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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아메리칸드림의 부활’을 주제로 약 100분에 걸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 위한 구상을 제시했다. 과연 이 구상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비해 4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고, 2024년 우리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에 불과했다.

그는 미국에서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주장과 같이 해외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에는 인색한 정책이 과연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특별세제 혜택을 제공해서 미국의 조선업을 부흥시키겠다고 했는데, 미국의 조선업이 침체한 것은 높은 인건비와 숙련 인력의 부족, 그리고 노후화된 시설 등으로 인해 선박 건조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항하는 미국산 선박만이 미국 내 주요 항구를 출입할 수 있게 한 ‘존스법(Jones Act)’도 자국 조선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만 유리한 관세정책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보는 관계가 아니다. 한국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장악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체제가 북한을 통해 한반도까지 집어삼키는 것을 저지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미국의 이익 역시 보장될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태사령관 인준 청문회에서 새뮤얼 파파로 지명자는 “한국은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동맹 및 파트너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도 “주한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이 아니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 이러한 맥락을 고려한 것이다.

미국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였고, 이러한 국제질서의 최대의 수혜자가 바로 미국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은 망각하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 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미국의 번영과 발전을 보장했고, 이는 공산주의의 팽창 저지와 냉전 체제의 붕괴라는 오늘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식 일방주의가 심해지면 오히려 중·러·북 권위주의 세력들에 우호적인 국제 정세가 형성될 것이고 이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를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눈과 귀를 열고 다른 의견들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또한, 20세기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와 미국의 이익을 보장한 것은 미국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미국식 가치와 체제에 대한 선망과 존경, 그리고 신뢰의 마음이었음을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식 일방주의에 위축되고 우려 일변도의 대응을 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거래할 것은 거래하고 잘못된 생각은 지적하여 바로잡는다는 자세로 미국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 본 글은 3월 14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