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서 동맹 위기론 제기
美우선주의 앞세워 동맹 희생
대선用 ‘황당한 대북 합의’ 위험
한·미동맹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양국 외교 안보 정책 커뮤니티에서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워싱턴 출장에서 느낀 것은, 북한의 연말 시한 경고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가 서울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또, 한국의 내년 4월 총선과 미국의 11월 대선이 상호작용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많은 미국 분석가도 한국의 국회 구성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선거가 박빙일 경우, 문재인 정부가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한·일이나 한·미 관련 사안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위해 대외 정책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지지층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 특히, 미·중 무역 협상은 물론이고 북핵,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등에서 그러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북한과의 예기치 않은 스몰딜로 이어져 미군 감축 또는 동맹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하는 정부 관료들은 양국의 여론을 제시하며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한국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실시한 한국 성인 1000명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한·미동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도 78%의 응답자가 미국을 미래 파트너 국가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맹 지지도가 역사상 최고치다.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해 지난 1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의 주한미군에 대한 신뢰는 62.5%였다. 약 68%의 응답자는 주한미군이 향후 한반도에서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CCGA가 지난 1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1%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유지를 지지했다. 또, 지난 6월 CCGA 여론조사에서 약 58%가 전쟁 발발 시 지상군을 동원해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역사상 최저 지지율로 당선됐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unfavorable)는 61%, 호감도(favorable)는 36%에 불과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보다 자신의 지지층 의견에 더욱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2017년 CCGA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층의 44%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맺고 있는 동맹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31%)과 무소속(36%), 공화당(41%) 유권자에 비해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에 대해서는 트럼프 지지자 56%가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비율은 민주당(26%), 공화당(42%), 무소속(44%) 유권자에 비해 높은 수치다. 트럼프 지지층은 전통적인 미국 주도 동맹 체제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관이 최근 한국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는 63%가 한·미동맹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동맹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미국의 국제적 리더 역할에 대해선 53%가 지지했다. 민주당(26%), 무소속(28%), 공화당(47%) 유권자보다 높은 수치라는 점에서 트럼프 지지층의 미국 우선주의적 경향을 읽을 수 있다. 반대로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질문엔 트럼프 지지자 42%만이 공감했다. 공화당(49%), 무소속(62%), 민주당(68%) 유권자에 비해 훨씬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에 충실한 정책을 견지해왔고, 차기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경향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한반도 담당 인사들의 교체 기류도 뚜렷해지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부장관으로 인준되면 대북협상팀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동맹파인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내년 캔자스 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할 경우 국무장관도 공석이 된다. 대선 정국에 트럼프 대통령의 편견에 따른 정책 집행 가능성이 커질 것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미 동맹은 지정학적인 요인 외에도 한·미 양국의 정치적 요인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촉발하는 외교 안보적 리스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태 발생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기보다 국익 차원에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준비할 때다.
* 본 글은 12월 18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