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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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미국의 폼페이오 (Mike Pompeo) 국무장관, 일본의 모테기 (Toshimitsu Motegi) 외상, 호주의 페인 (Marise Payne) 외교장관, 그리고 인도의 자이샨카 (Subrahmanyam Jaishankar)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7년에 다시 부활한 4자 안보대화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에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외교장관이 자리를 함께 했다.1 이 회동에 즈음해서 Qua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간 전략 경쟁 문제가 Quad 외교장관들의 논의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2017년 이후 Quad 국가들의 대외정책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개별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은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강화해왔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네 개 국가의 모임인 Quad 역시 반중 연합 (anti-China coalition)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띠고 있고, 이런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대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Indo-Pacific Strategy), Quad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참여를 명확하게 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반중 연합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Quad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크게 경계한다. 미-중 강대국 사이 한국의 전략적 부담은 한국의 오래된 딜레마다.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한국 정부는 대미, 대중 관계를 동시에 원만히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과는 별개로 Quad에 참여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순된 두 마리 토끼인 미국과 중국을 모두 놓치지 않는 전략을 펴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반중 연합 성격을 띠는 Quad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과 Quad가 내세우는 자유주의 질서 강화 쪽에 무게를 두는 우회적 전략을 펴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중 연합의 성격을 더해가는 Quad

 
Quad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CSIS의 한 보고서는 Quad의 태동을 2004년 인도양 지역 쓰나미에서 찾고 있다. 이 쓰나미 이후, 복구와 원조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모임인 ‘쓰나미 핵심 그룹’ (Tsunami Core Group) 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네 국가의 모임이 2007년 이후 일련의 정상들 간의 논의와 외교장관들 간의 논의를 거쳐 Quad의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2  이렇게 시작된 Quad가 지금 운영되고 있는 4개국 간의 안보대화로 바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Quad의 지속에 관해 보다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호주와 인도는 이후 미묘한 입장의 변화를 보였다.

2007년 말 자유당 (Liberal Party)과 국민당 (National Party)의 연합을 이기고 집권에 성공한 호주의 러드 (Kevin Rudd) 총리는 이전 하워드 (John Howard) 정부의 노선에서 이탈, Quad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물론 미국과의 동맹, 안보협력에 대해 러드의 노동당 정부도 보수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Quad의 전략적 함의에 부담을 느낀 호주가 탈퇴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Quad는 거의 10여년간의 동면에 들어간다. 꾸준히 Quad 협력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Quad 1.0이 만들어졌던 당시 4개국의 공식적인 모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이 4개국간 양자 혹은 3개국 협력과 논의는 공식적인 Quad가 아니더라도 지속되었다.

10년간의 동면 끝에 다시 공식적으로 Quad 협력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2017년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인도-태평양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계기가 만들어졌다. Quad 2.0의 이면에는 2007년 Quad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이후 10여년간 급속히 진행된 중국의 위협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미국의 틸러슨 (Rex Tillerson) 국무장관과 일본의 고노 (河野太郎) 외상이 Quad의 부활을 제안했고, 2017년 연말에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차 마닐라에 모인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 간 논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Quad 2.0이 시작되었다. 이후 고위관료 간 진행되던 4개국 사이 협력은 2019년 말 다시 4개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격상되었다.3  2020년 10월 일본에서 있었던 4개국 외교장관 회동은 2019년 업그레이드 이후 두번째 Quad 외교장관 회의였다.

Quad2.0이 1.0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반중 연합의 성격이다. 2017년 이후 Quad 국가들을 둘러싼 국제적인 환경과 각국의 국내 변수들에 의해 중국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Quad 2.0으로 Quad 국가들이 다시 모이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중국의 명확해진 위협 때문이다. Quad 2.0의 이런 성격이 전략적으로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Quad 참여 가능성과 관련된 논의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몇 년간 Quad 2.0의 반중 연합이라는 성격은 지속적으로 강해질 전망이다. 현재 Quad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중국 대외정책 및 대외 전략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 이런 성격은 지속되고 강화될 것이다.

