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 철회와 러시아의 뉴스타트(New START) 협정 참여 중단 이후 국제 핵 비확산 체제가 급격히 약화되면서, 중국은 공격적으로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말까지 핵탄두 500개, 2030년까지 1천 개를 목표로 보유량을 늘리면서, 공세적인 핵전력을 건설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ICBM 숫자를 2000년 대비 4배까지 늘리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력을 개량하는 등 미국에 대항하여 핵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는 강국 건설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전력의 급격한 증강을 선택했다.
중국은 이러한 공세적인 핵전력 증강을 통하여, 핵전력의 생존성과 핵보복 능력의 강화, 핵 위기 시 우세 달성, 인태 지역에 대한 핵 강압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핵 전력이 강화되고 핵무기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확대되면서, 핵 사용교리도 핵 선제 불사용 및 비핵국가 핵 사용 금지라는 기존 원칙에서 유사시 핵사용 여지를 확장하는 더욱 공세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 예측된다. 이에 더하여 현재 민주국가 대 권위주의 국가의 진영 대결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핵 연대를 추구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를 안보의 주축으로 하는 국가들의 안보 불안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핵전력 강화는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선 중국이 개발하는 핵무기는 거의 대부분 한반도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또한 그동안 중국 핵 보유량에 따라 제한되었던 북핵도 중국의 핵무기가 급증하면 자연스럽게 숫자를 늘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핵 강압이 높아질수록, 한미 안보동맹에 대한 위협과 도전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한미동맹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까지 핵 작전을 이해하고 공유하면서 핵-재래식 전력 통합(CNI)1을 이뤄 나갈 수 있어야 한다.2
중국의 핵전력 강화와 교리의 변화
중국은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에 집중하였다. 특히 구 소련제 구형 무기체계를 중국이 직접 개발한 신형으로 교체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며, 정찰 및 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정보화를 우선시하였다.3 이는 미국과의 전면전에 대비한 전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이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갖추면,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등에서 위기를 조성하더라도 미국이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었다.4 그러나 2020년 이후로 중국은 군사력 강화의 초점을 핵전력 현대화로 전환하였다. 중국은 이러한 핵전력 강화를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진행함에 따라5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상응하는 핵전력을 갖출 수 있으며 핵교리도 공세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6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
사실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현대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제1 단계는 중국의 핵 도입기로, 전략폭격기를 개발하고 액체연료방식의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도입하였다. 제2 단계는 1980~90년대의 핵전력 발전기로, 이때는 러시아・인도・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액체연료방식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도입하는 한편, 기동성과 생존성을 추구하여 최초로 이동식 고체연료 MRBM과 원자력추진 전략잠수함(SSBN)7도 개발했다. 2000년대에는 제3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동식 고체연료 ICBM과 다탄두 액체연료 ICBM, SSBN 함대8가 도입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제4 단계에서 중국은 ICBM・SLBM・전략폭격기로 구성되는 핵 3축 체계의 현대화 완성을 눈앞에 두어, 가장 진보적이고 광범위한 핵전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9 먼저 중국은 모든 ICBM을 액체연료 기반에서 고체연료 ICBM10으로 전환하여, 기습공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즉각적인 보복 능력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간쑤(甘肃)성에 대규모 사일로 기지를 건설하고, ICBM 수를 2000년 35기에서 2023년 130기 이상으로 늘렸다.11 동시에 중국은 괌・인도・일본・러시아・한국을 목표로 하는 지역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MRBM 성능을 개량하여 배치하고 있다.12
해상 전력으로는 현재 Type 094급 6척으로 구성된 전략원자력잠수함 전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중국은 Type 094급을 추가 건조하기보다 업그레이드된 Type 096급 전략원자력잠수함의 개발 및 배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13 더불어 전략폭격기도 개량 및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용 장거리 폭격기를 개량한 H-6K/N은 최근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까지 운용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H-6N은 공중급유 능력이 추가되어 작전범위가 6,000km 이상으로 늘어났다.14 장기적으로 중국은 비행거리 10,000km 이상의 신형 H-20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여 H-6을 대체할 계획이다. 이러한 중국의 시기별 핵전력 개발 현황을 종합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 1] 시기별 중국의 핵전력 개발 및 증강 현황15
출처: “Chinese Nuclear Weapons 2024”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핵전력 강화의 군사전략적 효과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는 중국 지도부가 네 가지 군사전략적 효과를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16 첫째, 중국은 핵전력의 생존성을 높이려 한다. 핵탄두 보유량을 늘리고 완전한 핵 3축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어떠한 상황에서도 핵 억제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특히 미국의 핵 선제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핵무기 수를 늘려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 핵 보복 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의 전략가들은 미국에 대한 효과적인 핵 억제력을 확보하려면 대도시와 같은 핵심 지역에 심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장차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이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국의 핵미사일이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하여 미국의 핵심 지대를 타격할 수 있어야 미국에 대한 전략적 억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셋째, 중국은 미국과의 핵 위기 고조 시 확전 및 우세 달성을 위한 능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는 모든 수준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저위력부터 고위력에 이르는 다양한 핵탄두를 배치하여, 재래식 분쟁부터 고위력 핵무기 사용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는 미국의 강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에 기반한다.
