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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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미국 현지시각)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기간 동안 이미 경험했지만, 그의 대외정책은 강대국(dominant power) 간 거래와 미국 국가 이익에 몰입하여 타 국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전형이고, 동맹국에도 이를 강요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중 미북 직거래 협상의 부활, 김정은에 대한 호감 등을 표출했다는 것이고, 우리와의 공조와 무관하게 자신의 대북정책을 추구하거나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복귀를 반길 가능성이 큰데, 이는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의 입장을 취했던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대하기 쉽고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의 조기 미북협상 전망에는 3가지의 촉진요인과 3가지의 장애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촉진요인은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을 상대해 본 경험과 자신감, 그에 대해 적절한 통제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참모그룹의 부재, 그리고 미북 협상이 지니는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의 고려이다. 반면, 장애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및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정세 안정 등 대외정책에 있어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쟁점들의 존재,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당시에 형성되었을 불신,1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북러 밀착의 관성을 들 수 있다. 즉, 트럼프 2기 행정부 기간 동안 미북 채널의 복원 움직임은 분명 있겠지만, 이것이 조기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북한은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당분간 해리스 승리 시 염두에 두었던 것보다는 낮은 정도의 핵전력 시위를 벌일 것이고,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초대형 핵탄두보다는 전술핵 능력 확보를 과시하는 형태를 택할 것이다. 또한, 주로 한국을 겨냥한 도발을 지속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긴장 수위를 자신들의 임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동맹을 협력보다는 거래의 관점에서 대하는 파트너를 상대하는 데 있어 여러 한미동맹 이슈의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강조한 대상이 방위비 분담과 부담 분담 문제인 만큼, ‘(가칭)확장억제 분담협정’과 같은 형태를 통해 기존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분담을 하는 대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의 보장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에 주력하는 한편, 미중 전략경쟁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우리의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풀릴 경우, 미북 협상의 수위 조절 문제는 북러 밀착과 북-중-러 연대 가능성을 들어 북한핵이 이제는 공통의 위협이 되었다는 논리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2기 행정부에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대외정책을 강행 추진할 욕구가 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러한 의사 전달은 다른 채널보다는 정상 간의 회동이나 협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능한 조기에 그리고 많은 한미 정상간 만남의 기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효과를 거둔다면 주한미군 주둔 규모나 한미 연합훈련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릴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한미동맹이나 우리의 통일·대북 정책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지만, 우리가 오히려 적극적 사고의 전환을 이룬다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및 대북정책 전망