 

<표 1. Quad의 형성과 현황>

표1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명확하다.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Quad는 중국을 봉쇄하는데 활용하기 좋은 수단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판해왔다. 무역전쟁, 기술전쟁으로 시작한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 전략경쟁은 이제 이념적 차이로 번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2018년 미국이 중국과 기술전쟁, 무역전쟁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은 중국의 도전에 직면한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누르고 헤게모니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2020년,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미국은 매번 공개적으로 중국이라는 국가 대신 중국 공산당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20년 9월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동남아 해양 국가들을 협박하는 중국 국가 소유의 기업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청산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국 공산당 (Chinese Communist Party)이 우리와 우리 국민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미국은 여기에 당신들을 돕기 위해 계속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4

이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Quad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2020년 10월 Quad 국가 외교장관 회동의 인사말에서 폼페이오는 “작년 우리가 만났을 때의 환경은 지금과 매우 달랐습니다. 우리는 우한으로부터 시작된 판데믹에 대해서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은폐로 인해서 위기는 극도로 악화되었습니다… Quad 협력의 파트너 국가로서 우리 국민들과 파트너 국가들을 중국 공산당의 착취, 부패, 억압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어느때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이런 [중국 공산당의 행동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메콩, 히말라야, 그리고 대만 해협에서 목격했습니다”라는 발언을 했다.5  여기서도 중국 대신 중국 공산당을 언급하면서 Quad 네 국가를 하나의 파트너로 묶어 중국 공산당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개별 국가에 대한 위협 뿐만 아니라 Quad 파트너 국가에 대한 위협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게 Quad 협력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한 공동전선이다.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은 미국 외 Quad를 구성하는 국가에서도 유사하게 강화되었다. 가장 대표적 국가는 호주다. 2014년 토니 애벗 (Tony Abbott) 정부 까지만 해도 호주와 중국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호주 무역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호주에 매우 중요한 협력 대상이었다.6  호주는 미국의 부정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 (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에 초기부터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호주와 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관계 악화를 촉발시킨 것은 중국의 호주 내정간섭 문제였다. 노동당 의원들이 잇달아 중국 기업가와 중국 인사들로부터 정치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고 이들의 대외적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중국이 호주 국내 정치, 사회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우려가 높아졌다.7  이후 호주 정부는 외국의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제한을 크게 강화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들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중앙 정부가 개입을 하기 시작했다.8  2018년에는 미국 정부처럼 호주도 공식적으로 중국 화웨이의 5G 국가 통신망 건설 참여를 배제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긴장 고조는 2017년 Quad 2.0의 소집 시기와 들어 맞는다. 호주가 다시 Quad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국내적으로 고조되는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2017년부터 중국의 내정 간섭 문제로 위태롭게 유지되던 호주와 중국 관계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호주가 코로나 바이러스 원인과 중국의 책임 규명에 관한 국제적인 조사에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갈등 국면으로 들어갔다.9  곧바로 중국은 호주의 이런 결정을 비난하면서 호주에 대한 사실상의 경제적 제재를 시작했다. 중국은 호주의 소고기, 보리, 와인 수출에 광범위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대중국 위협 인식이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 발표된 호주의 2020년 국방전략업데이트 (2020 Defence Strategic Update)와 2020년 군사구조계획 (2020 Force Structure Plan)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이 계획들은 과거와 달리 호주의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인식을 크게 강조했다. 두 번째로 이런 위협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국방비 지출은 크게 늘렸다.10  물론 호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중국으로 특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변 안보 상황이 변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위협 인식이 높아진 것 만이 유일한 변화된 상황이라면 호주의 국가안보에 대한 강조는 대부분 중국의 잠재적 위협으로 설명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인도는 Quad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약한 고리 (weakest link)로 여겨진다. 미국과 오랜 동맹 관계, 군사적-전략적 협력을 유지해왔던 일본, 호주와 다르게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노선을 견지하거나 미국의 반대 진영인 소련과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11  냉전이 종식된 이후 인도는 동방정책 (Look East Policy) 등을 펴면서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거리를 좁히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추진했다. 인구대국인 인도가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인도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졌다. 2006년 부시 행정부는 인도와 민간 부문 핵협력에 관한 협정에 합의했고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협력을 도모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피봇 정책에서도 인도는 중요한 협력 국가로 여겨졌다.12  그러나 오바마 정부 기간 동안 미국과 양자 관계 발전에도 불구하고 Quad 협력에서 인도와 호주는 한발 물러서 있었다. 무엇보다 Quad 국가를 중심으로 강한 추동력을 얻었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도 인도는 중국에 대한 양면적 태도, 즉 전략적 위협과 경제적 기회라는 시각을 견지하면서 다른 Quad 국가들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13

