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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하면 중국산 제품에는 60%, 나머지 국가들의 수입 상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Blanket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트럼프 당선인이 그의 구상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세계 무역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그는 2025년 1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이미 언급했던 60%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태도는 그가 첫 집권 기간 중 3.1%였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1.1%까지 올렸던 미·중 무역 분쟁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번의 언급이 충격적인 것은 관세 부과 예고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있고 합의와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전쟁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구현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식 일방주의의 재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세계 경제 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당선인은 알아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서방 진영을 결집하고, 냉전에서 승리하였다. 과거 1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세력(revisionist)’이라고 비판했는데,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미국 역시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중국을 대안 세력으로 부각시킬 것이다.

그의 보호무역주의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외국 기업들이 미국 국내에 공장을 건설하게 될 것이므로, 미국의 고용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미국 사회의 높은 임금수준을 감안할 때 이는 상품 가격의 인상을 불러와 미국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손상시키게 될 것이다.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 국제 경제정책 연구소는 2026년경까지 인플레이션율은 6%에서 9.3%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 공언한 관세 부과는 관세의 일반적인 목적을 벗어난다는 점도 문제다. ‘관세’는 보조금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의 시정이나 지나치게 큰 무역역조의 조정 등을 위해 부과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의 관세 예고는 마약, 불법 이민 등과 같은 비(非)무역 이슈를 매개로 한 보복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 과거 미·중 무역 전쟁 시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WTO에 제소하면서 미국이 세계 무역 질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는데, 미국의 신뢰가 하락할수록 다른 국가들은 중국으로 기울고 중국의 영향력은 증가할 것이다.

미국이 덩치 크고 힘만 센 이기적인 국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미국의 지위도 흔들리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서 미국은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많은 국가가 미국의 가치에 공감하고 그 전략에 동참하는 것은 중국과는 달리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일방주의를 자제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들만이 위대한 ‘대국’이고, 자신들의 ‘핵심 이익’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강점을 유지할 수 있을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작은 이익에 집착하여 세계적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는데, 그런 일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미국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고, 무엇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 본 글은 12월 15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