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본 보고서는 전략분석실 김진우 박사 지도하에 작성되었습니다.

 

가장 최근 저서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2015)’에서 나바로는 이렇게 질문한다.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그는 본인의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급격한 변화 없이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바로는 설득력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심란한 두 가지 중요한 주장을 제기한다. 첫째, 그는 중국 군사력의 원천은 권역내에서 미국을 억지할 수 있는 비대칭적 역량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공군력과 해군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쟁 발생시 미국의 역량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기뢰, 크루즈 미사일 등 덜 정밀하지만 저렴한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나바로는 중국이 기뢰를 영해에 매설하거나 수백 개의 미사일 공격으로 항모전단을 공격할 경우, 대만 또는 중일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보호하는 미국의 능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수량은 그 자체가 질이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무기가 정밀함은 떨어지지만 엄청난 수량으로 그 부족함을 메운다는 것이다.

나바로의 두 번째 주요 주장은 중국은 전략적으로 인내하며 점증적인 도발을 통해 총 한방 쏘지 않고 권역내에서 자신의 군사적 지위를 천천하지만 꾸준히 확대한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노골적인 영토 지배를 추구하기 보다, 미국 및 타 국가의 군사적 개입을 억지할 수 있을 만큼의 군사력을 점진적이지만 성공적으로 확대해왔다. 그들은 중국이 침략자처럼 보이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비동적(non-kinetic)’ 전술을 통해 상대방의 주의를 분산하고 내부 이견을 조장하여 적을 약화하였다. ‘비동적(非動的)’ 전쟁이란 적을 와해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위하여 활용하는 심리적, 경제적, 그리고 법적 전술을 의미한다.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가 단 한 편만 나와도 할리우드 영화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경제적 위협은 중국 공산당의 직접적 개입없이 콘텐츠 제공자가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1997년 디즈니와 소니엔터테인먼트는 각각 ‘쿤둔’과 ‘티벳에서의 7년’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중국 수입이 잠시 금지되었다. 최근에도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중국 공산당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월드워Z’, ‘레드 던’, ‘픽셀’, ‘미션 임파서블 3’ 등의 영화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삭제하도록 모두 재편집되었다. 단지 수출용만 재편집된 것이 아니라, 미국 국내 상영본 역시 검열을 거쳤다.

나바로는 점점 커지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서 미국이 취하면 안되는 조치를 먼저 설명한다. 여기에는 아시아에서 철수하는 것, 중국에 경제 제재조치를 부과하는 것, 중국 정부와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는 것, 중국이 다른 사안(예: 북한)에 협력하는 대신 미국이 하나의 이익(예: 대만)을 포기하는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추구하는 것이 포함된다. 나바로는 이러한 정책이 미국의 대중국 협상력을 약화하고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사용하는 능력을 제한한다고 믿는다.

나바로는 이러한 “의미 없는 평화로 향한 길”을 거부하고, 아시아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자는 계획을 개략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정책처방은 다음 내용을 포함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와 기술 공유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교육 개혁을 실행하여 보다 나은 산업을 창출한다. 아시아 내 미국의 군사기지를 강화하고 다각화한다. 우주기술 역량과 첨단 항공기 생산을 강화한다. 아시아 지역 내 동맹을 지원한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당시 이러한 지역 동맹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공연하게 의문을 제기했지만, 나바로는 사업가인 트럼프가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아시아에서 의도적으로 중국에게 양보하기보다는 미국의 납세자들을 위해 더 나은 거래를 이끌어내는 것에 보다 관심이 있으리라 믿는다.

나바로는 미중간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미국 안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 제시된 주장에 의하면, 나바로의 핵심 정책방안 중 하나는 미중간의 무역관계를 미국에게 보다 유리하게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덜 구매함으로써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의 군사력 발전에 투입되는 돈을 줄일 수 있다. 나바로는 이렇게 주장한다. “대중국 무역관계의 ‘균형을 조정’하는 조치는 중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고로 중국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 속도를 늦출 것이다.”1 미국 내에서 미중 관계와 관련된 이해관계는 엇갈린다. 대기업과 농민 모두 양자간 무역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은 중국 클라이언트를 대신하여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의 ‘비동적’ 전술은 중국 공산당의 인권유린을 축소 또는 은폐하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검열편집함으로써 미국 여론을 조정한다. 나바로는 미국이 이러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지정학적 충돌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웅크린 호랑이’에서 나바로는 중국의 군사적 역량과 의도, 그리고 커가는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에 관해 폭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나 나바로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지만 그가 제시하는 경제적 대응 전략은 여전히 미약하다. 중국 전문가나 정부 관료 출신과의 인터뷰 등 다양한 출처를 활용했다면 ‘웅크린 호랑이’는 나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나바로는 서로 상반된 의견들을 총합하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으며 중국의 의도에 관해선 최악만을 추정한다. 책의 내용 또한 조금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나바로는 300페이지도 안 되는 페이지를 통해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다루려 했다. 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지역들에 관한 섹션은 아시아의 국제관계를 간단히 요약할 뿐 사실상 수박 겉핥기 조차 아닌 수준이다. 아시아 외교정책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해 쓴 책인데도, 완전한 이해를 위해 수년의 경험이 필요한 주제들에 대해 단 몇 페이지만 할애한다. 이 책은 오늘날 아시아의 안보 문제에 관해 선견지명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피상적인 분석이라 하겠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1.

    Navarro, Peter. Crouching Tiger: What China’s Militarism Means for the World. Prometheus Books. 2015. p. 256

 

About Experts

Ben Forney
Ben Forney

전략분석실

벤 포니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원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영문학 학사, 서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관심분야는 북한∙동아시아 정치, 한미 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