함해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고, 2019년에는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10년과 2016년 같이 유화적인 신년사와는 전혀 다른 군사적 도발이 있었던 해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대외정책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군사분야도 마찬가지다. 작년 신년사의 경우 국방력의 현대화를 강조했는데 연중 이어진 신형 단거리미사일 발사 시험과 대구경 방사포 시험을 돌이켜 보면 이미 연 초부터 충분히 계산된 행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기술의 진보에 따른 성능 실험의 필요성을 시사했고, 미북대화 중단을 활용하며 자신들의 국방력을 강화한 행보가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신년사 대체의 이유

금년 북한의 신년사가 발표되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길이 김정은 개인의 것이 아닌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총의에 의한 것임을 과시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작년 신년사에서나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시한 새로운 길은 오로지 김정은의 목소리가 투영된 것이었다. 그 결과 김정은이 제시한 2019년 12월 연말 시한이 지나면서 김정은은 새로운 길에 대한 책임을 홀로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명의로 발표함으로써 책임을 분산시키려 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러한 의도와 함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대대적으로 개최하며 그 의미를 살리자는 취지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도 존재한다. 1987년 1월 1일 김일성은 신년사를 생략했는데, 그 이틀 전인 1986년 12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했기 때문으로 추정되었다. 이번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로 형식이 바뀌었으나, 김정은 스스로 두 번의 같은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이례적으로 나흘이나 개최한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활용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충성을 유도하고 체재 결속을 시도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배려한 행보일 수 있다. 금번 북한의 보도 내용을 보면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고 있다. 결국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때 중국의 입장이 북한의 생존에 관건이 된다. 그 결과 자신이 직접 언급하지 보다는 노동당에서 3인칭으로 언급하는 것이 상황관리에 이롭다는 인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에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김정은은 간접적인 신년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 결과 보도의 주요 내용

‘정면돌파전’을 통한 대미 강경 노선 제시

보도에 나타난 김정은의 상황 인식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노골화 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유예라는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제재 완화를 거부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우리의 전진을 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뚫고 나가자”는 말로써 금년 한 해 동안 미국과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임을 예고했다. 비핵화를 하면 북한 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와 복락을 위해 안전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로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하면 경제성장을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접근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핵무력을 보유하는 사실상 핵보유국 길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간 약속했던 비핵화 조치는 일절 언급이 없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폐기를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가 건재한 상황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만을 비난하고 있다.

물론 금후 미국의 입장을 보아가며 핵 억제력의 폭과 심도를 결정한다는 말로 대화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이는 도발 명분 쌓기 용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제재완화 조치를 선행적으로 해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내는 거래 만이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 보도 내용을 접한 이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함을 강조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 전략도발로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말로는 대화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표현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도발을 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상반기 북한의 전략도발이 예상

김정은은 미국에게 북한의 충격적인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전략도발을 예고했다. 특히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신형 핵무기 투발수단 실험을 시사했다. 당초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자극하지 않는 방식의 전략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보여준 김정은의 발언은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이미 지난 12월 22일 개최한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소위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할 때부터 이미 준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략무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신형 핵무기 투발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핵무기를 전략무기로 부른다. 새롭다는 것은 무언가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결국 지난 2017년 11월에 발사한 화성 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넘어서는 무언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두 차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에서 중요한 시험이 이루어졌다는 북한 발표내용을 보면 엔진의 추진력을 대폭 증강시킨 것이거나 고체엔진일 가능성이 높다. 즉 추진력을 강화하여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고체연료를 활용함으로써 준비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가지 모두 미사일 방어를 취약하게 만드는 전략적 이점이 있기에 북한은 그들의 새로운 전략무기의 효능을 대내외에 자랑하려 들 전망이다. 물론 건조중인 신형 삼수함을 진수시킨 후 직접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아직까지 신형 잠수함의 준비가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지 알 수 없고, 동창리의 중요한 시험과는 무관한 것이기에 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본다.

그렇다면 도발의 시기는 언제일까? 미국 국방부는 김정은 생일이 있는 1월 8일부터 김정일 생일이 있는 2월 16일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보도가 제기된 바 있지만, 1월과 2월에는 단거리 미사일 정도를 발사하며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북한도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며 북중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ICBM도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된 이후일 것으로 본다. 따라서 3월에 북한의 전략도발이 이루어지고 이로 인한 긴장 조성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이는 북한의 기술적 준비가 완성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만일 준비가 덜 되었다면 그 시기는 늦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종된 남북관계

한편 금번 보도의 내용에서는 남북관계가 생략되었다. 김정은 신년사를 갈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간 발표된 신년사를 돌아보면 이례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신년사는 남북관계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포함해 왔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대남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혀왔다. 2016년에는 자주와 대화를 강조했고, 2017년에는 한국 정부를 비난하며 민족공조를 강조했으며, 2018년과 평화체제와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가 다루어졌다. 2019년의 경우에는 민족공조 목소리를 높이며 조건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가동을 언급했다.

