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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일)부터 ‘한일기업인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되며 양국 경제교류 및 기업활동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 3월 일본의 갑작스러운 한국에 대한 입국강화조치 이후, 7개월여만이다. 강제동원문제로 인한 양국 갈등이 격화되던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동과 교류까지 제한되면서 경색된 한일관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스가 내각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이루어진 양국간 협력소식에 향후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마저 든다. 그러나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이번 경제교류가 재개된 것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양국 경제 회복을 위한 실리적 이유일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일본총리는 바뀌었지만, 일본정치의 주류는 달라지지 않았고, 양국 갈등의 정점에 있는 강제동원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찾지 못하였다. 오히려 장기화되는 갈등 속에 서로에 대한 비판과 무관심이 증가하며, 한일간의 불편한 동거가 이대로 지속될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단기적 과제로 한일정상회담 추진과 정상간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일본측에서 ‘한국내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야 방한(訪韓)한다’는 인식을 보이며,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의 허들이 높아졌는데, 이러한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강제동원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견고한 입장차이만큼 이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국의 입장만을 고집하며, 상대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자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양국 정부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정상회담을 한다해도 당장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정상간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정치와 역사의 갈등이 경제와 안보 등 다른 분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한다는 정상 차원의 선언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 과제로 공공외교 강화를 통한 상호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최근 일본에서 한국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며, 새로운 한류붐이 불고 있다. 얼어붙은 한일관계에 불어오는 순풍에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이러한 문화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 문화를 통한 친근감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신뢰감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평가하면서도 이에 대한 과신은 삼가야 한다. 오히려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갈등사안에 대한 사실전달과 이해를 도모하는 공공외교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일본,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그리고 일본 등 외국에 거주하는 우리국민, 주변국 등을 대상으로 양국 갈등사안의 본질을 알리고, 이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도달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셋째, 지속과제로 일본내 지한파 양성과 한일정책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연구가 정점에 이르렀던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난 30년간 일본연구의 쇠퇴 속에서 한국내 일본전문가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일본내 한국전문가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어려운 양국관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며, 해법을 모색해 나갈 지한파(知韓派), 지일파(知日派)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학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각계각층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플랫폼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강제동원문제를 중심으로 지난 2년여의 한일관계는 언제 더 악화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일관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단순히 한국과 일본이 이사갈 수 없는 이웃나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기반하여 지정학적으로 촘촘히 연계된 양국관계에서 협력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문화적 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국익과 실익을 위해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나가야 할 우리 외교의 중대한 과제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 본 글은 10월 8일자 아시아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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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부연구위원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2007),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2009), 박사 학위(2015)를 취득하였다.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미국 미시간대학교(2012-2013)와 일본 와세다대학교(2013-2014)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2015),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16-2018),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2018-2019)로 재직하였다.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연구로는 <국가정체성을 통해 본 한일갈등 인식의 차이 연구(2018)>, <일본의 대아시아전략과 한중일 3국관계(2018)>, <협력과 갈등의 한일관계, 20년의 변화와 성찰(19998-2017(2018))>, <일본은 여전히 ‘반응형 국가’인가? 아베 내각에서 나타난 일본외교의 변화와 연속성(2019)>,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