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의한 도발은 없었다. 통상 하계 한미 연합훈련인 UFS 훈련이 실시되는 8월은 북한에는 가장 두렵고 그래서 가장 처절하게 반응하는 시기다. 북한은 진짜 두려웠던 시기에는 몸을 수그렸다. 한미 연합훈련 기간 비난 성명만을 발표하고 군부대 훈련 등은 공개를 자제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훈련이 끝나고 미군이 돌아가면 화풀이식으로 미사일이나 포를 쏴대었다. 그러나 2021년 이후부터는 전술핵 개발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훈련 기간에도 맞대응을 반복했다. 그런데 올해는 미사일이나 포를 쏘아가면서 발악과도 같은 난리를 치지 않고 조용했던 것이다.
UFS에 대한 북한의 대응
이유는 두려움 또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7월 말 김정은 집권 후 사상 최악의 수해로 1500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고, 특히 북·중 접경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똑같은 재해를 맞이한 중국의 단둥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북한 자강도 일대는 초토화됐다. ‘지방 발전 20X10 계획’으로 군병력을 대규모 동원하며 국내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했지만, 산림 황폐화에 더해 제방 구축 등 재난 대비 인프라 투자가 없어 피해가 커졌다.
뒤늦게 주민 구출을 위해 다수의 헬기가 투입됐으나 상태가 좋지 않았던 헬기는 추락을 반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구조와 복구를 지휘하는 듯 며칠간 쇼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미에 발악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가만히 있었던 것만도 아니었다. ‘화성-11라’ 발사 차량 인수인계식(8월 5일)과 자폭 드론 공개 행사(8월 24일), 240㎜ 방사포 검수 사격(8월 27일), 해군절 행사(8월 27일) 등 다양한 일정으로 가득 찼다. 특히 화성-11라의 인수인계식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화성-11라 미사일 4연장 발사 차량을 무려 250대나 도열시키고 전방 부대 배치를 선언했다. 화성-11라는 KN-23의 축소판인 근거리전술탄도미사일(CRBM)로, 우리 군이 2020년 개발을 완료한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무기)과 유사한 개념의 무기다. 사거리는 110㎞ 정도로, 전방에 배치하면 계룡대를 포함한 충청권까지도 타격이 가능하다. 게다가 북한은 화성-11라를 전술핵무기로 묘사하고 있다. 즉 발표대로라면 북한은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1000발을 전방 군단에 배치한 것이다.
화성-11시리즈는 여전히 미완?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우선 전체 길이 9m 전후에 직경 1.1m로 추정되는 ‘화성-11가(KN-23)’에 비해 화성-11라는 5m 이하의 길이에 사거리도 저각 사격 시 110㎞ 정도로 제한된다. 탄두 중량을 최저한으로 줄이고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최대 300㎞까지도 비행할 수 있겠지만, 이는 손쉬운 요격 대상이 된다. 화성-11라는 전술핵탄두 탑재 수단으로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북한의 최신예 탄도미사일 생산능력도 의문이다. 북한의 최신이자 최강의 탄도미사일인 화성-11가는 현재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 전량 투입되고 있다. 이미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러시아군은 모든 전선에서 북한의 화성-11가를 사용해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공격했다. 초도분으로 약 50발의 미사일이 발사 차량과 함께 러시아군으로 수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전장에서 화성-11가는 그다지 좋은 성능을 보이지 못했다. 비행 도중 공중분해되며 폭발하는가 하면, 목표로 하는 도심지 대신 엉뚱한 곳으로 비행한 미사일도 적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2월 이후로는 화성-11가를 사용하지 않아, 초도분이 2월까지 모두 소진된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7월부터 또다시 러시아군이 화성-11가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2차분 미사일이 러시아로 전해진 것이다. 초도분에서 보인 한심한 성능이 2차분에서는 얼마나 개량됐을지가 관건인데, 현시점에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의 화성-11 생산능력은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트레이드마크 같은 잇단 미사일 도발을 반복해 왔는데, 작년 12월부터 화성-11가만큼은 더 이상 발사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매달 평균 2발 이상 소진해야 할 화성-11가를 7개월 넘도록 발사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화성-11가는 생산되는 전량이 수출 물량으로 배정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화성-11가 생산능력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2차분으로 몇 발이 이전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10~20발을 월간 최대 생산량으로 추정할수 있다. 또한 화성-11가의 생산 및 러시아 수출에 총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북한이 생산할 수 있는 화성-11라의 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전술핵보다 더욱 실질적인 위협은 자폭 드론
8월 24일 김정은이 공개한 2종의 자폭 드론은 화성-11라와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위협이다. 북한은 장비명을 밝히지 않은 채 전술급과 작전급 2종의 자폭 드론을 공개했다.
우선 전술급 자폭 드론은 X 자형 날개가 2종인데, 본체 중앙에 긴 길이의 주날개를, 후미에 다소 짧은 길이의 보조 날개를 장착하고 있다. 형상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애용하고 있는 ‘란쳇3’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란쳇3는 날개가 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인 데 반해 북한의 전술 자폭 드론은 주날개가 매우 기다란 직사각형이다. 오히려 외양상은 러시아제 란쳇3보다는 이스라엘제 히어로(Hero) 시리즈 드론과 닮았다. 물론 란쳇3나 히어로와는 달리 북한제 드론의 센서 부분은 장비가 매우 단순해 보이기는 하다. 크기를 보면 사거리가 100㎞인 히어로 400과 매우 유사한데, 이는 북한제 자폭 드론이 러시아의 란쳇3보다 사거리와 체공 시간이 모두 길다는 뜻이 된다.
한편 작전급 자폭 드론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사용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란제 ‘샤헤드-136’과 닮아 있다. 사실 이란제 샤헤드-136도 1990년대 이스라엘이 개발한 자폭 드론인 ‘하피’의 카피 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북한의 작전급 드론은 샤헤드-136이나 그 원형인 하피와는 형상이 다르다. 오히려 하피의 성능을 개선한 이스라엘제 자폭 드론 ‘헤롭’과 닮았다. 헤롭은 하피에서 한계가 있었던 기동성과 비행 안정성 그리고 유도 성능을 보완해 성능을 개선한 모델이다.
이렇듯 북한은 러시아가 현재 전장에서 활용하는 자폭 드론보다 훨씬 성능이 강화된 드론 전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자폭 드론의 교리가 발달하지 않은 북한이 이러한 제품을 만든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러시아에 대한 자폭 드론 수출을 노린 것이다. 이렇게 성능이 개선된 자폭 드론이 러시아로 수출되면, 북한은 무기 수출 품목을 늘여 외화벌이를 더욱 강화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 수출 과정에서 현대전에서의 자폭 드론 운용 교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성능이 미지수인 전술핵보다 자폭 드론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이해하는가?
이제 우리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과연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우리 정보 당국이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주요사건이 있을 때마다 합참에서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고 있으나 정보 분석과 전파가 너무 느려 보인다. 무엇보다도 최근 기밀누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군 정보기관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정보 수집이외에 분석과 위협 판단에서 현 체제로 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국방부는 이러한 국방 위협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한때 국방부에 개혁실을 대신해 총괄 평가실을 두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개혁실 자체가 사라져서 적절한 기능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같은 조직을 활용해, 적 대량살상무기 등 위협을 심층 분석하고 군축부터 군사적 대응까지 종합적 대응책을 기획하는 기능으로 키워내야 한다. 미국에는 DTRA(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국방위협감소국)가 그러한 임무를 수행한다.
* 본 글은 9월 14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