그러나 인도의 대중국 입장은 최근 큰 변화를 겪었고 지금은 Quad를 통한 중국에 대한 대응에는 큰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도 인도의 대중국 시각을 크게 좌우한 것은 최근에 있었던 인도와 중국의 국경 충돌이다. 이 충돌을 기점으로 인도가 중국에 대해 가졌던 전략적 위협이라는 관점이 경제적 기회라는 관점을 압도했다.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국가는 과거 잦은 국경 분쟁을 벌였다. 1975년 이후 소강 상태였던 국경 분쟁이 2020년 다시 수면위로 떠 올랐다. 5월 라다크 (Radakh) 팡공 (Pangong)호수에서 있었던 양국 군인 간 충돌 이후 6월에는 인근 갈완 계곡 (Galwan Valley)에서 또 한 번의 충돌이 있었고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충돌은 8월 말 팡공 호수에서 다시 인도와 중국의 군인들이 충돌하면서 재현되었다. 9월 한달간 양국 간 국경 충돌을 놓고 대화가 이어져 현재 국경에서 충돌은 다시 한번 소강상태에 들어졌다. 그러나 일련의 충돌은 인도에게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서 심각하게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적으로 반중 감정이 높아졌고 인도 정부는 중국산 스마트폰 앱 퇴출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의 상황만 놓고 보면 Quad 네 국가 중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중국 봉쇄의도가 가장 적은 것은 일본이다. 총리가 바뀌기 전까지 아베 전 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을 꾸준히 추진했다. 2020년 6월 일본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주도한 홍콩 보안법에 대해서 비판하는 공동성명 참여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다.14  더 가까이는 지난 10월 16일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와 같이 일본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추진하는 반 화웨이 네트워크인 ‘클린 네트워크’ (clean network)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15  인도-퍼시픽, Quad 등 미국 주도의 전략적 협력과 대중국 봉쇄에 꾸준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해 온 일본의 이런 결정은 다소 예외적이다.

