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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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2017년 8월 5일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Resolution) 제2371호를 채택했다. 결의 제2371호는 2017년 7월 3일과 7월 28일에 있었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시험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이다. 2016년 11월 30일 북한의 제5차 핵 실험에 대한 제재를 목적으로 결의 제2321호가 채택된 이후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어지자 안보리는 지난 2017년 6월 2일 결의 제2356호를 채택했다.

안보리 결의 제2356호 채택 이후 북한의 반응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였고, 이에 안보리는 보다 강력한 결의 제2371호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결의 제2371호의 한계는 명확하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 결의 제2371호는 북한에 대하여 ‘즉각’ 제재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을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다. 둘째, 결의 제2371호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제재이므로 핵 실험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력한 내용을 포함할 수 없었다.

이처럼 안보리 결의 제2371호가 한계를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그 어떤 상임이사국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만한 내용만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본 이슈브리프는 안보리 결의 제2371호와 북한의 제5차 핵 실험 이후 채택된 결의 제2321호를 비교한 후, 어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상존을 전제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실효성을 높이거나 결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7년 9월 3일 자행된 북한의 제6차 핵 실험에 대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적 태도도 언급한다.

 

2. 안보리 결의 제2371호, 과연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인가?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할 때마다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때 각국 정부 관계자 또는 언론이 해당 결의 내용에 부여한 ‘과대평가’가 북한의 추가적인 핵 실험 또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무색해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결의 제2371호에 대해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결의 채택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남겼다. “유엔 안보리는 방금 15 대 0으로 북한을 제재하기로 결의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와 함께 했다. 매우 큰 재정적 타격이 있을 것이다!(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just voted 15-0 to sanction North Korea. China and Russia voted with us. Very big financial impact!)”1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북한의 제6차 핵 실험이 벌어진 이상 결의 제2371호에 대한 또 하나의 과대평가에 불과하다. 그러면 우선 결의 제2371호가 제2321호에 비해 진일보한 면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안보리 결의 제2321호의 특징

안보리 결의 제2321호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의 석탄 수출량 제한을 수치를 사용하여 계량화 했다는 것이었다. 결의 제2321호에 의하면 북한의 석탄 수출량은 연간 약 4억 87만 달러 또는 750만톤 중 낮은 수치로 제한된다.2 그리고 ‘위원회’는 북한의 석탄 수출량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야 하며, (위원회) 사무국은 북한의 석탄 수출량이 연간 제한의 75%, 90%, 95%에 도달할 때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그리고 결의 제2321호에 따라 북한의 수출 금지 대상이 은, 동, 니켈, 조각상, 헬리콥터 등으로 확대되었다.3 결의 제2321호는 북한 외교공관의 활동 제한을 목적으로 공관 당 또는 공관주재원 당 하나의 계좌만 가지도록 결정했고,4 각국이 판단하기에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북한 인사에 대하여 입국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했다.5

이와 같은 결의 제2321호의 제재 내용은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verb)를 사용하면서 채택되었기 때문에 제재 이행과 관련하여 각 유엔 회원국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재량(discretion)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즉, ‘요청한다(calls upon)’, (우려를) ‘표명한다(expresses)’ 등의 동사를 사용하여 채택된 제재 내용보다 ‘결정한다’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된 내용은 강제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결의 제2321호가 ‘요청한다(calls upon)’ 또는 ‘표명한다(expresses)’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한 제재 내용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게 북한 외교사절단의 숫자 감축을 요청한 것을 들 수 있다.6 그리고 결의 제2321호는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인력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했다.7 이와 같이 ‘요청한다’ 또는 ‘표명한다’라는 동사를 사용하여 채택된 제재 내용은 추후 또 다른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때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주목을 요한다.

