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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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주요국들 간 새로운 세력균형을 찾기 위한 갈등과 타협이 혼재된 한 해였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의 정치 지도자 교체와 연장은 이 현상을 더욱 촉발하거나 가속화했다.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협력과 통합보다는 대립과 갈등, 분쟁과 분열이 확산됐고 불안정은 증가했다. 주요 국가 간의 관계 재설정과 정책의 수단과 방법, 우선순위의 조정을 의미하는 ‘리셋(reset)’은 희망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이고 암울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과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탈냉전 이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보장하고 확산해왔던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의 약화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대내외적 도전이 더욱 확산되면서 비(非)자유주의 국제질서(illiberal international order)가 강화될 것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해왔던 3개의 축—법의 지배(rule of law), 열린 시장경제(open market economy), 그리고 인권,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인류 보편 가치—에 대한 도전이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날 것이다. 다자보다는 양자, 협력과 통합보다는 대결과 분열, 공동이익보다는 개별이익, 비제로섬(non-zero sum)이 아닌 제로섬(zero-sum) 게임, 대화와 협상보다는 압박과 거래, 외교보다는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 증가가 주요 특징이다.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대척점에 있는 현실주의(realism) 국제질서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본 제도와 기구, 규범이 유지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며, 국내외적으로 일탈 세력이 등장하고, 현실주의적 요소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상태를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라고 일컫는다. 즉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는 현실주의적 국제질서 요소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요소가 공존하는 여명적(twilight) 혹은 하이브리드(hybrid)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방향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변경 세력(revisionist illiberal powers) 간의 대결과 충돌은 갈등과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약화는 대외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이란, 터키 등과 같은 비자유주의 세력의 부상, 내부적으로는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과 세계화에 대한 반발 증가, 정보화에 따른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s)들의 세력화 등에 기인한다. 이 현상은 21세기에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강화돼 왔다. 이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약화는 더욱 심화됐다. 트럼프의 등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하며 보호주의,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탈퇴, 반(反)이민 행정명령 발표, 멕시코-미국 국경선 장벽 설치, 이란 핵협상 파기, 파리협정 탈퇴, 유네스코 탈퇴 등 미국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가치와 이상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규범과 제도를 스스로 약화시켜왔다.

유럽에서도 비자유주의적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탈퇴와 반이민정서 확산이다. 통합과 협력, 포용과 공존의 이상을 추구하던 유럽연합이 폐쇄, 배타적인 지역협력기구(exclusive regional cooperation)가 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핵심 국가들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를 역설하고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기존 자유주의 제도의 유지나 강화는 어려우며,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이 확대될 것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대외적 도전은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비자유주의 국가의 부상과 테러 단체의 확산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은 새 규범과 제도를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주변 지역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세력권 형성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군사력을 제외하면 중국은 최소한 동아시아 내에서 미국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정치·외교·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했고, 이제는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 중심의 세계인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제19차 당대회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러시아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질서에 대한 지정학적 도전을 차분히 지속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비하면 약하기는 하나, 시리아 내전 개입, 이란과의 동맹 강화, 터키와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러시아는 중동 지역, 더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의 정치·외교 영향력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ISIS가 궤멸하면서 국가 차원의 테러는 사라졌으나 아직도 추종 세력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테러의 증가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다. 테러는 공포심을 유발할 뿐 아니라 종교, 종파, 인종 간 갈등을 확산하고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포용, 관용, 화합, 공존이 아닌 증오, 갈등, 혐오, 배척의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흐름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이념적 기반인 자유, 인권,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킨다.

1.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특성 비교

표1.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간 특성비교

비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과거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국가중심적 접근이 다시 부각된다는 것이다. 탈냉전시대에 강조되던 초국가적 인간안보보다는 국가안보가 더 중요해지고, 이 관점에서 대응과 해결이 모색될 것임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틀이 유지되기는 하나 비자유주의 세력의 등장과 도전으로 이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현실주의·냉전·폐쇄적 요소가 증가한 하이브리드적 상태를 의미한다. 비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는 이상과 가치보다는 중상적 이익을 중심으로 한 구성원 간 갈등과 대립이 증가하고,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구도를 유지하려는 세력 대 새로운 질서와 구도를 추구하는 비자유주의 세력 간의 경쟁이 심화되어 미래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이게 된다.