이번 선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표방한 공화당의 대외정책 방향은 순수 고립주의, 선별적 개입주의, 그리고 개입주의를 모두 포괄하고 있었다. 순수 고립주의는 경제적 이득의 관점에서 동맹을 판단하고, 대외적 개입의 대폭 축소를 기조로 하며 강대국(dominant power) 간의 경쟁, 특히 미중 전략경쟁에의 몰입을 중요시하지만, 군사력이 동원될 만한 극단적 사태는 경계한다. 반면, 선별적 개입주의는 대외적 개입의 축소를 지향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은 중시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역량 집중을 선호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우 미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 확대 못지않게 동맹들의 부담 분담을 중요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개입주의는 미국의 전세계적 지도력을 위해서는 현 수준의 개입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중 전략경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전반적 개입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중 순수 고립주의와 선별적 개입주의를 절충한 형태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2 트럼프 당선인 역시 미중 전략경쟁을 중시한다는 점은 그의 1기 행정부 시절 촉발된 미중 무역분쟁, 체제 비판으로까지 확대되었던 ‘COVID-19’ 팬데믹 책임에 대한 미중간 논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공약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공정(fair)’한 비용분담을 강조했으며, 때로는 미국의 이익을 명분으로 권위주의 체제의 독재자들과도 거래하려 했는데, 미북협상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경우 김정은과 원만한 관계였음을 여러 차례 강조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공격하려 했다. “핵을 많이 가진 상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it’s nice to get along with someone who has a lot of nuclear weapons or otherwise)”란 그의 미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3 “김정은은 매우 강인하고 영리하다. 그러나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으며, 우리는 안전했다(Kim Jong-un (is) very smart, very tough, but he liked me and I got along really well with him and we were safe…)”는 트럼프 당선인의 유세중 발언은4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북한이 자신의 핵능력을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해제하거나 미북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 그것도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딜’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11월 6일(미국 현지시각)의 승리 연설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고,5 이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조기 협상에 나서기에는 3가지의 촉진 요인과 제약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첫 번째 촉진요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자신감이다. 그는 수시로 자신이 김정은을 잘 알고 있고 능숙하게 다뤘다는 점을 강조했고, 재선을 기점으로 그 자신감은 더욱 높아졌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제 그를 제약할 참모들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그와 이견을 보였던 허버트 맥마스터(H.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국방장관, 존 볼턴(John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모두 일찌감치 교체되었고, 맥마스터 전 보좌관의 경우 1기 시절에도 트럼프에 대해 직언하는 참모들은 제한적이었고 아첨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회고록을 내기도 했다.6 아마 트럼프 당선인은 이 경험을 살려 2기 행정부에서는 자신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인물을 아예 참모로 쓰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그의 독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미북 협상이 동맹을 거래로 인식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하나의 레버리지로 생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관계에서도 방위비 분담액의 대폭 증액 등 비용분담 문제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는 미북관계의 진전이 남북한 카드를 모두 손에 쥔 미국의 운신폭을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그에 못지않은 제약요인 역시 존재한다. 우선 가장 큰 제약요인은 트럼프 2기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미중 전략경쟁에서의 기선제압,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의 제거와 이란의 영향력 대폭 축소 등일 것이고, 당분간 여기에 외교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제약요인은 ‘하노이 노딜’의 경험과 이로 인해 발생했을 김정은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탑-다운에 의한 대북협상이 부각된 것은 2018년초에서 ‘노딜’에 이르는 1년간이고, 2019년 10월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에서의 협상결렬 이후 2년간 별도의 협상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김정은과 북한의 행태를 경험한 트럼프 당선인이 스톡홀름 협상에 비해 파격적인 양보를 해 가면서 북한과 협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7 마지막으로는 이미 상당수준 진행된 북러 밀착을 들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미북 정상회담 국면을 전후하여 중국이 북한과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자 미북 관계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심기가 북러 밀착에도 표출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로서는 1년여 지속된 양국간 급속한 밀착의 관성을 지금 당장 깨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고 실무선에서 물밑접촉을 벌이면서도 먼저 미북 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북핵 위협과 관련하여 ‘워싱턴 선언’ 등을 통해 억제(deterrence)를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억제 강화와 관련해서는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거나 그에 대한 대가를 우리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대북협상 조건과 관련해서 최소한 외형상으로는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8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 및 미사일 능력의 발전을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북제재 일부 완화 등을 내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이 한반도를 위협할 핵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에서 미북 협상이 이루어짐으로써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기정사실화될 위험이 있다.

 

[표1] <대북정책 관련 바이든 행정부 및 트럼프 행정부 입장 비교>

표1_대북정책 관련

 

북한의 향후 예상 행태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간 친서가 교환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9 김정은 친서 등의 형태나 트럼프 당선인 캠프 참모진과 북한 정권 간의 비선(秘線)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정은이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재개를 강력히 바라는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10 북한의 입장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하기 편한 것은 사실일 것이고, 북한은 대미 협상을 통해 제재해제나 대북지원을 이끌어낼 수는 없더라도 한미공조를 와해시키거나 이견을 증폭시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있다.

