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을 향한 비전과 전략, 그리고 주요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작년 연말 북한이 표방한 ‘적대적 두 국가관계’론에 대한 우리의 묵직한 답신을 보냈다. “우리에게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기념사 언급은 분단 이후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워온 우리의 성공의 역사를 통일을 통해 북한 주민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의식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1994년 이후 유지되어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북한의 자발적인 변화(개혁·개방과 민주화)와 주변국들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호의적 협력을 전제로 했지만, 당시와 지금의 통일·안보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고,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은 우리가 통일을 통해 달성해야 할 궁극적 목표와 가치, 그리고 그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통일된 한반도는 통일이 남북한 체제의 어중간한 수렴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기반이 된 단일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통일 대한민국’이란 표현 자체가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는 현재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갖추어 나가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유의 완성을 위해 나아가고, 북한은 억압과 빈곤으로부터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통일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가치와 체제에 대한 폄훼와 이간에 대처하는 한편, 통일 실현에 대한 무력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점에서 제시된 것이 ‘우리 안의 자유 수호’라는 과제이다. 한반도에서 자유를 완성하고 광복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변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에 그런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 스스로가 자유와 인권이 억압받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고 사회 변혁을 위한 요구와 노력을 시작해야 하며, 우리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 역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더욱 적극적 지원과 연대를 보여야 하고, 이를 위한 협력노력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첨단 현장형 통일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한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국제회의’와 같은 북한 인권 개선 노력,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지속 추진, 북한 이탈주민 역할 강화,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제안, ‘국제한반도 포럼’ 등 국제적 연대 추진은 모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이라 할 수 있다.
광복절 기념사에서의 통일 독트린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이 우리를 ‘불변의 주적’으로 통일을 부정하고 대결적 남북관계를 강조했지만, 남과 북의 주민은 분단을 극복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제 우리 사회 내의 고질적인 진영논리 극복, 북한 정권의 시대착오적 권력에의 집착 탈피, 북한 주민들의 각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호응을 위한 각론과 실행이 남아 있다.
* 본 글은 8월 19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