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보다 암울할 내년, 외교 성과도 있지만 북핵 위기는 더 고조
미국의 의혹 해소가 가장 시급한 문제
중국에 대한 과잉기대도 조절을
매년 이맘때면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한 해를 전망해보곤 했다. 새해가 지난해보다 나아 보인 경우는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올해는 더욱 암울한 기분이 든다.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 상황의 안정화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의 관계 개선 및 강화에 노력했고, 일부 성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와 주변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면서 긴장과 위기감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핵과 미사일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년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며 핵국가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전략적 도발(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을 지속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대북 압박과 제재 수위를 높여가며 군사적 수단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 간 ‘강 대 강(强 對 强)’ 대치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고 희망하는 운전자론이나 대화론이 자리할 곳을 찾기는 더욱 힘들게 될 것이다. 한국이 대화론을 주장할수록 스스로의 고립이 초래될 수도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하고 제반 분야에서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가져가야만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 변화를 가져오고 대화와 협상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사즉생(死則生)의 결기를 보여야만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의 관건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굳건하고 공조가 잘 유지될 때 우리의 안보가 튼튼해지고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데, 최근 들어 한미관계에서 우려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많이 사라졌었다. 그러나 3불(不), 균형외교, 운명공동체 등으로 인해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정책방향에 대해 다시 의혹을 가지게 됐다. 미국 일부에서는 ‘중국 경사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미래사령부, 주요 무기 구매와 기술 이전 같은 이슈들로 인해 한미관계에서 마찰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의 관계도 불편한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중관계가 복원의 과정으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복원과정이 수월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중국이 3불을 빌미로 다양한 형태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한국에 대해 다양한 회유를 제시할 것이다. 역사문제를 매개체로 하여 한중 반일(反日)전선 형성도 시도할 것이다. 북한 문제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협력을 중국이 할 것인지 의문이다.
한일관계도 큰 파도가 밀려올 것 같다. ‘역사문제와 안보협력의 분리’를 추구해 온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결과 발표 이후 일본 내에 ‘골포스트론’(한국이 수시로 골포스트를 옮긴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중 운명공동체’ 발언에 대해서도 일본은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일본의 협조가 가능한지,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 복합적인 사고와 실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하나의 이슈나 관계가 다른 이슈와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판단하고 접근해야만 상충되는 것을 방지하며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복합적인 사고에 근거하여 현란한 구호가 아닌 실용적이고 포괄적인 전략을 세워야만 2018년의 험난한 파고를 넘을 수 있다. 미국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이와 병행하여 중국에 대한 과도한 희망과 기대를 조절하는 것도 요구되며,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 본 글은 12월 30일자 동아광장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