근본적으로 일본은 지역에서 미국의 힘이나 관여가 약화되고, 성장한 중국이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쥐는 것에 대해 경계하였다. 이러한 경계심은 중국 부상 이후 일본의 대외정책, 대중국 정책의 근간이었다. 달리 보면 시진핑 초청과 ‘클린 네트워크’ 불참은 일본의 친중 노선이 아닌, 미국의 약화를 우려한 일종의 보험적 성격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2020년 7월 발표된 일본의 2020년 방위백서는 이전보다 강화된 어조로 센카쿠 문제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백서는 52차례나 센카쿠를 언급하면서 중국이 지금까지의 활동을 지속할 뿐만 아니라 질적, 양적으로 새로운 활동을 확대할 것을 우려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집요한”이란 단어를 써가며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를 묘사했다. 최근 중일간 화해무드와 시진핑 방일 초청 등에도 불구하고 안보-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에 대한 일본의 우려와 경계심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16  일본이 도쿄에서 Quad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강화되는 Quad의 반중 연합 성격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Quad 체제에 남아 있고 이는 일본도 Quad의 반중 연합 성격 강화에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네 국가의 반중 연합 전선은 중국에게는 작지 않은 전략적 부담이 된다. 물론 이 네 국가의 연합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등 직접 위협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선제적 군사도발이 있지 않다면 먼저 중국에 대한 군사행동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군사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정도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자유로운 활동에 제동을 거는 정도 일 것이다. 문제는 이 네 국가의 연합전선이 가지는 영향력과 상징성이다. 이 네 국가는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런 네 개의 ‘지역’ 중견국 혹은 강대국이 반중 연합을 구성하게 되면 중국에 대한 심리적 압박 뿐만 아니라 이 연합이 지역의 다른 중소국가들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봐야 한다. 적어도 이 네 국가가 강력한 반중 연대를 할 때 중국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국가들이 중국의 편을 선뜻 들기는 쉽지 않다. 지역 국가들은 Quad 국가들이 해줄 수 있는 경제적, 인도적, 군사적, 안보적 지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이 네 국가의 연대는 중국에 대한 직접 압박 뿐만 아니라 지역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장, 우방 만들기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

 

미국의 압박과 문재인 정부의 Quad 거리두기

 
한미동맹을 한반도 문제를 넘어선 지역차원의 전략, 안보 문제 관리로 확대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늘 한국 정부에게 부담이 되는 사안이었다. 제한된 한국의 자원을 너무 확대한다는 부담 뿐만 아니라 지역 안보, 전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적으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의 악화는 다시 한반도 상황과 북한 관리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이런 미국의 주문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Quad 참여 요청으로 나타났다. 이런 압력에는 인도-태평양 전략, Quad와 관련된 하위 계획 즉 Quad-Plus, 클린 네트워크 참여, 화웨이의 5G 참여 배제 등도 포함된다.17