 

(2) 안보리 결의 제2371호의 주요 내용 및 특징

안보리 결의 제2371호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의 석탄 수출 자체를 봉쇄했다는 것이다.8 결의 제2321호에 따라 북한의 석탄 수출량은 연간 약 4억 87만 달러 또는 750만톤 중 낮은 수치로 제한되어 있었는데, 이 수치를 다시 한 번 낮추는 과정을 생략하고 북한의 석탄 수출 자체가 금지되었다.

결의 제2371호는 북한이 생선, 갑각류 등을 ‘포함한(including)’ 해산물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9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가운데 소개되지 않았던 제재 내용이 ‘요청한다(calls upon)’ 또는 ‘표명한다(expresses)’ 등의 동사가 아닌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와 함께 즉각적으로 채택된 것이다.

결의 제2371호는 북한의 철 및 철광석 수출도 금지했다.10 결의 제2321호에 따라 북한의 철 및 철광석 수출은 ‘민생 목적(for livelihood purposes)’인 경우 예외적으로 가능했는데,11 결의 제2371호는 이 예외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결의 제2371호는 결의 제2321호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인력 문제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했다.12 다만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결의 제2371호 채택 당시 북한 사람들에게 이미 발급된 노동을 위한 체류 허가 숫자를 초과하여 체류 허가를 추가적으로 부여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되었을 뿐이다. 이는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인력 숫자를 결의 제2371호 채택 시를 기준으로 동결한다는 의미이다.

 

(3) 안보리 결의 제2371호에 대한 평가

북한의 석탄 수출 자체가 봉쇄된 것을 근거로 안보리 결의 제2371호에 대한 과대평가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북한의 석탄 수출량 중 약 90%는 중국을 향하고 있는데, 이미 중국은 지난 2017년 2월 19일부터 북한의 석탄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13 즉, 결의 제2371호에 포함된 북한의 석탄 수출 봉쇄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의 해산물 수출 금지도 북한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이는 북한이 동 ∙ 서해의 주요 어장에 대한 ‘조업권’ 자체를 이미 중국 어선들에게 팔고 있기 때문이다.14 일부에서는 결의 제2371호가 해산물의 예로 갑각류(crustaceans)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북한 수출 해산물의 범위와 조업권을 가진 중국 어선들이 잡는 해산물의 범위가 중첩되지 않으므로 해산물 수출 금지 결정은 실효성이 상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결의 제2371호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결의 제2371호는 생선,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해산물의 ‘예’로 적시하고 있을 뿐이므로 북한 수출 해산물의 범위와 중국 어선들이 잡는 해산물의 범위는 겹친다. 따라서 (조업권을 가진) 중국 어선들이 직접 해산물을 잡는 것이 결의 제2371호의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조업권’ 매매를 규율하지 못한 결의 제2371호는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결의 제2321호는 이미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인력 문제에 대한 내용을 ‘표명한다(expresses)’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했는데, 결의 제2371호가 이에서 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표명한다’라는 동사를 사용한 것은 결의 제2371호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인력 문제를 전혀 다루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한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보리 결의 제2371호 역시 북한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수준의 제재 내용만이 실제 안보리 결의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안보리 ‘표결(voting)’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유엔 헌장 제27조를 살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1) 유엔 헌장 제27조의 개관

유엔 헌장 제27조 제2항 및 제3항은 아래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2. 절차 사항(procedural matters)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은 9개 이사국의 찬성 투표에 의해 이루어진다.

3. 모든 다른 사항(all other matters)에 관한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은 상임이사국의 동의 투표를 포함한 9개 이사국의 찬성 투표에 의해 이루어진다. 다만, 제6장 및 제52조 제3항 하의 결정 시 분쟁당사국은 투표에 기권해야 한다.”