넷째,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핵 강압 및 공격 능력을 높이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에 집중했던 중국은 2016년 이후 DF-21 MRBM의 개량형인 DF-21E와 신형 DF-26, 극초음속 미사일(HGV)인 DF-17을 개발하고 배치했다. 이들 미사일은 사거리가 4,000km 이내로, 높은 정확성과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미군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중국이 핵무기로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지만, 유사시 이러한 중거리 핵무기를 이용해 지역 내 국가들이 미국과 연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핵 강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국 핵교리와 핵정책의 변화 전망
중국은 핵전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핵 교리와 정책을 명시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이 1964년 첫 핵실험 이후 핵무기 보유의 목적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일례로, 중국 국방부는 핵무기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중국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않고, 비핵무기 국가나 비핵무기 지대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지 않는다. … 또한, 다른 국가와 핵 군비 경쟁을 하지 않으며,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핵 능력을 유지한다. 중국은 자위적 핵전략을 추구하며, 목표는 중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또는 사용 위협을 억제하여 국가 전략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다.”17
중국은 ‘자위적’ 핵 태세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핵 교리와 정책은 모호성을 추구한다. ‘최소한의’ 핵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군비 경쟁’에 해당하는 군사력 증강이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에 비하여 명백히 열세한 핵전력으로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호성이 힘이 됐다. 그러나 현재에는 점차 모호성에서 벗어나 공세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이 대규모로 사일로 발사시설을 건설하고 고체연료 ICBM을 탑재시킨 것은 ‘핵미사일을 ‘신속히 발사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18, 명백히 공세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19 미 국방부는 중국이 상대방의 핵공격을 감지 시 자동으로 핵보복을 실행하는 ‘경보즉시 발사(Launch-on-Warning)’ 태세를 갖추려는 것으로 분석한다.20 경보 즉시 발사태세를 위해서는 정밀한 조기경보체계와 표적탐지 능력은 필수인데, 중국은 이러한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21
이렇듯 중국이 핵교리에서 모호성 대신 공세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은, 핵보복의 신뢰성을 높여 상대방이 중국에 대한 핵공격을 자제하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인태지역에서 미국 및 동맹-협력국들을 강압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래에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이나 비핵국가에 대한 핵사용 금지 원칙을 변경하여 위기 고조 및 확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핵 옵션을 다양하게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의 핵전력 현대화는 핵전략과 선언적 핵정책에 공세성을 강화시켜22 미국의 강압과 확장억제를 상쇄하고 중국이 자신의 국가전략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중국의 핵전력 강화가 가져올 안보 위협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NPT(핵 확산 방지 조약) 체제에 반하여 핵전쟁의 위협을 고조시킨다. 특히 미중패권경쟁의 맥락에서 강화되는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과 그 동맹 및 협력국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전력 증강과 공명하면서 한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중-러 핵 협력’의 가능성과 확장억제의 위기
미국이 중국의 핵전력 강화를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핵 협력이나 핵 연대를 형성할 가능성 때문이다. 중-러 핵 협력 구도가 형성되면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심각하게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제약은 평시, 위기 고조 시, 전쟁 시 등 모든 갈등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
첫째 평시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중-러 핵 연대에 대한 전략적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군비를 증강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핵 협력구조를 형성하면 두 나라의 핵무기 보유량이 미국의 두 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영국 및 프랑스와 핵 협력을 하더라도 여전히 수적으로 열세에 머문다. 이렇게 미국이 전략적 불균형에 처하게 되면 중-러의 핵 강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까지 지켜온 핵 감축 원칙을 잠시 뒤로하고 자국의 핵전력을 과감히 증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문제는 미국이 냉전 시기처럼 핵전력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증강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는 현실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핵균형 회복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할 수 있고, 그 결과 핵 잠재력을 보유한 동맹국들은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는 실제로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몇몇 동맹국들로부터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표 2]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무기 투발수단과 탄두 수량 실전배치 현황(2026년 예상)
출처: China’s emergence as a second nuclear peer(2023), p.20