 

2017 회고: 퇴행적 리셋의 시작

2017년은 리셋이 시작되는 해였다.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교체되고 중국, 일본 등에서는 기존 지도자들이 권력기반을 강화하면서, 정책 우선순위와 방향이 조정되고 수단의 변화가 촉발됐으며 주요국들은 관계 재설정에 들어갔다. 리셋은 저성장과 불안정의 일상화를 일컫는 ‘뉴 노멀(New Normal)’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의미했다. 또 리셋은 탈냉전시대를 주도해왔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지를 판가름하는 계기였다. 2017년 세계 정세는 규범과 제도, 가치와 이상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구성요소들이 약화되고 힘에 기초한 질서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리셋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회복이 아닌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

 

자유주의 세력의 약화와 비자유주의 세력의 약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정권 교체는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우파의 등장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대외 정책도 배타적이고 일방적인 성향이 강화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반이민 행정명령 시행, TPP 탈퇴, 파리협정 탈퇴, 유네스코 탈퇴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 규범과 제도를 훼손하거나 약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맹주인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킴과 동시에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감소시켰다.

유럽은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분열상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통합과 협력의 분위기는 약화됐다. 메르켈 총리의 재집권, 상대적으로 덜 급진적인 마크롱 정부의 출범, 우파정당의 승리로 끝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의 총선은 극우 포퓰리즘의 출현을 방지하고 통합과 협력의 기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개방·포용적 지역주의(open·inclusive regionalism)’를 지향하던 유럽연합과는 달리 오늘날 유럽 국가들은 ’폐쇄·배타적 지역주의(closed·exclusive regionalism)’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연합의 확장이 아닌 기존 유럽 국가들만의 통합과 협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유럽 각지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유럽 내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확대되고 타 종교와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럽 연합이 지향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을 이루었던 보편적 가치와 관용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자유주의 세력의 약화와는 반대로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 터키 등과 같은 비자유주의 세력의 부상은 더욱 두드러졌고 지정학적으로도 팽창했다. 이 세력들은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려는 것을 넘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추구하며 자유주의 세력을 견제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비판하면서 세계화를 강조하고, 중국이 자유시장경제를 유지·발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구체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활성화, 지역차원에서의 대화 확대를 통해 영향력을 증대해 왔다. 2017년 10월 개최된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음을 선포했다. 이는 시진핑의 중국이 단순한 힘의 균형과 견제를 넘어 규범과 제도 경쟁을 통해 기존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변화·조정시켜 나갈 것임을 의미한다. 2017년 미중 간의 전략적 불신과 견제가 더욱 심화됐으며, 협력보다는 갈등 요인이 더 부각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더불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러시아의 민스크 협정 불이행, 시리아 내전에서 영향력 확장, 이란·터키와의 협력 관계 강화,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문제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러시아의 중동 진출 강화이다. ISIS 격멸을 위한 군사적 개입을 계기로 러시아는 시리아와의 전통적 관계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중동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했다. 친아사드 전선으로 형성된 이란과의 동맹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또 터키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또 다른 진입로를 확보했다. 그 결과 미국이 주도하던 중동 질서에서 러시아의 지분과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의 대치 상황을 지속하였으나 크게 악화되거나 개선되지는 않았다. 외교적 대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반군에 군사적 지원을 꾸준히 제공하여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의 영향권 하에 있도록 했다. 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도 모색했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가장 역점을 두었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큰 결실을 맺지 못했으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로 유지됐다.

그림 1. 미국 중국,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대결 지역그림1. 미국 대 중국, 일본 대 중국, 러시아 대 미국 간 대결 지역

긴장과 위기의 한반도 동북아

2017년 동북아는 한국과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중국의 시진핑 2기가 출범하는 가운데 일본도 총선거를 실시하는 등 국내정치적 변화를 겪는 전환기였으며, 이러한 변화가 대외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친 해였다. 일본과 중국 관계는 소강상태에 들어가 큰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고, 일본과 중국 모두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과 러시아 관계는 북방도선 반환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큰 성과가 없었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본은 더욱 밀착하여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지역 내 일본의 안보역할을 확대해갔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다. 문제는 외교보다는 군사력을 중심으로 상황이 전개됐다는 점이다.