따라서,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이루어지는 2025년 1월 20일 이전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한다는 의미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지속할 것이지만, 7차 핵실험과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해리스 당선의 경우보다 낮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이는 ‘강한 미국’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적대 의사로 간주될 수 있고,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8월과 같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2.0’을 추진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10월 31일 발사했고 자신들이 ‘최종완결판 ICBM’이라고 공언했던 ‘화성-19형’ 탄도미사일이 다탄두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 2023년 3월 공개했던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이용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화산-31’의 경우 전술핵 능력의 확보를 상징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이를 다탄두의 자탄(子彈)으로 활용할 경우 ICBM에도 적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은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거래를 통해 한반도를 겨냥한 전술핵 능력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을 겨냥한 ICBM 전력만을 동결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 대한 도발은 향후에도 그대로 지속되거나 오히려 수위를 높일 수 있다. 한국군이나 한국 영토만을 겨냥한 도발은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위험이 적고, 오히려 자신들이 2023년부터 지속 강조하고 있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강조할 수 있으며,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남북한 단절의 인식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반부터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관계의 이간을 획책하려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혹은 유예를 북한 매체 혹은 미북간 물밑접촉을 통해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이미 실시된 전례가 있고, 한미 연합전력의 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한 미국이 대북협상을 원한다면 ‘워싱턴 선언’을 철회하는 한편, 한국의 재래식 대응능력과 미국 핵능력의 연계를 의미하는 ‘일체형 확장억제’의 구축을 중단하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 모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비용 분담과 연관되고, 트럼프 당선인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도 나름의 고민은 존재할 것이다. 우선, 앞서 지적한 대로 미북 협상이 개시되려면 북러 밀착의 수위 조정 혹은 완화가 필요한데, 김정은을 확실히 신뢰하기 어려운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역시 하노이 ‘노딜’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당장 경제·군사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러시아 대신 효과가 불확실한 미북 협상에 다시 매달리는 모험을 해야 한다. 물론,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북러 밀착이 미북 관계개선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고, 러시아가 미국의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 이 경우 북한은 북러 관계 밀착을 포기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관계 냉각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기 미북협상의 복원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미북 협상과정에서 김정은은 2018년의 싱가포르 2019년의 하노이에서와 같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풀 숙이는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이번 미 대선을 통해 행정부와 의회를 동시에 장악한 트럼프 당선인은 그런 구도를 바랄 것이다. 이는 2020년 이후 선대(先代)를 일부 부인하면서까지 자신을 내세우기 시작한 김정은의 내부 권력기반 강화작업, 그리고 김정은의 자기 존대와는 모순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대응방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북한의 대응을 고려할 때, 우리 역시 한미동맹 관련 정책과 대북정책을 긴밀히 연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단 북한의 한미 이간책에 대응하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한미간 ‘거래’에 대한 상응대가를 중심으로 동맹을 관리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한미동맹 관련 쟁점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한국이 ‘비용분담’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점이고, 그 다음이 동맹의 역할확장, 즉 한반도에 고착된 동맹으로부터의 탈피(미중 전략경쟁에서의 기여)라 할 수 있으며, 주한미군 규모나 한미연합훈련 등은 오히려 부차적 문제일 것이다.

한미동맹에 있어 주한미군의 비용분담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도 그랬지만, 이번 미국 대선과정에서도 그에 의해 가장 자주 언급된 사안이기도 했다. 이를 고려할 때,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파격적인 비용 제시가 요구되지만, 이는 기존의 방위비 분담 원칙을 뛰어넘는 것이고 국내적 설득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검토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확실한 이행에 대한 비용분담의 개념인데, 확장억제의 강화를 위해 한미간 ‘핵공유(Nuclear Sharing)’가 필요하고, 그 관련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겠다고 제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특별조치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과 별도로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가칭)확장억제 분담협정’을 체결해 한국이 2025년 방위비 분담금(약 1조 4천억 원)의 50%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겠다고 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이 주장했던 100억 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미국 대통령도 달성하지 못한, 전례 없는 수준의 ‘공정한 분담’을 이끌어냈다고 국내 유권자들에게 홍보할 거리가 생긴다.