둘째, 핵 위기 고조 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다음 두 가지 주요 전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1은 한 지역에서 핵 위기가 발생할 때 다른 지역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기회주의적 공격을 감행하는 상황이다. 시나리오 2는 두 지역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시나리오 1에서는 미국의 재래식 및 핵 전력이 먼저 발생한 위기 상황에 집중될 것이다. 이렇게 한 곳에 전력이 집중되면 다른 지역에서 기회주의적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 그 지역의 동맹국은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 시나리오 2에서는 미국이 어느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할지 선택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은 두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대규모 위기에 동시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의 연합 억제 태세를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동맹국 및 협력국의 부담을 높이는 것임과 동시에, 위기 발생 시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과연 개입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높여,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개입을 확신하지 못하면, 당연하게도 자국의 독자적인 방어력을 강화하거나 자체 핵무장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중-러 핵 협력 가능성에 대비하여 자국의 핵 및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최근 미국이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CNI(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핵-재래 전력 통합)이다. CNI는 단순히 핵 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혼합하여 핵전쟁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CNI는 핵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래식 대응 옵션을 통합적으로 보유하여, 적의 핵 사용의지를 꺾고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CNI는 냉전 초 핵 경쟁이 가속되면서 핵전쟁 수행개념으로 등장했지만, 최근 국제 비핵화 레짐이 약화되면서 핵 억제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와 대등한 핵전력을 보유한 상태로 무려 30여 개의 동맹 및 협력국들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제한된 핵전력으로 확장억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CNI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필수적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핵전력 강화가 북핵에 미칠 영향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은 2027년에 이르면 핵탄두 20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작년 3월 말 공개했던 ‘화산-31’ 전술핵 탄두를 7차 핵실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하게 되면 곧바로 양산체제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태까지 북한이 구형 핵분열탄두와 장구형 핵융합탄두를 모두 합쳐 50~60개 수준으로 양산한 것을 감안한다면, 7차 핵실험 이후 최소한 100여 개의 전술핵탄두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북한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우선 핵물질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 지와 한미 연합군을 제압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최대 후원국인 중국이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핵탄두를 보유해야 한다. 예컨대 북한은 중국 핵 보유량의 절반 이하로 보유량을 제한하여 중국의 불안감을 줄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림 1] 2016년부터 2050년까지 북한 핵탄두 누적생산량(예측)
출처: 2021년 아산정책연구원-랜드연구소 공동연구 결과 기반하여 저자 작성
이에 따라 중국이 탄두 400여 발을 보유한 시기에는 북한도 최소 100발 이상 최대 200발 미만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핵탄두를 1,500개로 늘리는 상황에서라면 북한도 500여 발까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오히려 문제는 핵물질 생산량과 소요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 연구소의 2021년 공동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북한의 중장기 핵 보유량을 예측하면, 북한은 2047년까지 최대 500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은 화성-11가(KN-23) 등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물론 화살 계열의 순항미사일, 심지어 600mm 방사포와 화성-11라 근거리탄도미사일에도 전술핵을 장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에는 전술핵 탄두만 200여 개 이상이 요구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 8월 화성-11라 발사차량 250대의 인수인계식을 통해 전술핵 플랫폼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실전배치 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핵전략의 공세적 변화도 북한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북한은 외양상 중국의 핵개발 논리를 따라왔다. 일례로 중국은 핵개발 초기의 보유 논리로 전세계의 핵무기가 없어질 때까지 핵을 보유할 것이며, 절대로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북한도 핵보유 초기에 “핵무력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중략) 복무한다”면서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답습했다.23 특히 핵물질 보유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도 중국과 유사한 실존적 억제전략을 그대로 흉내 냈다.
그러나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이 더욱 공세적인 핵전력으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북한은 중국 수준의 핵전력을 보유하고자 했다. 이는 중국과 같은 핵 보유량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시 400여 발의 핵탄두를 보유했던 중국처럼 중간억제 이상 수준의 전력을 보유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24 또한 북한은 이미 2010년대 중반 이후의 핵전력 증강 과정에서 중국의 핵개발과 현대화를 답습했다.