그림 2. 동북아 주요 군사연습그림2. 동북아 내 주요 군사연습

2017년 동북아에는 북한을 중심으로 주변국들이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주변국들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라는 목표에 동의하면서도 북한 핵 문제의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예상과 달리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변국들의 우려가 높아졌고, 추가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됐다. 북한의 핵 탑재 미사일이 본토에 도달하는 것을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기조 하에, 한편으론 북한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핵 포기를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압박을 병행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강력한 경제, 외교 차원의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에 대응한 북한의 괌 인근 미사일 발사 위협, 다른 대안이 없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에 대응한 북한의 위협과 협박 등 쌍방 지도부 간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2017년 내내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지속됐다.

그림 3.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그림3.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마이웨이로 북한

2017년 국제관계의 전반적 ‘리셋’ 시대에도 북한은 강력한 ‘마이웨이’를 시도했고, 특히 대량살상무기 개발 부분에서 그 시도가 두드러졌다. 북한은 2017년 11월까지 11차례의 미사일 발사실험과 1차례의 추가 핵실험을 감행했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이 실험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무기체계들이다. 평양은 중거리미사일(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IRBM)인 ‘화성-12형’, 대륙간탄도탄(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급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14형’을 선보였고, 이를 통해 신뢰성에 의심이 가던 ‘무수단’(북한 측 명칭 ‘화성-10’)을 대체할 새로운 중장거리 발사체를 마련했다. 또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통해 기존의 10kt 내외와는 확연히 다른 규모의 수소탄 핵 폭발력을 선보였다. ‘북극성-2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을 통해 미사일 능력도 다양화 했다.

북한이 일정 수준 이상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시현한 후 미국과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연이은 핵·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경 메시지를 서울과 워싱턴 그리고 국제사회에 보냈을 뿐, 어떠한 타협적인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게 나타난 평양의 핵·미사일 개발 추진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김정은의 핵 강국 목표와 병진노선에 대한 집착이다. 둘째, 확실한 핵 능력을 바탕으로 역전 불가능한 전략적 대남 우위를 지속하는 것이 북한의 주도권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를 다루는 데 있어서 타협적 자세보다는 대결적 자세를 견지할 때 더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실질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는 데 한계가 있는 미국의 여건과 ‘리셋’ 시대에 들어선 미중러 간 전략경쟁의 틈새를 노릴 경우 큰 위험이나 대가 없이도 핵 능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의 대화를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세력재편의 중동: 비자유주의 세력의 약진

2017년 중동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이란, 시리아, 터키와 같은 비자유주의 국가들의 약진과 러시아 패권주의의 역내 부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소 개입의 기조 하에 전통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역내 미국의 입지 약화와 러시아의 영향력 증가로 이어졌다. 난민, 대량살상무기, 테러, 인권 등과 같은 인간안보 차원에서 논의되던 중동 문제는 다시 국가와 패권 중심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ISIS의 궤멸로 인해 대규모 테러 위협은 감소했으나 자생적 테러나 동조 세력에 의한 산발적 테러가 이어짐에 따라 불안정은 지속됐다.

ISIS가 퇴각하면서 아사드 세습 독재 정권의 내구성은 높아졌고, 시리아 내전도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다. 두 전쟁에서 승전국의 지위를 얻은 이란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지분을 확고히 했고, 그 중심에는 강경 보수파의 핵심인 혁명수비대가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직접 명령 체계에 놓인 레바논의 무장 조직 헤즈볼라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훈련시킨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출신 민병대 5천 여명이 전투에 투입됐다. ISIS의 패퇴엔 미국 군사고문단과 특수부대의 공습도 큰 몫을 했으나 이란은 지상군을 보냈고 혁명수비대의 장성급만 3명 이상 전사했다.

