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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세안+3(ASEAN+3)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EAS) 등 일련의 지역 다자 정상회의가 3일부터 5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매년 연말 아세안 의장국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아세안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과 대화상대국 사이 아세안+1 정상회의 등으로 구성된다. 사안에 따라서 별도의 정상회의가 마련되고는 한다. 한국을 포함,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 아세안 10개국 등 총 18개 국가 정상이 모이는 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일련의 정상회의 참여를 통해 안보, 경제, 그리고 신남방정책이라는 세 가지 방향에서 성과를 거뒀다. 안보에서 성과는 역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건설에 대한 지역 국가들의 지지 확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건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무엇보다 동아시아정상회의는 한반도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변 4강, 즉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한번에 주변 4강에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밝히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한국 정부는 2018년 이후 급변한 한반도 상황, 그리고 우리 정부의 평화 정착 의지와 노력을 국제 사회에 지속적으로 밝히고 지지를 확보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다자정상회는 일상적인 노력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정상들이 직접 면대면으로 마주하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건설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협력을 당부하는 것은 특별한 무게와 의미가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현재에도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접촉과 메시지 전달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다.

두 번째 성과는 경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지역 16개 국가 (아세안 10개국,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사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즉 지역 자유무역협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국가 GDP만 합쳐도 세계 GSP의 3분의 1에 달한다. 아직 몇몇 부분에서 좀 더 합의가 필요하고, 인도의 최종 참여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15개 국가 사이에 큰 틀에서 합의는 만들어졌다. 2013년부터 20여 차례 넘는 협상의 진통 끝에 합의가 도출된 것이다.

무엇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가시화된 시점이 중요하다. 강대국의 무역경쟁과 일방주의적 행동으로 이 지역 자유무역 질서 유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가는 시점이다. 한국도 일본과 무역 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지역 국가들은 대체로 무역에 기반한 성장을 누려왔다. 이런 국가들에게 자유무역 질서의 약화는 큰 불안 요소가 된다. RCEP 합의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은 약화되는 자유무역 질서를 다시 강화하고, 강대국 무역 분쟁과 일방주의에 대비한 어느 정도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무역을 매개로 지역 다자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신남방정책에 대한 한국의 의지 확인,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제 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 1차 한-메콩 정상회의 관련 성과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2년 안에 신남방 국가인 아세안 10개국과 인도를 모두 방문했다. 임기 내 모든 신남방 국가를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조기 이행했다. 한국 정부가 가진 신남방정책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잘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열린 일련의 정상회의에서 다시 한 번 아세안 국가 정상들을 만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에 대한 적극적 참여 및 성공적 정상회의를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오는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는 지난 2년간 추진된 신남방정책의 1기를 마감하고 제 2기 신남방정책을 여는 장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자리를 통해 아세안 국가와 한국이 지난 2년간 신남방정책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은 아세안 국가와 대화상대국인 10개국 중에서 처음으로 특별정상회의를 세 차례나 개최하는 국가 된다. 그 어느 때보다 한국과 아세안 국가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 보인다. 이런 여세를 몰아 다가오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글은 11월 07일 정책브리핑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출판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