이제 중국이 최대억제를 추구하면서 핵 보유량을 1천발 이상으로 올리는 상황이 되면, 북한도 핵탄두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핵전략의 공세성까지 그대로 모방하게 된다. 즉 중국을 본뜬 최대억제전략으로 더욱 공세적인 핵 표적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즉 전술핵 채택으로 한국에 대한 대군사(counterforce) 표적전략25을 채택하듯이, 미국 본토에 대한 광범위한 대군사 표적전략을 선택하여,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를 무력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더욱 최악의 상황은 모방을 넘어 북한과 중국이 핵 협력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비록 핵무기 기술 이전이 현실적으로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중국은 대미 핵표적목록을 북한과 공유하며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미중 양국이 대만 문제로 충돌하는 가운데26 중국은 자신에 대한 압박을 돌리기 위해 북한의 핵전력을 활용하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정책적 함의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국제안보의 위협이자,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해주는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위협이 된다. 우선 국제안보와 동맹강화의 차원에서 한국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에 대한 외교적 견제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핵증강에 대한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핵비확산 원칙의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북한의 핵전력 강화에서 중요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핵전력이 1,500발로 늘어나고 북한이 500발을 갖게 된다면, 이는 동북아 역내뿐만 아니라 인태지역 전체로도 심각한 핵불균형 상황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내 핵무기 밀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게 북한의 핵 증강을 막기 위한 영향력 행사를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중동맹조약을 근거로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제한하도록 요구하며 불응 시 경제제재 등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국인 미국은 필연적으로 핵 억제력 강화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홀로 핵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커다란 부담으로 자리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러한 미국의 딜레마가 가장 극적으로 펼쳐지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의 안보캠프에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거나27, 현재 미국이 동맹과의 확장억제에서 CNI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워싱턴 선언과 NCG, 그리고 한미 공동 핵작전계획을 통하여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한국의 거리가 너무 가깝기에 저위력 핵무기로만 선제타격 또는 보복공격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국은 여전히 미 본토로부터 날아오는 ICBM이나 전략폭격기, 또는 대양에서 발사되는 SLBM으로 확장억제를 제공함에 따라, 융통성 있는 핵전력을 투사하지 못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한미 공동 핵작전계획에서는 한국이 재래전력을 미국이 핵전력을 담당하는 한미 CNI가 기획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아니라 미 전략사령부가 핵전력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한국 재래식 전력의 파괴력은 한계가 있으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시에 핵전력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한반도 내 가장 단기간에 가장 신속하게 핵전력을 투입하는 한편, 핵-재래전력을 한 몸으로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한국과 가깝게 또는 한국 내에 배치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핵무기 배치는 3단계로 접근할 수 있는데, (1) 핵무기 발진 기지의 준비, (2) 핵 투발 플랫폼의 전진배치, (3) 핵탄두 자체의 전진배치로 볼 수 있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혼돈과 충돌이 예상되므로 3단계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없으며, 주변국의 핵증강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표 3]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단계적 배치방안
출처: 저자 작성
한편 동맹에 의한 핵전력 증강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한 종합적인 핵옵션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그 대책에는 핵 잠재력 확보에서부터 핵무장까지 다양한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미국 대선으로 어떠한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발상이 요구된다. 또한 정부는 핵무기와 핵전략 등 핵의 군사적 대응에만 국한하지 않고 핵 문제 전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핵 방호부터 핵 피격 후 회복탄력, 핵군축과 비핵화까지 핵 관련 문제의 모든 영역에서 범정부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핵-재래식 전력통합(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CNI)이란, 연합군/합동군이 핵전쟁 상황에서도 다영역의 재래식 및 핵전력을 통합하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CNI는 냉전 초 미국이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여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작전에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재래식 전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억제력을 구현하기 위한 접근으로 발전되어왔으며, NATO차원에서는 1960년대부터 핵공유체제(nuclear sharing)를 통해 NATO회원국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참여를 독려하여 확장억제와 동맹보장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 2. 워싱턴 선언에 의하면 “한미동맹은 핵 억제에 관해 보다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하며, 이는 한국과 지역에 대해 증가하는 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 증진을 통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 3. M. Taylor Fravel, Active Defense(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9).
- 4. Brad Roberts, Theories of Victory, Red and Blue, Livermore Paper No. 7(Livermore, CA: Center for Global Security Research, 2020).
- 5.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1, Annual Report to Congress,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2021).
- 6. 2020년까지 중국의 핵전력은 인도, 파키스탄,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다른 중견급 핵보유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 본토에 대한 적의 핵공격을 방지하는 데 집중하는 최소 억제 전략(Minimum Deterrence Strategy)을 추구했다.