러시아 공군도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아사드 정권의 반대 세력을 제거했다. 러시아는 승전국이자 내전 종식을 위한 협상 주도국으로 나서며 아스타나 평화 협상을 이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앙정보부(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의 시리아 반군 지원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러시아군과 휴전을 맺었으며 아스타나 평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인권 민주주의의 후퇴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터키는 러시아와 이란이 이끄는 비자유주의 블록에 합류해 이들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아세안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PCA) 결정 이후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에게 일대일로와 양자적 지원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자원을 다시 투입하기 시작했다. 개별 국가들 역시 국내 정치적 이유로 중국의 매력 공세를 환영했고, 특히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이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지역적 분위기는 중국에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던 필리핀의 입장 전환과 무관하지 않으며, 남중국해 문제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다소 조용히 관리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이후 외교적 우선순위가 크게 재조정되면서 사실상 아시아 중시 정책의 기조나 방향은 폐지된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TPP 탈퇴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키는 데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은 국내 정치 문제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소원해졌고, 미얀마도 로힝야(Rohingya) 사태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사이가 서먹해졌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대 동남아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은 반면 중국은 동남아 접근을 원하고 있는 현 상황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에는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는 한편 중국으로부터는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고, 친중국 노선을 이용해 미국이 다시 동남아로 유인하는 기회를 보고 있다.

중국의 매력 공세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과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이 가지는 안보도전 문제를 해소,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동남아 지역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를 희망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아세안이 추구해왔던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과 아세안 연계성(ASEAN Connectivity)이 희석되고 구심점과 방향성 역시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완만한 경기회복과 새로운 통상질서의 모색

2017년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성장을 기록하는 한편, 유럽의 경기도 안정되면서 경제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2017년에 나타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세계경제질서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보호주의가 성행하고,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추진해왔던 자유무역 제도와 규범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 Free Trade Agreement, NAFT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Korea-US Free Trade Agreement, KORUS FTA) 개정 협상 등을 내세우면서 자유무역에 역행했다. 유럽과 추진해 왔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TTIP)의 앞날도 어두워졌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제도와 기구의 등장 역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 2015년 AIIB를 출범하고, 2017년에는 제2차 연차총회를 제주도에서 개최했다. 현재 57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했으며, 약 20개국이 추가로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AIIB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세계은행 등 미국 주도의 금융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해 중국이 아시아 경제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의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해왔고, 장기적으로는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greement in Asia Pacific, FTAAP)를 설립할 의욕을 보였다.

 

인간안보에 우선한 국가안보

2017년에는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난민, 질병, 자연재해·재난과 같은 초국가적 인간안보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줄었다. 국가안보가 아닌 인간 개개인의 안보 문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향하는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한 탈냉전시대의 변화였으나, 국제사회는 초국가적 인간안보보다는 국가안보 중심주의로 회귀했다. 즉 국가안보가 개인안보에 우선되고 개인안보는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현상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두드러졌고, 국제사회는 무기력한 대응만을 반복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차원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유네스코 탈퇴이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6월, 오바마 정부가 주도해 성사시켰던 파리협정의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는 반이스라엘 편향성 문제와 개혁 필요성을 부각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과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향했던 규범과 제도를 약화시켰다. 이 두 사례로 미국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지향하는 제도와 기구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2018 전망: 비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부상과 확대

 

규범과 제도를 둘러싼 강대국 경쟁

2018년에는 정치, 외교, 경제, 군사 분야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 세력과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비자유주의 세력이 약진할 것이다. 물리적 충돌보다는 규범, 제도, 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질서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또 보호주의, 개별주의, 민족주의, 예외주의가 주요국 대외 정책의 특징으로 나타날 것이다.

2017년 견제와 갈등의 양상을 보였던 주요국들 간 관계는 2018년에도 재연될 것이다. 2017년이 지정학적 경쟁이었다면 2018년은 제도와 규범을 둘러싼 경쟁이 더해질 것이다. 미중 간 견제와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1월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강력히 밀어 붙일 것이며, 2017년 10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통해 ‘강한 중국’을 표방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압박에 강하게 대응하며, 중국몽 실현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또 미중은 상대국 견제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협력자를 찾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에는 일본, 중국에는 러시아가 제1의 협력자이다. 한층 진화된 수준의 협력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미일 대 중러가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에서도 비자유주의가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 유지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노력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팽창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반응이자 미국에 대한 신뢰가 감소한 결과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와 분열·배타적 분위기가 내부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통합과 협력의 상징으로 대표되던 유럽연합이 열린 지역주의보다 패쇄적 지역주의로 향해갈 것이다. 종교와 인종의 다양성, 관용과 통합에 대한 거부감에 기초한 자기들만의 리그를 지향하면서 최소 수준의 통합만을 유지할 것이다.

