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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그가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을 자문하는 측근이다”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은 워싱턴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흥미로운 소식을 듣는다. 지금 워싱턴에는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트럼프의 가까이에서 그의 외교안보정책을 자문해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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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자극적인 발언들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연일 높아지고, 트럼프 정책의 큰 줄기를 종잡을 수 없어 정책관계자들이 우왕좌왕하던 때였다. 소식을 들은 함 원장은 2011년 발간된 나바로의 대표 저서 <Death by China>(그렉 오트리 공저, Pearson Prentice Hall, 국내 번역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를 읽기 시작했다. 과연 나바로였다.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나바로가 제시하는 세계관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 12월 21일(미 워싱턴 현지시간), 나바로는 트럼프가 신설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의 한미 관계를 비관한다. 연구원이 미 대선 이후 2016년 11월 22~2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1에 의하면 응답자의 64%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방위비 분담금 추가 지출(27.3%),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26.4%), 한미 FTA 재협상 등 보호무역주의노선 강화(18.6%)가 원인으로 꼽혔다. 함 원장은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분담금 지불을 요구하고, FTA 재협상을 주장하며, 중국을 적대시하는 트럼프의 모든 언동이 하나의 담론으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Death by China>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이 1월의 추천도서로 피터 나바로∙그렉 오트리의 <Death by China>를 선정한 이유다.

 

중국이 야기하는 종말

<Death by China>는 목차부터 매우 공격적이다. 가장 첫 번째 챕터와 마지막 챕터 두 개를 제외한 14개 챕터의 제목이 모두 ‘Death’로 시작된다. 중국산 저질 제품, 중국의 환율 조작, 중국의 대양해군과 스파이, 중국의 식민주의, 중국의 우주 제국 등이 세상의 종말을 야기한다.

나바로는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산업공동화에 따른 생산 기반 붕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산업공동화란 ‘제조업의 생산거점이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국내 고용이 감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이 저하되며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시사경제용어사전>, 기획재정부, 2010.11.)’을 뜻한다. 나바로에 따르면 이 산업공동화는 중국의 부상에서 기인했으며,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미-중 무역이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이전시켜 더 싼 값에 제품을 생산하고 이윤을 취했다. 중국 공산당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인민들의 노동력을 헐값에 착취해 돈을 번다. 미국의 노동계층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중국은 번 돈으로 군비를 증강했고 이제는 도처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나바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Death by China>는 ‘모두 다 함께 일어나 중국이라는 탐욕에 눈이 먼 용에 맞서 싸우지 않는 한, 우리의 여생은 물론 후손들의 삶도 곤궁하고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을 기반으로 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는 사실과 수치, 통찰력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이 직면하는 문제를 묘사하고 있다’며 시청을 권한 바 있다. 함 원장은 트럼프 정책들의 연결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잘못된 통상정책을 바로 잡아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트럼프의 그림이다. 그동안 미-중 무역에서 취한 이익을 기반으로 중국이 미국에 군사적 도발을 해오는 것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다. 트럼프의 통상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은 긴밀히 연결돼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지배하는 그날

트럼프의 미국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이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인선이 진행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꾸려나갈 미국의 미래를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국내 언론도 한미 동맹 전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함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임승차’를 이유로 주한미군을 한국에서 철수시키거나 한국과의 동맹을 깨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eath by China>의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도 국방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미국과 함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신은 <Death by China>가 자극적인 표현과 과한 일반화로 점철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나바로와 오트리는 ‘자살하려고 할 때 배가 고프면 중국산 어류나 과일, 육류, 채소를 먹으면 된다’거나 ‘한층 더 기가 차는 일은 ‘환율 조작에 의한 중국의 살상 행위’가 ‘미국 정치 주권의 종말’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같은 주장들을 서슴없이 적었다. 그러나 함 원장의 조언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과 구체적 통상∙외교∙안보정책을 파악하려면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곧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일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1. Peter Navarro, <Crouching Tiger>, Prometheus Books , 2015.11.
2. Alexander Gray∙Peter Navarro, ‘Donald Trump’s Peace Through Strength Vision for the Asia-Pacific’, Foreign Policy, 2016.11.7. http://foreignpolicy.com/2016/11/07/donald-trumps-peace-through-strength-vision-for-the-asia-pacific/
  • 1.김지윤 연구위원·강충구 선임연구원·이지형 선임연구원, 이슈브리프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우려 속의 한국 여론과 시사점’, 아산정책연구원, 2017.1.13. http://www.asaninst.org/?p=49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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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율
권은율

홍보실

권은율 전문원은 아산정책연구원 홍보실에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연구원 이슈브리프 '중국 탄도미사일이 한반도에 던지는 함의', '한반도 사드 배치와 중국' 작성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