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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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의 워싱턴, 시카고 등을 방문하고 오바마 美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니게 된 이후 사실상 최초의 ‘G2 회담’이란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대부분의 언론매체와 국민들 역시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벌어진 21세기 두 제국(帝國)의 만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양국관계의 발전과 변화는 한반도의 미래와 남북한 통일에 갈수록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방미를 통해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경계심을 해소하고, 21세기의 또 다른 10년을 열어갈 양국 간 ‘새로운 협력관계’를 창출하고자 했다. 동시에 후 주석은 “세계의 어떠한 문제도 미·중간 협의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킴으로써 명실상부한 ‘G2국가’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자 했다. 이러한 중국의 의도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미국의 환대’와 14년 만에 이루어진 ‘국빈방문(state visit)’ 그리고 “강력하며 번영되고 성공적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환영 한다고 밝힌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취한 ‘명분’과 달리 정상회담을 ㅌ오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제공한 450억 달러 상당의 무역·투자 계약은 향후 재선 가도에서 경제문제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오바마에게 ‘통큰 선물’ 보따리와 같다. 특히 후진타오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햐인 시카고를 직접 방문했을 뿐 아니라 그곳에 기반을 둔 보잉(Boeing)사와 여객기 200대(190억 달러)의 대규모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수단·이란 등 안보이슈와 세계경제·기후변화·환경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슈퍼파워로서 미국이 도맡아왔던 ‘짐(burden)’을 중국과 나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취한 ‘명분’과 달리 정상회담을 ㅌ오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제공한 450억 달러 상당의 무역·투자 계약은 향후 재선 가도에서 경제문제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오바마에게 ‘통큰 선물’ 보따리와 같다. 특히 후진타오는 오바마의 정치적 고햐인 시카고를 직접 방문했을 뿐 아니라 그곳에 기반을 둔 보잉(Boeing)사와 여객기 200대(190억 달러)의 대규모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수단·이란 등 안보이슈와 세계경제·기후변화·환경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룸으로써 슈퍼파워로서 미국이 도맡아왔던 ‘짐(burden)’을 중국과 나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물론 양국 정상은 ‘인권문제’와 ‘무역불균형’, ‘환율문제’ 등 핵심적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양국은 1997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방미 시 양국 간 합의한 ‘건설적 전략동반자관계(constructive strategic partnership)’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협력적 동반자관계(cooperative partnership)’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뿌리 깊은 갈등 요인들과 ‘전략적 불신(strategic mistrust)’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록 양국 정상회담으로 현존하던 갈등이 당분간 수면 하로 가라앉을 전망이지만 전략적인 면에서 양국의 미래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한반도문제에 관한 부분이다.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을 보면 양국 정상은 ‘지역 및 지구적 도전(regional and global challengers)’에 관한 부분에서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최우선적 현안으로 다루었다. 이는 두 강대국이 직면하고 있는 지구촌 안보사안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의 하나가 북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공동성명에서 우선 주목되는 것은 양국 정상이 남북관계 개선 및 남북대화를 ‘필수단계(essential step)’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남북대화를 거치지 않고는 6자회담이나 미·북 직접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한국과 미국이 합의했던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 즉, ‘국면 무마용’이 아닌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남북대화를 중국이 이정하고 북한에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동성명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하나는 양국 정상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향후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문제가 상황 전개에 따라서 유엔(UN) 안보리에 회부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까지 발표된 중국의 공식입장은 “북한의 농축우라늄 시설을 직접 보지 못해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다”라는 것이었음을 고려하면 중국의 입장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음을 감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미·중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우리에게는 적잖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남북한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해 왔고 우리정부는 이를 수용한 상태이다.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등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유감이나 사과를 표명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미·중 정상이 남북대화의 필요를 강조한 상황에서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뿐이다. 북한과의 만남을 유지하면서 그들의 책임을 추궁하고 남한 측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이다.

다음으로 한국정부는 향후 전개될 중국 중심의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중 양국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공감한 것은 머잖아 중국 주도의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활발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한국이 제시하던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도록 요구하는 일종의 압박이 될 수도 있다. 우리정부로서는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전략과 전술을 재검토하고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끝으로 금번 미중 정상회담은 그 동안 양국 간의 첨예한 갈등을 봉합하고 당분간 ‘협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제기된다. 즉, 전략적 중심축을 한미동맹에 두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동안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조속히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들을 모색하고 행동에 옮기는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미중간의 협력구도를 ‘한반도 긴장완화’의 기회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 및 동북아 안저의 계기로 활용해 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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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광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겸 평가위원 및 합참, 공군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학(Fudan University)에서 중국정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1998), 동경대학 동양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1998-1999),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박사후 연구원(Post-Doc/2000-2001),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04-2005), 대만외교부초청 타이완 펠로십 방문학자(2012),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2013) 등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