아세안도 틀은 유지하되, 협력과 통합의 동력을 상실하고 국익에 따라 이합집산할 것이다. 이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향해왔던 지역통합과 다자주의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대립 속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동북아

2018년은 역내 국가들은 국내 정치가 안정된 상태에서 힘에 기초한 대외전략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동북아 4강 지도자들이 모두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적극적, 공세적인 외교를 전개함으로써 동북아의 불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견제와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미국은 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해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은 ‘신형국제관계,’ ‘주변국 외교,’ ‘일대일로’ 등 기존에 제시한 외교적 담론을 실천하고 AIIB 등 새로운 기구를 국제사회에 정착시킴으로써 기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중국식 규범과 제도를 이식하며 변형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시진핑 2기 중국은 중국몽과 강한 러시아 실현을 위한 중러의 전략적 동거를 지속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중국 견제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가운데,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고 북핵 이슈와 동북아 안보질서 재편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식∙비공식적 대북 접촉을 시도할 것이다.

러시아는 유로-퍼시픽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극동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신동방 정책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다. 또 미국 견제 차원에서 중국과의 공동 군사훈련 실시,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in Asia, CICA),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에서의 대미 공동입장 견지, 북핵 문제 해결을 구실로 한 미군의 동북아 영향력 축소 시도 등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한러 경제관계를 우선시하면서도 대북제재의 숨통을 틔어 주고 북한을 정치 외교적으로 관리하면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비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북한에게 기회일까?

2018년 북한은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성립 과정에서 자신들의 운신 폭을 최대한 확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 간 대타협에 의한 희생양이 될 위험성,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불투명성을 감안해야 한다. 2018년에는 대내정세 분야에서 2인자그룹의 지속적인 부침이 이뤄지는 가운데, 최룡해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계속될 것이다. 국무위원회와 당 중앙위원회 중에서 국무위원회를 우위에 두는 새 통치구조가 실험될 수도 있다.

2017년 말 혹은 2018년 초에는 기존과 차별화되는 추가적 핵∙미사일 능력 시위 후 핵 보유국 지위를 전격 선언할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핵 능력 제한을 카드로 내세워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미국이 수용케 하는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직거래 관계 형성이 원활치 않을 경우, 평창올림픽 전후의 제한적 평화공세를 통해 한미동맹의 이간을 꾀하는 전술도 예상된다. 평창올림픽 직후의 전격적 핵∙미사일 실험을 통해 대남 우위를 과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남북관계는 평양의 우월의식으로 인해 크게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러시아, 특히 중국과는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2018년은 김정은의 고민을 더욱 증폭시키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평양은 2018년을 핵 보유국 도약의 해로 자축하는 한편, 김정은을 ‘젊은 영도자’이지만 선대와 비견될 업적을 쌓은 수령으로 부각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양은 시간에 쫓기게 될 것이며, 국제적 압박의 증대와 주기적인 한반도 긴장 속에서 내부 불안 징후는 오히려 증대될 것이다. 가장 비자유주의적인 체제가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타협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2018 북한 경제: 장마당의 침체와 국가통제 강화

2017년 새로 추가된 대북제재는 분명히 효과를 낼 것이다. 수출의 90%가 차단되고 해외노동자 파견을 통한 소득 및 기타 서비스와 자본 수익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어 2018년 북한의 외화 수급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제재 조치의 영향은 장마당에서 일차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석유 제재는 민간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장마당 활동을 위한 교통이 위축되면 북한 주민의 70~80%가 의존하는 장마당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준의 제재가 유지되면 북한은 줄어드는 외화 수급과 제한적인 석유 수급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북한 정권은 외화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통제하고 수탈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2009년 화폐개혁 실패 후, 북한은 꾸준히 시장친화적 정책을 통해 외화를 흡수했다. 하지만 이는 해외로부터 외화 수급이 용이할 때 가능한 접근이기 때문에 외화 유출을 차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외화 수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권은 부족한 외화를 내부에서 조달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전체 소득이 감소하는 시점에서 북한은 시장 대신 배급제 중심의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현재 북한은 수입 대체와 새로운 외화 흡수 방안을 찾고 있다. 다만 정치 논리가 우선인 북한에서 경제 논리의 효율성이 정책을 지배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미국 내부에서 시작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파괴