한미동맹의 범위를 상징적 측면에서라도 한반도를 넘어 확장하는 조치도 트럼프 당선인이 항상 강조하는 한국을 ‘지켜준다(protect)’라는 관념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미중 전략경쟁에서의 적극적인 기여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최근 한중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부담이기는 하지만, 대만 문제나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장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미국의 확실한 ‘동맹’이고 미국에 편승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미북관계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경우 설득력이 높아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같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개선을 인위적으로 연동하려하기 보다는 미북관계에 다소 초연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의 북러 밀착 사실을 들어 결국 북-중-러는 같은 편에 설 것이므로, 미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사실상 중립적 존재로 만든다는 구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북한이 한반도만을 겨냥해 핵전력을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을 공동의 자산으로 삼으려 할 것이므로, 북한 핵을 용인해서는 안 되고, 일단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해도 한국에 대한 핵보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효과를 거둔다면 주한미군 주둔이나 한미 연합훈련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릴 수 있다. 부담 분담문제가 해결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한반도 방위의 부담 경감을 위해 주한미군 축소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한미 연합훈련의 경우도 기존의 수준대로 유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이 중 일부를 대북 협상을 위해 유예한다고 하더라도 한국군 훈련 내실화 및 주한미군의 한국 내 훈련장 사용 편의보장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면 연합대비태세의 심각한 저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11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거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우리의 가치외교나 『8.15 통일독트린』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미중간 가치 대립 구도(공산주의 체제 문제와 수정주의 거론)를 먼저 시작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였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미간 비용분담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가치를 이용한 대(對)중국 압박과 그 연장선상에서 추구되는 북한 체제의 변화는 오히려 미국도 반길 수 있는 목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동맹 공공외교는 오히려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검토하는 것에 대비, 우리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하는 의미에서 『8.15 통일독트린』에 입각한 남북 대화협의체 구성에 호응할 것을 북한에 촉구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2기 행정부에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대외정책을 추진할 욕구가 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의사 전달은 다른 채널보다는 정상간의 회동이나 협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능한 조기에 그리고 많은 정상간 만남의 기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한미동맹이나 우리의 통일·대북 정책과 관련해 기존보다 더욱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나, 우리가 오히려 적극적 사고의 전환을 이룬다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2024년 5월 14일 개최된 2024년 Asan Plenum에서도 미국측 참가자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외형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이미 그는 김정은의 기만성에 대해 느꼈고, 이것이 결국 ‘노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 2. 미국 공화당 내의 다양한 접근에 대해서는 정구연,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공화당 내 다양한 해석과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함의,”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4-22 (2024.08.19.) 참조.
  • 3. “Read the Transcript of Donald J. Trump’s Convention Speech: He spoke for just over 90 minutes,” The New York Times (July 19, 2024).
  • 4. 이에 대해서는 “Trump says America was ‘safe’ while boasting ties with NK leader Kim,” The Korea Times (2024.01.15).
  • 5. “Trump’s victory could mean US withdraws support for Ukraine in war with Russia,” CNN (November 6, 2024).
  • 6. H.R.McMaster, At War with Ourselves: My Tour of Duty in the Trump White House (New York : HarperCollins Publishers, 2024).
  • 7. 트럼프 당선인이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김정은과 좋은 관계만을 유지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낡은 각본’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야기하면서 핵 및 미사일 활동 재개를 시사하자, 북한이 적대행위를 지속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다시 트럼프를 ‘망녕든 늙다리’로 불러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반박한 김영철(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장) 사이의 설전이 있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Trump says Kim Jong Un risks losing ‘everything’ after North Korea claims major test,” Reuters (December 8, 2019); “北김영철 [우린 잃을 게 없는 사람들…트럼프를 망녕 든 늙다리로 또 부를 수 있다],” 『조선일보』, 2019년 12월 9일자를 참조할 것.
  • 8. ‘외형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비핵화 중간단계(interim steps)’란 표현이 등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US focus on ‘interim’ steps with NK raises questions about policy direction,” The Korea Times (2024.03.07.).
  • 9. 이에 대해서는 Bob Woodward, Rage (Newyork: Simon & Schuster) 참조.
  • 10. 예를 들어, 이미 김정은이 미북 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었고, 러시아 및 중국과의 협력을 선택했다는 밥 칼린(Rober L. Carlin)과 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S. Hecker)의 견해를 따르더라도, 일단 미북협상이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 손해는 아니기 때문이다. 칼린과 해커의 주장에 대해서는 Robert L. Carlin and Siegfried S. Hecker, “Is Kim Jong Un Preparing for War?” 38 North (January 11, 2024).
  • 11.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 조치가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주요 연합훈련의 중단 및 유예에 더하여 한국군 자체 훈련 역시 축소되었고, 미군에 대한 훈련장 사용 허가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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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차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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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