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무기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8월 초에 ‘화성-11라’ 근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 250대의 전방 배치를 발표하더니, 8월 말에는 자국산 자폭드론을 선보였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화성-11라’는 단순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전술핵을 탑재하는 무기이다. 사거리는 110km 수준으로 짧지만 전방에 배치하면 경기권 전역은 물론 충청권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
자폭드론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은 사거리 100km 이내로 추정되는 전술급 자폭드론과 사거리 1000km 이상의 작전급 자폭드론을 선보였다. 전술급 자폭드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애용하여 전과를 거둔 ‘란쳇-3’과 유사하다. 작전급 자폭드론도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심공격 시 사용하는 이란제 ‘샤헤드-136’과 유사한 성격으로, 더욱 성능이 향상된 신형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무기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022년부터 자주포탄과 방사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했고, 작년 양국 군사협력이 공식화되면서 KN-23 탄도미사일까지 수출했다. 러시아는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의 모든 전선에서 KN-23을 발사하여 약 3개월 만에 50발을 모두 소진했다. 그리고 약 5개월간 발사가 없다가 올해 7월 말부터 다시 발사를 시작했다. 즉 2차분이 수출되어 다시 전장에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북한의 ‘불새4’ 신형 대전차장갑차가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전선에서 목격되었다. 우크라이나군 무인기가 러시아 진영 측에서 기동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북한의 기갑장비가 러시아군에 이전된 것은 처음으로, 북한은 불과 2018년 공개한 최신무기를 실전에서 시험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장비만을 보낸 것인지도 의문이다. 당연히 장비와 함께 이를 교육시킬 북한군 교관단이 같이 파견됐을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전투에 참여하여 장비의 성능을 입증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술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1973년 4차 중동전을 앞두고 군사고문단과 교관단으로 파견되었다가 전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실전경험을 쌓을 절호의 기회를 놓칠 북한이 아니다.
이미 2022년 말부터 북한이 공병부대를 러시아로 보냈다는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이 부족한 병력으로 2023년 초 동계공세를 수행하면서도 견고한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전쟁이 치열해지고 전선이 정체될수록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참전할 기회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의 태도는 너무도 수동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 K방산의 신무기들을 수출할 수 있었음은 참으로 놀랍고도 대견한 일이다. 방산수출총액이 2022년 173억달러, 2023년 140억달러를 기록했다. 심지어 정부는 4대 방산강국의 꿈을 꾸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물건을 팔았으니 끝’이 아니다. 방산수출은 도입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일이자 국제정치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이다.
북한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신의 스탠스를 명확히 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도 여태까지 러시아의 눈치만 보던 수동적인 태도와 한반도에만 묶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결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명분과 방산협력의 실리를 더욱 정확히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방산수출에서 그치지 않고 운용 데이터와 실전 검증 등으로 우리 국방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6·25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 오늘날의 번영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의 노력만큼 중요했던 것이 국제사회의 참여였다. 국제사회와 참전 16개국의 도움으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고, 국제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인정받았기에 수출을 통해 번영했다. 국제사회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본 글은 8월 29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