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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마이클 그린 시드니 대학 교수는 아시아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Never Say Never(아니라고 말하지 말라)”라고 답하면서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판 NATO 건설이라고 비난했는데, 아시아판 NATO 설립이 거론되는 이유는 상존하는 위협의 증대와 이에 대응하는 국가들의 역량을 결집할 필요성 때문이다. NATO가 결성되던 1949년 당시 유럽은 풍전등화의 위협 속에 있었다. 구(舊)소련은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던 동유럽 국가들에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한 데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의 공산주의 운동을 부추기는 등 전 유럽에 공산화의 ‘도미노 효과’를 노렸고, 1948년 6월부터 1949년 5월까지의 ‘베를린 봉쇄’를 통해 독일을 장악하려 했다. 구소련은 언제든 막대한 군사력을 서부 유럽에 투입할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국은 대서양을 건너 멀리 떨어져 있는 세력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이 택한 것은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이었고, 이는 1949년 NATO의 결성으로 나타났다.

현재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NATO 결성 당시의 유럽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하다 할 수 있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인-태지역의 안전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북한을 감싸고 있다.

중국은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경계선인 ‘구단선(九段線)’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고, ‘대만봉쇄’ 훈련을 통해 대만해협의 군사적 안정을 해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위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본과도 북방 4개 도서를 놓고 긴장관계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 너머에 있고,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양자동맹을 중심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허브와 스포크’체제는 미국이 손을 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데,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은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워싱턴선언’에서 약속했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래식 대응을 통해서도 충분히 북한 핵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재래무기는 군사적으로는 효용성이 있겠지만 핵무기가 가지는 정치적, 심리적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을 달성할 수는 없다.

유럽과 비교할 때, 현재의 동아시아에는 두 가지가 없는데, 하나는 가치를 같이 하는 국가 간의 다자적 안보협력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핵무기 배치를 통한 ‘핵공유(Nuclear Sharing)’이다. 북-중-러의 권위주의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가 참여하는 아시아판 NATO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칭은 ‘인태조약기구(Indo-Pacific Treaty Organization, IPTO)’라고 하면 어떨까?

NATO를 NATO답게 만든 것은 바로 ‘핵공유’였다. 1960년대에 들어 舊소련으로부터의 핵위협 우려가 점증하자 미국은 유럽에 7,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배치했었고,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NPG)’을 설립하여 NATO 동맹국들과 핵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냉전이 끝난 오늘날에도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약 100∼120개 정도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유럽에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면서 유럽보다 안보상황이 더 심각한 한반도에는 배치를 안 하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금년 5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한반도에서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핵공유 합의와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핵공유’를 미국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미국 정치의 변화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IPTO의 설립은 중요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동맹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 우려된다.

분쟁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 아시아에서 다자적 협력은 더욱 긴요하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하고 미국의 군사력이 분산되면 북한은 이를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고 군사도발을 할 수 있다. 한반도와 아시아 여타 지역에서의 동시다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체제를 같이 하는 국가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집단안보체제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위험한 모험을 하는 것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건설적인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우리의 경우 양자관계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 지렛대를 마련할 수 있다. 유럽 이상으로 안보 상황이 심각해지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하나로 묶을 다자안보협력체의 창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 본 글은 6월 17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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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