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3월 20일(수), 제25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 도서는 김용민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의 『정의와 행복을 위한 키케로의 철학』(한울, 2018)이었다. 이번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 김용민 교수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박수인 교수(경남대학교)와 윤비 교수(성균관대학교)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신복룡 명예교수(건국대학교), 김명구 교수(연세대학교), 이근관 교수(서울대학교) 등 서평 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 김용민 교수 = “끊임없이 현실을 겨냥하는 키케로의 실천적 이상”
김용민 교수는 키케로에 대한 관심은 플라톤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며, “키케로의 눈을 통해 로마 철학자로서 이해했던 플라톤 철학과 헬레니즘 철학을 볼 수 있었다”고 책을 쓴 동기를 밝혔다. 그는 “키케로의 철학은 그리스 철학의 영향에서 벗어나 로마의 전통성인 실천성을 가미한 독립적인 철학을 의식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며 키케로 철학의 독자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키케로가 ‘로마인 플라톤’이라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 그가 그리스 철학과 로마 철학을 절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서 키케로의 절충주의는 그의 철학 세계의 약점과 강점을 동시에 보여주지만, “로마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절충주의를 택했다면, 그의 철학은 그리스 철학과는 독립적인 철학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키케로의 철학 세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의 철학이 지닌 독창성을 찾아내고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 박수인 교수 = “‘로마인 플라톤’ 키케로”
박수인 교수는 “철학적 논쟁이나 정치사상의 기본적 문제의식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라면 얼마든지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며, 책의 접근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박 교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한 가지 방법으로 “‘로마인 플라톤’이라는 표현에 담긴 역사적, 사상적 아이러니를 추적하는 것”을 추천했다. “로마 공화정 말기와 아테네 민주정 쇠락기의 정치∙경제 및 지적∙문화적 맥락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로마인 플라톤’은 과연 로마적인 동시에 얼마나 플라톤적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윤리학에서 드러나는 키케로의 개인주의적 태도가 “정치철학의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키케로의 ‘로마적 관점’과 ‘독창성’에 더욱 짙게 묻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키케로의 개인주의에 비춰진 ‘개인’은 결국 공화정 말기 로마 엘리트의 관점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것 같다”고 논평했다.
◈ 윤비 교수= “키케로 사상의 개괄서”
윤비 교수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키케로의 사상을 큰 틀에서 개괄해보려는 드문 시도를 한 저서”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일반적인 예단이나 단순화에 빠지지 않고 키케로가 그리스의 대 철학자들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갖는 긴장관계를 ‘실증적’으로 풀어갔다”고 했다. 이어서 저자가 키케로를 단지 ‘고대 그리스의 거인들의 어깨 위에 앉은 난장이’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고자 노력하는 사상가로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교수는 저자가 그려내는 키케로 역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에피고넨(epigonen, 아류)’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저자가 이미 키케로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여러 곳에서 벗어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비록 키케로가 철학적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사고는 말과 행동, 정치와 철학적 사유 간의 관계에 대한 매우 중요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며, 키케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만큼의 철학적 거인은 못되었지만, 에피고넨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산이었다고 설명했다.
◈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유불란 박사(서강대학교)는 “동양정치사상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 잘하는 사람이 정치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경계를 했던 동양사상의 역사와 시각에 익숙했다”며, ‘말의 정치’를 논하는 키케로의 철학에 궁금함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과연 수사학이라는 것이 정치 세계에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정회 연구위원(아산정책연구원)은 “키케로 철학에서 개인과 개인의 ‘자유’라는 것을 중요하게 다루는데, 과연 키케로가 말하는 개인이 어떤 존재를 이야기하는지 궁금하다”며, “보편적 존재로서의 개인인지 아니면 로마 법치주의에서 정의하는 시민으로서의 개인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로마의 법치가 정의하는 시민의 자유로 한정한다면, 오늘날 근대 민주주의 개념과는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 제25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