트럼프 행정부 첫 해인 2017년부터 한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를 요청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을 의식해 인도-태평양 전략 참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런 미국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공식, 비공식적으로 있었고, 결국 양국은 2019년 11월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성 차관이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이 지역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합의문을 내놨다.18  이 협력 방안에서 한국은 한미 동맹차원이 아닌 한국의 대동남아, 대인도 전략인 신남방정책을 내세웠고, 전략-안보 차원에서 민감한 이슈들은 가급적 배제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설정했다. 양국은 주로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하기로 했고, 안보 측면에서는 주로 비전통안보 문제, 인간안보 문제에 집중했다. 2019년 말에 이루어진 합의 이후 구체적으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정책간 협력은 진행되지 않았다. 2020년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질적 협력의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전략 간의 협력이 코로나19 상황으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꾸준히 미국의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런 요청은 특히 2020년에 자주 나타났다. 미국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후 중국에 대한 비판과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2020년 이전 미국의 대중국 대응이 주로 무역 전쟁과 기술 전쟁 등 중국에 대한 독자적 행동이었다. 반면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미국은 부쩍 지역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에 공동으로 맞서고 중국을 봉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Quad의 활성화 뿐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 국가들에게 중국의 위협에 대해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9월 ARF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이런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의 지역 국가들에 대한 압박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Quad Plus와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 화웨이 배제, 클린 네트워크 참여 요청 등이 잇달았다. 비건 (Stephen Biegun) 국무부 부장관은 8월, 미-인도 전략파트너십포럼 (U.S.-India Strategic Partnership Forum)에서 아시아에는 NATO와 같은 집단 안보 체제가 부재하다고 언급했다. Quad는 더 많은 국가들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며 Quad를 아시아의 NATO로 만들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와 함께 기존 Quad 네 국가와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가 코로나19 관련된 별도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19  Quad 네 국가와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가 흔히 Quad Plus로 언급되는 국가들이다. 이는 Quad를 핵심으로 Quad와 Quad Plus가 중국의 위협에 대항한 아시아판 NATO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언급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9월 에스퍼 (Mark Esper) 국방장관은 랜드연구소에서 연설 후 이어진 질의 응답을 통해 미국의 양자동맹들을 언급하며, 이를 묶어 다자 형태의 협력이 더 바람직하다며 Quad를 예로 들었다. 더 나아가 그는 이 질의 응답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결을 하려 한다면 미국 외에도 한국과 싱가포르 등 지역에 있는 국가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20  정리하면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미국은 지역에서 양자를 넘어 Quad 등 다자형태의 협력을 추진해야 하며 지역에는 한국과 싱가포르 등 중국에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미국의 파트너들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우회적으로 대중국 전선에 한국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4월 말에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확히 Quad Plus라고 불리는 7개 국가를 언급한 바 있다. 3월에 중국을 배제하고 제안된 미국 중심의 새로운 지역 공급체인 (supply chain)인 경제번영네트워크 (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를 언급하면서 “미국은 글로벌 경제를 전진시키기 위해 미국의 친구인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과 정보와 실천방안을 공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21  다시 말하면 이 6개 국가들의 EPN 참여를 촉구하는 동시에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6월에는 한국과 미국의 고위당국자들 사이에 EPN 문제에 관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보도도 있었다.22  그 연장선상에서 열린 10월 한미 5차 고위급경제협의회에서도 미국은 특정업체를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클린 네트워크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압박을 했다.23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한국의 대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먼저 한국은 흔히 Quad Plus라고 불리는 7개국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3개국과 기존 Quad 4개국) 모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던 시점인 3월 말 기존 Quad 국가에 성공적인 방역을 해온 3개국을 포함해 각 국가 외교차관 수준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된 긴밀한 협의를 위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12차례 개최된 이 회의에서는 주로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다자협력과 경제활동 위축에 대한 대응, 지역 다자협의체 내에서 국가간 협력 등에 대해서 주로 논의를 해왔다. 아직까지는 대체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회의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다.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 7개국 모임을 지역적 코로나 대응에 국한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7개국 모임이 결국 Quad Plus로 발전하는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9월 11일 개최된 12번째 화상회의 직후 외교부는 이 회의에서 Quad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24

한국은 물론 미국도 이 회의를 공식적으로 Quad Plus라고 부르지 않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논의 내용도 대부분 코로나19 대응과 역내 다자협력체에서 협력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Quad Plus라는 명칭은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며 주로 전략문제를 분석하는 학자들이나 신문기사에서 편의상 부르는 호칭으로 남아 있다.25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동맹국 (한국), 과거 동맹국 (뉴질랜드), 그리고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군사적 협력이 긴밀한 국가 (베트남)를 묶은 이 회의가 가진 특성은 전략적이고 안보적인 함의를 동시에 가지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이 모임을 Quad Plus로 공식화하고 안보와 전략문제를 의제로 추가해 확대된 Quad, 혹은 확대된 반중 전선으로 만들고자 하는 유혹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두번째로 한국은 Quad 직접 가입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Quad 가입 요청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인 이수혁 대사는 10월 한국의 Quad 참여 관련한 질문에서 “미국이 아직 한국에 Quad Plus를 신청하겠다고 요청한 적 없다”고 밝혔다.26  며칠 뒤에는 미국 주도의 화웨이를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나왔다. 10월 14일 개최된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에서 미국은 다시 한번 클린 네트워크에 한국의 가입을 촉구했지만, 한국은 특정 기업의 배제 등과 같은 문제는 “민간업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27

