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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조원 방산수출과 미국의 추가 포탄 요청
한·러 관계 이유로 일부의 판매 반대 의견
우크라지원,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에 부합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지났다. 팬데믹 이후 이 전쟁은 세계를 다시 한번 혼란에 빠뜨렸다.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질서의 기반인 주권존중을 무시하고 국제질서를 베스트팔렌 체제 이전으로 돌려버리는 행위였다. 이렇듯 역사왜곡과 자국감정에 의한 침략이 인정된다면 대한민국은 진작에 주변 강대국에 의한 침략으로 없어졌을 수도 있다. 6·25전쟁으로 국가존망 위기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관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혹자는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안보와는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우크라이나 지원이나 나토에 대한 협력이 러시아를 자극하여 우리 안보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를 건드려서 북러 관계를 복원시키고, 북한을 러시아제 첨단무기로 무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잔류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 주장의 근거가 된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온몸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려 21조 원 규모의 기록적인 방산수출이 폴란드에서 이뤄졌다. 러시아 위협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최적 대안이 한국제 무기였던 것이다. 전쟁이 화력전으로 바뀌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모두 포탄 부족으로 고전하자, 러시아는 북한에 미국은 우리에게 포탄을 구매해 갔다.

최근 미국이 우리에게 추가적인 포탄 구매를 요청했다. 일부 여론은 미국이 구매해 간 포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수 있다며 반대에 나섰다. 포탄 추가판매로 한·러관계가 악화되어선 안 되며, 오히려 전쟁 장기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나쁜 평화가 좋은 전쟁보다는 낫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미국은 유일한 안보동맹국이다. 북핵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미국에 전략자산을 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미국이 필요할 때 포탄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 동맹이 유지될 수 있을까? 6·25전쟁을 돌이켜 보자. 우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생존했다. 불법 침략에 맞선 항전을 돕는 것이 과연 국익에 반하는 일인가? 국제질서가 존중되어야 우리의 안보도 국익도 보장될 수 있다.

물론 러시아와의 문제는 남는다. 한·러의 관계악화가 북·러의 관계복원으로 이뤄지면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국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한 한국도 이미 러시아의 제재조치 대상국이다. 우리 정부의 탄약판매는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돕는 것이 아니라 불법 침략에 대한 항전을 돕는 것이다. 즉 대러 특별조치가 아니라 국제질서의 일반원칙에 의한 조치로 접근하면 된다. 이후 한·러관계 악화를 선택할지 여부는 러시아가 판단할 문제다.

올해는 6·25 정전 70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북한과 중국의 불법적 침략에 맞서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지 70년이다. 우리 문제가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70년 전 우리 모습을 부정하는 자기기만이다.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참하여 단합된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글로벌 중추국가이자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과거 국제사회의 지원애 보답할 수 있다. 가치와 질서에 근거하여 국제평화와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한미동맹부터 시작하자.

 
* 본 글은 3월 1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