유엔 헌장 제27조는 ‘절차 사항’과 ‘실체 사항(substantive matters)’15 이라고도 불리는 ‘모든 다른 사항’에 대한 별도의 표결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절차 사항과 실체 사항을 구분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준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절차 사항인지 실체 사항인지 애매할 때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절차 사항이 아닌 ‘실체 사항’으로 취급되고 있다.16이는 절차 사항과 실체 사항을 구분할 때는 일단 유엔 헌장 제27조 제3항이 적용되고, 이후 그 구분에 따라 안보리 결정 시 유엔 헌장 제27조 제2항 또는 제3항이 적용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절차 사항에 대하여 안보리는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구분하지 않고 9개 이사국의 찬성 투표로 결정을 내린다. 즉, 절차 사항의 경우 안보리가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모두가 반대해도 결의가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17 이에 반해, 실체 사항에 대한 결정 시에는 안보리 각 상임이사국의 의사 하나하나가 절대적이다. 즉, 실체 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각 상임이사국이 소위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다.

 

(2)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거부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유엔 헌장 제27조 제3항은 직접적으로 거부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상임이사국의 동의 투표를 포함한(including the concurring votes of the permanent members)”이라는 표현을 통해 동의하지 않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거부권 행사, 즉 어떤 상임이사국의 반대 투표와 관련하여 언론은 일반적으로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9개 이상 이사국이 찬성 투표를 던지는 경우 안보리 결정이 채택된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보리 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9개 이상 이사국의 찬성 투표가 필요하다. 이는 설령 5개 상임이사국 모두가 찬성 투표를 던진다 하더라도 단지 3개 비상임이사국만 찬성 투표를 던지는 경우 안보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단 9개 이상 이사국의 찬성 투표가 있다는 전제에서 어떤 상임이사국의 반대 투표가 존재하는 경우 그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지, 오로지 8개 이사국이 찬성한 경우에는 9개 이상 이사국의 찬성 투표라는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여부 자체가 논의되지 않는다. 즉, “9개 이상 이사국이 찬성 투표를 던졌다는 전제에서 그 어떤 상임이사국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경우 안보리 결정이 채택된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3)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고려한 안보리 관행

‘실체 사항’에 대한 안보리 결정 시 어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가장 큰 법적 장애물이다. 이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소수가 ‘조율’이라는 명목 하에 먼저 안보리 결의를 ‘사전 작성(pre-cooking)’하는 관행을 만들었다.18 이 소수는 바로 5개 상임이사국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미국이 결의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미국이 작성한 결의 초안이 다른 상임이사국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 그 내용이 점점 형해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보리 결의 제2371호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국 또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약화된 수준의 제재 내용만 포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5개 상임이사국 간 약한 수준의 제재 내용 합의는 이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 시 빈번히 발생했다. 예를 들어, 결의 제2270호 채택 시 결의 초안에 대한 러시아의 부정적 반응은 북한의 석탄 수출 금지 문제와 관련하여 제3국의 석탄이 나진항을 통해 수출되는 경우의 예외와 항공유 판매 또는 공급 중단과 관련하여 북한의 민간항공(즉, 고려항공)이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재급유를 받는 경우의 예외 인정으로 이어졌다.19 결의 제2321호 채택 시에는 중국이 북한의 석탄 수출 금지와 관련하여 결의 제2270호가 인정하고 있던 민생 목적이라는 예외를 삭제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 반대했었다.20

 

4. 왜 대북 ‘원유공급’ 문제가 안보리 결의 제2371호에 포함되지 않았는가?