그보다 앞서 9월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현재 한국은 Quad에 가입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강경화 장관은 한국의 Quad Plus 가입 의향에 대한 질문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Quad 가입에 관한 초청이 없었고, Quad가 구조화된 동맹일 경우 한국의 안보 이익에 이 동맹이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다만 “구체 현안에 대해서 한국은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며 국제규범에 따르는 접근을 보유한 이들과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28  뿐만 아니라 강장관은 현재 한국의 전략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특정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장관은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은 도움이 안 된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우리의 닻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으며,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경제 파트너라 우리 기업인과 시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이런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정리했다.29

 

한국의 딜레마와 전략적 역할분담론

 
미-중 전략경쟁이 단순 전략경쟁을 넘어 이념 경쟁으로 발전하고 쉽게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지역 국가들은 전략적 딜레마를 겪고 있다. 많은 국가들은 미국이 형성하고 주도해 온 익숙한 자유주의 지역질서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이 질서는 지금까지 지역 국가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특히 안보 측면에서 압도적인 미국의 힘을 생각하면 지역국가들이 이 질서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이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이 제시하는 대안적 질서는 실체가 없으며, 비전이 불명확하다는 불안요소가 있다. 반면 중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인 유인은 개도국은 물론이고 중견국, 나아가 명시적으로 반중 전선에 포함한 국가들에게도 놓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런 딜레마 속에 미-중 사이 역내 국가들은 쉽게 선택을 하기 어렵다.

최근 2~3년 미-중 선택의 딜레마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그 핵심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 아시아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가치,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 미국이 견지해오던 자유주의 질서를 표방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실행에서는 이런 자유주의적 요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역국가들이 미국에 가졌던 기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동맹에 대한 평가절하와 동맹을 금전적 가치와 이익으로 계산하는 미국의 대외정책,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강경한 대결적 자세 등은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안보 위협을 느끼는 국가들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대외정책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Quad 참여 압박, Quad Plus가 전략-안보 협력 성격으로 전환될 위험, 중국을 배제하고 봉쇄하는 EPN과 클린 네트워크 참여 압력 앞에 놓여 있다. 반대로 중국은 한국이 이런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관한 움직임이 있자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공개적 경고를 한 바 있다.30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시 한국에 대한 경제적 조치,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시 대일 희토류 수출 금지, 남중국해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대한 경제적 보복, 최근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 제재 등을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은 쉽게 예상된다. 이런 일반적 딜레마 외에 한국은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미국과 중국을 모두 필요로 한다는 현실이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크게 세가지다. 미국 혹은 중국을 선택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고, 세번째로는 지금처럼 양 강대국의 중간에 서 있는 입장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안보 문제를 크게 의지하고 있는 동맹 국가인 미국의 전략과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협력적 태도를 취하지만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고 최소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는 전략이다. 이런 양 강대국 사이에 서 있는 입장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만 취하고 있는 입장은 아니다.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동시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Quad에 대해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협력 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입장은 한국 뿐 아니라 많은 동남아 국가도 유사하게 가지고 있는 입장이다.31

이런 전략 이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 전략이 단순한 기계적 중립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섬세하고 더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점증하는 미-중 경쟁, 특히 미국의 압박에 직면해 한국이 취해야 하는 전략은 인도-퍼시픽 등 미국의 큰 협력 그림에 동참하지만, 대 중국 봉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회피하는 방향이다. 미국의 대전략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적절한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의 두가지 요소, 즉 표면적 대의명분인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실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중국 봉쇄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재)강화라는 방향에는 적극 동참하고 더 나아가 지역 국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지역질서 강화를 주도해야 한다.

민주주의,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 역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지금까지 한국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앞으로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노력은 명분도 있다. 한-미 양자 관계 측면에서 보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행정부에 상관없이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에서 고정불변의 요소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봉쇄정책은 행정부에 따라서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미국 내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하지만, 그 구체적 방법론은 행정부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전략, 그와 관련된 군사적-전략적 움직임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대신 또 다른 축인 자유주의 질서 강화를 맡겠다는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좋다.

