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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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2015년 10월 14일(수), 데이비드 고든 유라시아그룹 선임고문(전 미국 국무부 정책국장)을 초청, 세계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지정학이 동아시아의 시장 동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고든 박사는 에너지 시장 역학의 급격한 변화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에너지 효율성 증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중동 석유 생산국들의 아시아 시장 지분 경쟁 등이 동북아 에너지 안보를 강화시킬 가능성을 살폈다. 이러한 요소들이 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 동아시아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해상 수송로 관리를 위한 책임 분담, 미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 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고든 박사는 “최근 중국의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른 충격, 중동의 정세 불안, 그리고 석유 추출이 이미 피크에 달했다는 광범위한 예측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탄력 있는 에너지 공급의 시대로 접어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고든 박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에너지 가격이 정점에 도달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14–15개월 전에 사라졌다. 그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3개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 공급은 미국, 정책 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이들 세 국가는 모두 더 많은 공급과 낮은 가격을 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든 박사는 “중국에는 장기 (에너지) 수요 침체기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에너지 수요가 시장의 예측보다 빠르게 늘 때마다 긍정적인 수요 충격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부정적 수요 충격을 겪는 상태다. 부분적으로 경제 성장 목표치를 낮췄기 때문이다.

한편 고든 박사는 “에너지 생산 시설이 너무 많아지면서 미국에서 에너지 수요가 늘고 공급 과잉이 된다는 것은 희망적인 소식”이라며 “미국에서 에너지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공급 혁명은 중동의 지정학적•정치적 긴장이 악화될 때 수반되는 석유가 변화의 충격을 완화했고, 가격 급등을 억제해 경기 침체의 충격을 줄여줬다. 그는 “비전통 에너지 혁명이 ‘역사적으로 가격에 둔감했던 비OPEC의 생산 패턴’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최근의 에너지 가격 하락 사태는 오히려 미국의 에너지 생산업자들의 효율성을 높였는데, 현장에서는 생산설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업체들의 생산력과 생산 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이 덕분에 공급 강세, 가격 약세가 유지됐다고 고든 박사는 평가했다. 에너지 생산에 많은 사업자들이 집중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생산시설 가동이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추가로 물량이 공급돼 가격 상승이 억제될 것이다. 그럼에도 고든 박사는 당분간 최근 같은 규모의 공급 확대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관련, 고든 박사는 “석유 카르텔은 공급 과잉 시 이를 끊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OPEC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카르텔이 생산을 중단하면 미국과 러시아가 생산을 늘리게 만드는 자극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결정이 에너지 시장 지분 확대와 공급 관리 면에서 어느 나라에게 더 유리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고든 박사는 에너지 시장 역학에서 네 가지 의미를 찾아냈다.

1) 시장의 탄력성이 높고 수요가 낮으면 위험은 소비자로부터 공급자로 이동한다.
2) 다국적 석유 회사들은 재정적 타격을 크게 입었지만 한 편으로는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3) 시장 상황은 불균형을 강화시키는 순환적 행동 양식을 독려한다. .
4) 일정 기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다수 국가의 에너지 불안은 줄어들 것이다. 특히 중상주의적 의미에서 자원 불안감이 심한 나라(인도와 중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고든 박사는 “중국의 열망은 서방으로 향하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열망은 아시아를 향하면서 지금까지 중동에서만 나타난 유형의 불안정성이 동으로 번지고 있다”며 “중국은 특히 극단주의에 아주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논의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면서 “중국이 활발한 서진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미 간 폭넓은 안보 협의가 진행 된 것으로 미루어 미국이 AIIB에 참여할 확률이 여전히 매우 높다”고 추측했다.

고든 박사는 “지금까지 동아시아의 에너지 산업이 경쟁과 잠재적 갈등의 원인이 됐지만 이제는 잠재적 협력과 긴장 완화를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발표를 마쳤다.

 
일시: 2015년 10월 14일(수), 10:00–11:30
장소: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