최근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때마다 언론은 대북 ‘원유공급’ 문제의 포함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원유공급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채택된 안보리 결의의 실효성은 의심스럽다는 논조를 표현하곤 한다. 이와 같은 언론의 이해 자체 내에서 별다른 논리적 비약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 제2371호는 원래부터 대북 원유공급 관련 내용을 포함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 이유로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안보리 결의 제2371호 이전에 채택된 그 어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도 대북 원유공급 문제를 암시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의 제1차 핵 실험에 대한 제재로 2006년 10월 14일 채택된 결의 제1718호부터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제재로 2017년 6월 2일 채택된 결의 제2356호까지 총 7개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중 원유공급 문제를 언급한 결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 결의가 어떤 특정 제재 내용을 언급하거나 소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이유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경우 ‘요청한다(calls upon)’ 또는 ‘표명한다(expresses)’라는 동사를 사용한 결의 내용이 추후 결의 채택 시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의 사용과 함께 각 유엔 회원국에게서 제재 이행에 관한 재량을 제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의 제1874호는 ‘북한 행 또는 북한 발 모든 화물 검색’이라는 제재 내용을 ‘요청한다’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했다.21 즉, 제재 내용이 일단 언급되거나 소개된 것이다. 그리고 이후 채택된 결의 제2094호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면) ‘북한 행 또는 북한 발 모든 화물 검색’을 수행해야 한다는 제재 내용을 ‘결정한다’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했다.22 즉, ‘북한 행 또는 북한 발 모든 화물 검색’이라는 제재 내용의 실효성이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예에 비추어 이전 결의에서 대북 원유공급 문제가 언급되거나 소개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유공급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결의 채택은 일종의 경고 없이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애초부터 예상할 수 없었다.

둘째, 결의 제2371호는 핵 실험에 대한 제재가 아닌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이다. 이는 안보리 입장에서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 실험을 하는 경우 채택할 제재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북한이 제6차 핵 실험을 감행한 이 시점에서 고려의 여지가 있는 대북 원유공급 금지 문제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제재로 사용했다면 안보리가 핵 실험에 대한 제재 카드를 모두 소진하는 전략적 실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위에서 분석한 것처럼 안보리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한계로 인해 어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를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내용만 담긴 형해화 된 제재 내용만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즉, 실효성 논란은 이미 예정된 문제라는 것이다. 대북 원유공급 금지와 같이 실효성이 담보된 제재 내용은 오히려 중국,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안보리 결의 초안에도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이유를 고려했을 때 대북 원유공급 금지 문제가 새롭게 채택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내에 포함되어 실제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일단 대북 원유공급 관련 문제가 ‘요청한다(calls upon)’ 또는 ‘표명한다(expresses)’ 등의 동사와 함께 안보리 결의 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이 단계가 선행되어야 추후 또 다른 결의 채택 시 대북 원유공급 금지 내용이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의 사용과 함께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5.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둘러싼 ‘two-track’ 전략 추진

안보리 결의 제1718호가 형식적이나마 최초의 대북제재 결의로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결의 제2371호까지 7개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실효성 논란을 겪으면서도 대북제재 결의 내용 자체가 체계화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한계로 인해 실효성이 급격히 향상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안보리 결의 자체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과 함께 결의를 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방안 모색이라는 ‘two-track’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1) 안보리 결의 자체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실체 사항’에 대한 안보리 결정 시 어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 즉 상수(常數)이다.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안보리 결의 자체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북 원유공급 관련 문제 등 어떤 특정 제재 내용이 일단 안보리 결의 내에 언급되거나 소개되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경우 ‘요청한다(calls upon)’ 또는 ‘표명한다(expresses)’라는 동사의 사용과 함께 채택된 결의 내용이 추후 다른 결의 채택 시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와 함께 각 유엔 회원국에게서 제재 이행에 관한 재량을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원유공급 금지’와 같이 실효성이 담보된 내용을 안보리 결의 내에 포함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무엇보다 정교한 사전 정지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즉, 대북 원유공급 금지가 오늘 현재 가장 효과적인 대북제재 수단이라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안보리 결의 초안을 작성하는 미국이 초안 내에 원유공급 문제를 소개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어서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 원유공급 금지에 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바탕으로 안보리가 중국을 포함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원유공급에 대하여 우려를 나타내는 내용을 일단 ‘표명한다(expresses)’라는 동사라도 사용하여 채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시작은 대북 원유공급 금지에 대한 미국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그리고 중국, 러시아 등과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미리 시작하고 어느 정도 전개해 놓아야 한다.