미국은 한국의 Quad 참여나 적극적인 반중 연합 동참을 기대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강화와 중국 봉쇄를 구분하는 역할분담론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보다 잘할 수 있고 명분 있는 역할은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강화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Quad 내에 포함이 되어 있지만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는 호주, 한국과 유사하게 미-중 사이 압력에 끼인 아세안 국가들을 규합해 지역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연대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이런 지역 국가들의 연대가 구성될 경우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국 전략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분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런 역할분담론은 대중국 관계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주도 반중 전략에 참여하는 대신 자유주의 질서 강화, 특히 자유무역과 다자협력 같은 요소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때 중국도 이를 반대하기는 힘들다. 자유무역이나 다자협력과 같은 항목들은 중국도 지지하는 요소다. 더 나아가 이런 한국의 전략은 중국이 추진하는 대안적 질서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중요 요소들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한국은 이런 중국의 대안적 질서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도 발신할 수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메시지 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한국 대외정책과 전략의 기본 노선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역할분담론을 통해 한국이 미국이 Quad를 통해 추진하는 반중 전선에 참여하는 대신 자유주의 지역질서 강화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미국과 거리를 멀리 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관계 악화를 막거나 최소한 중국이 한국을 비판할 명분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경쟁하는 강대국에 비해서 한국이 가진 객관적 국력은 작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언제까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보다 강한 상대에 대해서 최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한국은 지역적으로나 글로벌 차원에서나 중견국임을 자임해왔다. 외부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도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나 약소국이 아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혹은 적어도 지역 차원에서 중요한 안보 문제, 전략적 문제나 지역 질서에 대해서 한국 나름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이쪽 저쪽의 눈치를 보면서 한국의 이익만을 고려해 움직이거나 중요한 전략 경쟁의 흐름 속에서 이를 마냥 모른 척하고 후에 결과에만 편승해도 되는 그런 작은 국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 두가지의 요구사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지역 질서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목소리를 내지만, 어느 특정 강대국 쪽으로 치우치거나 선택을 하지 않는 입장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계적 중립도 넘어서야 한다. 대 중국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되,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쟁하는 두 강대국 어느 쪽에서도 한국의 노선에 대해서 비판하기가 곤란하고 오히려 한국은 자유주의 질서에서 멀어져가는 미국, 자유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을 비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호주,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해서 지역의 자유주의 질서를 강화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우리의 전략적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중견국으로서 기대되는 역할도 다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데 있어 전략적 모호성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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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Patrick Gerad Buchan and Benjamin Rimland. 2020. “Defining the Diamond: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the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CSIS Briefs. March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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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인도-태평양 전략과 Quad는 상호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 지역 관점인 아시아-태평양 혹은 동아시아에서 인도는 배제되었다. 반면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는 물론 인도양까지 포함하는 보다 확장된 지역에 대한 전략이다.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략을 상정할 때 Quad의 한 요소인 인도가 포함되고 나머지 세 국가와의 협력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Quad의 네 국가는 모두 인도-태평양 지역개념과 전략을 개별 국가의 이익과 전략 차원에서 가장 강력하게 옹호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서로 다르게 발생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전략과 Quad는 일종의 선택적 친화성을 가진다.
