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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뒤흔들 게임체인저 미사일, 화성-17 성공한다면 본토 타격 가능…
미 MD 체계 돌파할 수도
 
3월24일 북한이 ‘화성-17’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에는 ‘괴물 ICBM’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북한은 이튿날 개발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우리 합참을 필두로 한 한·미 당국은 화성-17은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도대체 화성-17이 어떠한 의미를 갖기에 이렇듯 혼란이 가중될까.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 프레임으로 정권을 유지해 왔다. 군사적 대치 상황도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도 모두 미국 탓으로 돌림으로써 미국의 압제에 대항하는 현 체제의 지배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북한에 핵은 미국에 대항하는 ‘만능의 보검’이다. 따라서 북한의 ICBM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전략적 의미를 갖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사는 ICBM 개발을 목표로 한 기나긴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CBM이 그 본질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충분한 핵탄두를 싣고 목표하는 지점까지 날아가는 추진체의 확보다. 추진체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엔진을 사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추진체,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 보낼 수 있을까
 
최초 스커드 미사일을 원형으로 복제판을 생산했던 북한은 당연히 스커드의 9D21 액체연료엔진을 기본으로 삼았다. 북한은 이 엔진의 덩치를 키워 1000km급 사거리를 가진 ‘노동미사일’까지 만들어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북한은 냉전이 끝난 후 소련의 R-27 미사일을 통해 4D20엔진을 확보하고 ‘무수단’을 만들었다. 2010년 북한이 화성-13의 모크업 공개 이후 2016년 초까지만 해도 4D20엔진 두 개를 묶어 ICBM용 1단 추진체를 만들고자 했지만, 추력이 충분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만 했다.

그러나 2016년 9월부터 북한은 ‘백두산 혁명’ 엔진을 공개했다. 이 엔진은 냉전 시절 사상 최대의 ICBM이었던 R-36을 추진하던 RD-250이었다. 이미 2011년 북한 공작원이 RD-250의 제작사인 유즈노예로부터 기밀문건을 절취하다가 체포된 바 있는데, 결국 이후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북한은 우선 이 엔진을 화성-12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해 2017년 5월 성공리에 그 성능을 입증했다. 그리고 북한 최초의 ICBM인 화성-14에 장착해 같은 해 7월 비행에 성공했지만, 화성-14는 대형 핵탄두를 싣고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없었다.

북한은 화성-15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RD-250은 원래 노즐이 2개인 쌍발엔진이다. 그러나 북한은 화성-12·14에서 노즐을 1개로 줄이고 자세 제어용 보조엔진 2개를 채용해 스스로 출력을 낮췄다. 이는 노즐 각을 조절해 자세를 제어하는 추력편향 제어기술이 부족해서였다. 화성-14가 시험발사에 성공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등장한 화성-15에는 오직 노즐 2개만을 장착한 RD-250 원래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화성-15는 약 80tf(톤포스·중량당 추력) 추력으로 약 1톤을 탑재하고 1만3000km까지 비행할 수 있었다. 한편 화성-17은 노즐이 4개로 식별되었다. 즉 RD-250 2개를 장착한 것으로 약 160tf에 최대 2톤까지 탑재하며, 사거리는 1만3000~1만5000km 정도로 추정된다. 즉 화성-17은 2톤 중량의 탄두를 미국 전역까지 운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화성-17이 미국에 위협적이려면 핵심은 단 한 가지다. 미국이 중첩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돌파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야만 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는 ICBM의 ‘상승-중간비행-하강’의 3개 과정에서 중간비행과 하강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중간비행 단계에서는 GBI(지상기반요격체계)를 사용해 우주공간에서 ICBM을 요격한다. 하강 단계에서 약 1500km 미만의 고도까지 SM-3 블록 IIA가, 40~200km의 중고도까지는 사드(THAAD·종말고고도지역방어)가, 그리고 30km까지의 저고도는 패트리엇 PAC-3가 담당한다.

북한이 만약 화성-15를 미국을 향해 발사했다고 가정해 보자. 운 좋게도 GBI를 피하더라도 결국 화성-15의 단일탄두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SM-3, 사드, 패트리엇 순서로 요격될 수 있다. 그러나 다탄두의 경우는 다르다. 다탄두도 MIRV(다탄두 각개기동 재진입체)만으로는 공격범위에 한계가 있고 MaRV(다탄두 기동성 재진입체) 정도 돼야 기동하면서 회피할 수 있다.

통상 북한의 수소탄두(‘장구’형 핵탄두) 무게는 최대 650kg 정도로 추정되는데, 화성-17의 탑재중량은 이를 3개 정도 탑재할 수 있는 무게다. 물론 MIRV로 기능하려면 페어링 등을 포함해 무게가 더 나가지만, 북한의 기술발전을 고려하면 화성-17은 MIRV 3~4개를 탑재하고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 1월 2차례나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극초음속활강부가 바로 MaRV에 해당한다. 즉 극초음속활강부를 화성-17에 탑재한다면 미국의 MD 체계를 돌파하는 ICBM은 완성될 수 있다.

 
북한 기술의 한계 그리고 가능성
 
또 한 가지 진보한 점은 바로 플랫폼이다. 북한의 이전 ICBM들은 발사차량에서 간이 발사대와 차량을 분리한 후 발사해야 했다. 발사 시 화염으로 인해 차량이 불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번 화성-17 발사에서는 차량과 발사대를 분리하지 않고 곧바로 발사했다. 리플렉터(반사판)를 차량 후면에 장착해 보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즉각적인 발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논란도 있다. 애초의 화성-17 발사 주장이 거짓이라고 합참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선 3월16일 발사 실패로 인해 24일에는 화성-15를 쏜 것이라는 주장이다. 화성-17 발사는 김정은 친필 명령이 공개될 만큼 중요한 시험발사였다. 거짓이 들통날 일을 수령의 지시와 연결시키지 않아왔던 그간 북한의 속성상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에 하나 사실이면 북한 체제가 뒤흔들릴 법한 큰 사건이다.

3월24일의 발사체가 화성-15라고 해도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거짓일 경우가 더욱 큰 문제다. 개발 일정과는 상관없이 ICBM 발사를 서둘렀다는 것이고, 화성-17이 만들어져야만 할 만큼 내·외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발사만으로 한·미 양국에 대한 압박이 충분치 않다면 추가 핵실험 카드를 빠르게 꺼내들 수도 있다. 폭파 ‘쇼’를 선보이며 폐쇄했다던 풍계리 핵실험장의 재가동 움직임이 다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본 글은 4월 4일자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