- 7. 중국 최초의 SSBN인 Type 092급은 JL-1 SLBM 12발(사거리 1,700여 km)을 탑재하며, 1983년 취역하여 1987년부터 실전배치 되었다. 1척만이 건조되어 2024년 10월 현재도 운항 중이다; Andrew S. Erickson and Lyle J. Goldstein, “China’s Future Nuclear Submarine Force: Insights from Chinese Writings”, Naval War College Review Vol. 60, No. 1(Winter 2007)
- 8. Type 094급은 2004년부터 건조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6척이 취역했으며, SLBM 발사관 16개에 약 8천km 사거리의 JL-2 SLBM을 장착했으나 2022년 말부터는 SLBM을 사거리 1만 km 이상으로 알려진 JL-3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Inside Asia’s arms race: China near ‘breakthroughs’ with nuclear-armed submarines, report says”, Reuters (Oct 9, 2023)
- 9. Hans M. Kristensen, Matt Korda, Elaine Johns, and Michael Knight, “Chinese Nuclear Weapons, 2024,”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Vol. 80, No. 1(2024), pp.49-72.
- 10. DF-31을 대체하는 DF-31AG와 다탄두 장착 ICBM DF-41이 여기 포함된다. DF-41은 3~10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차량 탑재 이동형과 사일로 배치형으로 개발되었다.
- 11. ibid., p.58
- 12. 여기에는 명중률을 높인 고체연료 MRBM인 DF-26이 포함된다.
- 13. Type 096급은 그동안 Type 094급과 같은 중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약점으로 평가되던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잠항능력을 개선하여 억제역량이 향상될 것으로 평가된다.
- 14. “PLAAF’s new H-6N bomber seen carrying large missile”, Janes Insights (Oct 19, 2020)
- 15. Hans M. Kristensen, Matt Korda, Elaine Johns, and Michael Knight, “Chinese Nuclear Weapons, 2024,”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Vol. 80, No. 1(2024), pp.49-72; Missile Defense Project, “Missiles of China,” Missile Threat,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June 14, 2018, last modified April 12, 2021, https://missilethreat.csis.org/country/china/.
- 16. Ashley J. Tellis, “What Are China’s Nuclear Weapons For? The Military Value of Beijing’s Growing Arsenal,” Foreign Affairs, June 17, 2024
- 17.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Defense Policy,” http://eng.mod.gov.cn/xb/DefensePolicy/index.html.
- 18. US Department of Defense, Annual Report to Congress: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3 (Washington D.C.: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October 19, 2023), p.106.
- 19. 물론 이것만으로는 중국이 방어적 핵 태세를 버리고 공세적인 핵 태세로 전환했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 M. Taylor Fravel, Henrik Stålhane Hiim, and Magnus Langset Trøan, “China’s Misunderstood Nuclear Expansion: How U.S. Strategy is Fueling Beijing’s Growing Arsenal,” Foreign Affairs, November 10, 2023.
- 20. US Department of Defense, “Annual Report to Congress: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3,”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October 19, 2023, p.VIII.
- 21. US Department of Defense, “Annual Report to Congress: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3,”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October 19, 2023, p.112.
- 22. US Department of Defense, “2022 National Defense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Nuclear Posture Review,” 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October 27, 2022, p. 4.
- 23.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법령 제2조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 24. 이에 따라 당시 북핵 보유 목표량은 최소 100발 이상, 최대 200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25. 핵전쟁시 공격대상(표적)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로 핵전략의 방향이 결정되는데, 표적은 크게 대군사(counterforce) 표적과 대가치(countervalue) 표적으로 구분된다. 대군사 표적은 전쟁수행 능력에 직접 관련이 되는 대상으로 적국 핵전력과 재래식 군사력 등이 포함된다. 반면 대가치 표적은 인구밀집지역이나 산업시설 등 국민들이 가치를 두는 국가 전반적인 능력의 기반을 가리킨다.
- 26. 미국은 2020년대에 접어든 이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문제를 공략하고 있다. 즉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위기를 강조하며 중국의 군사적 관심을 대만에 묶어 두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방어에 전념하여 대중전력으로 활용하기에 제한이 있는 주한미군보다는, 역내에서 더욱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주일미군을 대만 위기 대응의 핵심전력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이 주일미군사령부를 합동군사령부(Joint Forces Command)로 격상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In historic move, U.S. to upgrade military command structure in Japan”, The Japan Times (Jun 28, 2024)
- 27. 트럼프 안보보좌관후보 “미군 韓주둔 불필요…인질로 둬선 안돼”, 『연합뉴스』 (2024.5.8.)
- 28. DCA란, 이중목적 항공기(Dual Capable Aircraft)의 준말로 재래식의 무기는 물론 핵 무기까지 장착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가리킨다. 이중목적 미사일(dual capable missile)이란, 재래식 탄두와 핵 탄두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