  • 18. 외교부. 2019. “FACT SHEET: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Working Together to Promote Cooperation between the New Southern Policy and the Indo-Pacific Strategy”.
  • 19. Stephen Biegun. 2020. Remarks at the U.S.-India Strategic Partnership Forum. August 31. (https://www.state.gov/deputy-secretary-biegun-remarks-at-the-u-s-india-strategic-partnership-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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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Lee Hay-ah. 2020. “U.S., S. Korea agree to continue talks on economic initiative against China” Yonhap News. June 6.
  • 23. 김인엽. 2020. “화웨이 배제 재차 압박한 美…정부 민간 영역의 문제” 서울경제. 10월 14일.
  • 24. 뉴스1. 2020. “정부, 7개국 외교차관 코로나 화상회의…쿼드 논의는 없었다” 동아일보. 9월 11일.
  • 25. 예를 들어 Jeff M. Smith. 2020. “How America is Leading the Quad Plus Group of 7 Countries in Fighting the Coronavirus” The Heritage Foundation Commentary. April 1.; Dat Nguyen. 2020. “US-led trade network could strengthen Vietnam’s place in global supply chains” VN Express. May 24.; Derek Grossman. 2020. “Don’t Get Too Excited, ‘Quad Plus’ Meetings Won’t Cover China” The Diplomat. April 9.; 정효식. 2020. “비건 ‘어떤 나라든 참여 환영’…반중 ‘쿼드 플러스’ 속도 낸다” 중앙일보. 10월 13일.; 한기재. 2020. “美 공들이는 ‘쿼드 플러스’…한국 ‘反中 안보 연대’ 참여 딜레마” 동아일보. 9월 14일. 한편 Quad Plus로 검색을 할 경우 유독 인도, 인도학자들의 Quad Plus 언급이 많음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Jagannath Panda. 2020. “India and the Quad Plus Dialogue” RUSI Commentary. 12 June.; Rajeswari Pillai Rajagopalan. 2020. “Towards a Quad-Plus Arrangement?” Indo-Pacific Analysis Briefs. Perth USAsia Centre. Vol. 1.; Rajesh Mehta, Somya Mathur and Badri Narayanan Gopalakrishnan. 2020. “Time to give expanded Quad Plus a chance” The Daily Guardian. July 14. 반면 Quad Plus가 Quad 국가의 Track 1.5 씽크탱크 모임을 뜻하기도 한다. 호주의 호주전략정책연구소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ASPI), 일본의 일본국제문제연구소 (Jap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 JIIA),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 (Heritage Foundation), 그리고 인도의 비베케난다국제재단 (Vivekenanda International Foundation, VIF)는 2013년부터 Quad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이 모임을 Quad Plus라고 부르고 있다. 헤리지티 재단 홈페이지 참조 (https://www.heritage.org/the-quad-plus).
  • 26. 김성진, 윤해리. 2020. “이수혁 주미대사 美, 韓에 쿼드 플러스 공식 요청한적 없어” 뉴시스. 10월 12일자.
  • 27. 김인엽. 2020. “화웨이 배제 재차 압박한 美…정부 민간 영역의 문제” 서울경제. 10월 14일.
  • 28. 김동현. 2020. “강경화, 다른 국가 배제 좋지 않아…쿼드 가입에 부정적” 연합뉴스. 9월 25일자.
  • 29. 김동현. 2020. “강경화, 다른 국가 배제 좋지 않아…쿼드 가입에 부정적” 연합뉴스. 9월 25일자.
  • 30. 유상철. 2019. “환구시보, 한일, 미국 총알받이 되지 말라 협박성 경고” 중앙일보. 8월 6일자. 이런 중국의 경고는 동북아를 넘어 지역 전체를 향한다. 최근 동남아 국가를 순방하는 자리에서 왕이 (Wang Yi) 외교부장은 “(미국은 인도-태평양 정책이) 추구하는 바는 오래된 냉전 사고방식을 다시 확산하고, 서로 다른 집단과 블록 사이 대결을 부추기며, 지정학적 경쟁에 불을 붙이는 행위”라 비판한 바 있다. 여기 덧붙여 지역 국가들은 이런 위험을 “명확히 인식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Reuter. 2020. “China warns Asian countries to be vigilant on US strategy in region” The Straits Times. October 13.
  • 31. 예를 들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아세안의 입장을 정리한 아세안의 인도-태평양 관점 (ASEAN Look on the Indo-Pacific)은 배타적 지역 아키텍처를 거부하고 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내세우고 있다. Amitav Acharya. 2019. “Why ASEAN’s Indo-Pacific outlook matters” The Strategist. 12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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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이재현

지역연구센터 ; 출판홍보실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