하지만 금년에는 남북관계가 전혀 논의되지 않았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를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한다는 표현과 같이 노골적으로 망신주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관광을 재가동 하겠다고 해놓고서는 10월에 가서는 금강산에 있는 한국 시설들을 철거하라고 지시를 했다. 이러한 대남 비난 기조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이제는 무시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정부는 언제든지 협조관계로 돌아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 우리 정부가 북한을 배려해 온 것을 북한은 자신들의 권리처럼 여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금년에는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생략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며 남북관계 개선을 업적으로 삼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전망이다.

경제분야의 위기 의식

김정은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며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경축 열병식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었다. 대북제제로 인한 심각한 경제상황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였는지 보도내용의 상당부분은 경제문제를 다루었다.

김정은은 자력갱생을 넘어 자력부강이나 자력번영과 같은 언급을 하고, 내각을 질타하며 국가관리와 경제사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사실 보도 내용에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늘 강조하던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공업, 석탄공업, 기계공업, 건재공업, 철도운수, 경공업부문을 언급하며 생산을 독려했을 뿐이다. 과학기술의 강조나 교육 개선 역시 그 방향성이 새로워진 것은 없다. 결국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북한 스스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내세운 대책 역시 묘수는 없었다. 사회주의 상업 복원, 불필요한 절차·제도 정리, 사업능률을 저하하는 요소들 바로잡기, 전문 건설 역량 확대 강화와 건설장비 현대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현실성 있는 실시, 생태환경 보호와 자연재해 방지 등을 강조했지만 이러한 경제건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대북제재 완화나 시장경제로의 전환 없이는 북한 경제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건의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의 보도내용을 볼 때 금년 한 해 한반도 정세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에는 북한의 전략도발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핵보유를 더욱 노골적으로 가시화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해도 비핵평화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먼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당사자로서의 역할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그 결과는 북한의 대남 무시고, 이번 보도 내용에서도 남북관계가 실종되었다. 남북관계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간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또는 한국과 먼저 대화해야 미국을 만날 수 있을 때 북한도 한국의 입장을 고려한다. 대북정책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군사적 차원에서는 동절기 북한의 재래식 도발과 3월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앞서 다룬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ICBM을 발사하기 전에 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해안포 발사 등과 같이 트럼프 행정부가 레드라인으로 보지 않는 도발을 먼저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 역시 그만큼 대남도발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북한군 동계훈련 중에 재래식 도발이 빈번했던 점을 고려할 때 철저한 대비태세 유지가 필요하다. 만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 수분 이내에 우리 역시 대응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포격도발과 같은 무력도발에 나설 것에 철저히 대비함으로써 북한의 무모한 시도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결국 재래식 도발의 경우 군사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가 그 시도 자체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패한 도발은 정치적 부담이 되므로 우리가 대비태세를 갖출 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튼튼한 한미공조를 잘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어떠한 도발을 해오더라도 한미가 일치하여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전략적 우위를 과시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재래식 도발을 차단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도 내용 중에는 북한의 취약점도 드러나 있다. 먼저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이다.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고 있지만 그러고 싶은 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주민을 희생시키는 수탈구조가 심화될 경우 체제는 약화되게 되어 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도는 약화될 것이고, 만일 김정은이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권력 엘리트를 수탈하려 들 경우 북한 체제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비핵화가 없다면 경제적 어려움은 지속될 것임을 알려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이든 북한 권력 엘리트는 다른 셈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섣부른 제재 완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만 제재를 완화해주는 대화와 압박의 병행이 필요하다.

높아만 가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역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북한의 행보에서는 중국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대북 제재로 인해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 없이 그냥 넘어간 것도, 그리고 대미 강경노선을 자신의 육성으로 전하지 않고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명의를 빌려 발표한 것도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취약지대는 중국이다. 한미공조를 통해 대중국 설득방안을 마련하고, 실제 중국을 설득함으로써 북한 도발을 예방하고 대화를 재개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미중간 무역전쟁의 해결 과정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면 한반도 상황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다 해도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이를 회피하고자 하는 한국과 미국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의 마음을 이용하며 핵보유를 묵시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다고 해도 북핵폐기 원칙을 포기해선 안 된다. 우리의 후대에 핵위협을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 비핵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겉보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