만약 대한민국과 미국이 대북 원유공급 금지를 처음부터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와 함께 안보리 결의 내에 포함시키고자 한다면 중국 또는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는 예정된 수순이다. 따라서 양국은 일단 대북 원유공급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만이라도 안보리 결의 내에 형식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도록 진력해야 한다. 이 작업만 성공하면 추후 또 다른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 시 대북 원유공급 금지가 ‘결정한다(decides)’라는 동사의 사용과 함께 포함될 수 있는 근거가 구축되는 것이다.

 

(2) 안보리 결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

어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상 안보리 결의 이외의 다른 대북제재 수단도 병행 추구될 필요가 있다. 즉, 미국, 일본과 같은 ‘like-minded countries’는 물론 아세안(ASEAN) 등과도 협력하여 ‘일방적인(unilateral)’ 대북제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의 일방적인 대북제재는 북한에 대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도 거세고 중국도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이는 역으로 일방적인 대북제재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더욱 적절한 방법이라는 의미이다.

미국23과 일본24이 안보리 결의 제2371호 채택 이후 각자의 일방적인 대북제재를 강화한 것은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북한 핵 또는 탄도미사일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감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 같은 ‘like-minded countries’는 안보리 결의 틀 밖에서도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국가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일방적인 대북제재를 강화하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like-minded countries’의 범위가 북한이 주로 활동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로까지 확대된다면 대북제재의 효과는 배가된다. 둘째, 미국, 일본 등이 추진하는 일방적인 대북제재의 대상은 주로 중국 기업 또는 중국인이므로 중국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 된다. 즉,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중국과 같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은 안보리 결의 그 자체보다 바로 각국, 특히 미국, 일본 등이 행하는 일방적인 대북제재이다.

 

6. 나가며

안보리 결의 제2371호 역시 실효성 없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한계 때문이다. 북한의 석탄 수출이 봉쇄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결의 제2371호에 대한 과대평가 움직임이 있으나 이미 중국이 지난 2017년 2월 19일부터 북한의 석탄을 수입하지 않고 있는 이상 결의 제2371호는 이 사실을 확인한 결의에 불과하다. 결의 제2371호에 북한의 해산물 수출 금지가 포함되었으나 이는 북한이 동 ∙ 서해의 주요 어장에 대한 ‘조업권’ 자체를 중국 어선들에게 매매함으로 이미 충분히 우회하고 있거나 우회할 수 있는 내용이다.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인력 문제에 대한 내용도 ‘표명한다(expresses)’라는 동사와 함께 채택되는데 그쳐 결의 제2371호는 사실상 이 문제를 전혀 다루지 못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대북 ‘원유공급 금지’ 문제가 포함되어야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실제 초안을 작성하는 미국 입장에서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6차 핵 실험을 감행한 오늘 현재 대북 원유공급 문제를 안보리 결의 내에 포함시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대북 원유공급 금지 문제가 제재 내용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일단 ‘결정한다(decides)’가 아닌 ‘요청한다(calls upon)’ 또는 ‘표명한다(expresses)’ 등의 동사와 함께 대북 원유공급에 관한 그 어떤 내용이라도 (북한의 제6차 핵 실험에 대한 제재 목적으로) 새롭게 채택될 안보리 결의 내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바로 이 단계를 밟는 것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자체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상존이라는 안보리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한계만 탓하기보다 결의 제2371호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총 8개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포함된 제재 내용의 실효성 강화 패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안보리 결의 자체의 실효성 제고 노력과 더불어 미국, 일본과 같은 ‘like-minded countries’와 협력하여 안보리 결의 틀 밖에서 일방적인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각국이 추진하는 일방적인 대북제재의 제재 대상이 주로 중국 기업 또는 중국인이므로 중국 입장에서는 안보리 결의 그 자체보다 미국, 일본 등의 일방적인 대북제재가 더욱 뼈아픈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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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이기범

국제법센터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