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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공약, 한국도 예외 아닌 시간문제
트럼프의 관점에서 한미동맹 중요성 이해시켜야
현안 가운데 우선순위 정하고 우리가 줄 것과 받을 것 명확히 구분하는 지혜 필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한국을 찾아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미관계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키는 방한(訪韓)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취임 후 보름이 조금 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 선거 기간에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던 것들이 공언(空言)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오바마케어를 손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테러위험국 출신 난민과 7개 무슬림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일본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가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점을 행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관련하여 100% 방위비 분담,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환율조작 문제, 안보 무임승차 등을 지적한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 의회를 비롯한 주류 집단과 인사들은 동맹을 중시하고 협의와 협력을 강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의 내용을 보면 이런 미국 주류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거나 견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가능성이 아닌 시간문제로 보인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트럼프 행정부를 대하여야 할 것인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함을 가지고 하나하나 꼼꼼히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과 한국이 왜 미국에 중요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경을 고려해서 경제적 관점 혹은 기업가적 관점에서 동맹을 설명해야 한다. 동맹 유지를 위해 미국이 투자하는 것보다 가져가는 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말로는 설득하기 어렵다. 간결하지만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를 통해 한미동맹이 안보 이익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제 이익을 얼마나 미국에 제공하는지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서 문제의 경중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해야 한다. 지금 국내에서는 마치 한미 양국 간 방위비 분담 문제에서부터 통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2017년에 제기될 문제가 있고 2018년, 그리고 이후에 제기될 문제들이 각각 따로 있다. 2017년에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와 한미 통상문제, 2018년에는 방위비 분담을 비롯한 한미동맹 발전에 관한 이슈들이 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단계적 접근을 통해 한미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증진되도록 해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받기만 하고 주는 것에 인색하다면 한미관계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더욱 성숙해지고 발전하려면 건전한 거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위비 분담을 늘리고, 반대급부로 확장 억지 강화에 관한 미국의 구체적 조치를 받아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공동 이윤을 창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방위산업을 양국 간 새로운 전략적 협력 분야로 설정하고 추진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킨다면 한미동맹은 ‘이윤 창출형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되고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우리에게 불안과 긴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전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와 의지만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한미동맹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본 글은 2월 7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