2018년 미국의 국내 정치 이슈는 11월 중간선거에 집중될 것이다.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양원 집권을 유지할지 아니면 민주당이 약진할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만약 여소야대가 되거나 상하원 중 한쪽이라도 민주당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여야갈등은 더욱 심해지며, 미국 국내 정치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오바마 케어 폐지 및 대체(Repeal and Replace) 법안이나 멕시코 장벽 건설, 세금 개혁안 등은 국민의 낮은 지지로 2018년 상반기에 처리될 가능성이 낮다.

국내 정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만큼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에 대외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 정책 성과를 통해 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미국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어긋나는 국가주의 외교안보 정책을 선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가장 좋은 무역 관계는 다자협상체제보다 양자체제라고 믿는다. 미국은 TPP와 TTIP 협상 탈퇴를 선언했고, 기존 FTA 체제를 흔들며 재협상 또는 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만약 NAFTA나 다른 FTA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 관련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유권자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FTA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FTA를 체결하지 못한 국가를 대상으로 새 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무역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우선될 것이다.

미국은 안보 문제에서 북한과 이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란은 기존 핵 협정을 개정 혹은 파기하는 작업을 의회에 넘긴 상황이고, 북한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나섰다. 이로 인해 중동과 동북아는 긴장이 고조된 상태지만 미국의 궁극적인 의도는 보다 나은 협상 타결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개념을 재해석∙재규정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갈 것이다.

 

비자유주의 세력확장을 모색하는 중국

중국은 2018년 안정적인 경제발전, 질적 경제성장, 균형발전에 주력하는 ‘온중구진(穩中求進)’ 전략을 유지하면서 6%대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다. 특히 일대일로 구상의 연장선 상에 있는 중·서부지역의 경제성장이 기대된다.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중국은 ‘시진핑 사상’ 교육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개인에 대한 선전과 우상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이 강조하는 ‘신시대 중국특색적 사회주의 사상’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당의 영도와 당원들의 역할을 강조할 것이다. 2018년에는 ‘강군몽(强軍夢)’을 향한 군대 개혁도 본격화할 것이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강조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와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넘어 ‘분발유위(奮發有爲)’로 나아갈 것이다. 시진핑은 19차 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나라도 중국이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일본과의 영토분쟁 등 핵심이익이 침해 당한다고 느낄 경우에 힘의 외교도 불사할 것임을 의미한다. 2018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내놓은 일대일로의 실현을 위한 중국의 외교적 노력도 한층 표면화될 것이다.

2018년에도 중국 외교의 난제는 대미 관계 설정이다. 중국은 19차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신형국제관계’ 건설을 주장했는데 이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신형국제관계 주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2018년 한중 관계에선 실질적 관계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다. 2018년 2월 시진핑 주석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정상궤도로 진입할 것이다. 2018년 북중 관계는 관계 개선을 위한 급격한 변화보다 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2018년에도 핵무기 고도화에 전념하고 예측할 수 없는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갑자기 부담을 덜거나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 끌어안기’로 전환하기 어렵다. 다만, 19차 당 대회 이후 2018년 상반기에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급 이상 고위간부가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고위급 방북을 통해 북중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고 북핵 문제에서 중재 역할을 시도함으로써 자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에 앞장 일본

2018년 일본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호와 자국의 외교지평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것이다. 다만 반발, 대립 의견을 고려해 점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따른 위협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일 정상 간 쌓아온 친밀도를 자산으로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대동북아 전략, 나아가 ‘인도-퍼시픽 구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인도-퍼시픽 구상은 아베 수상이 제안해 온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과는 역사∙영토 문제로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갈등 요인을 관리할 것이다. 러시아와는 남쿠릴열도 분쟁에 대한 국내의 비판에도, 전략적 필요에 따라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로 대표되는 역사 문제와 양국 간의 낮은 신뢰도, 관계 개선 기대 저하 등으로 인해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다. 다만,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가 우선시 되고 양국 정상이 역사 문제 해결을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두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일본이 한국이 제시한 투 트랙 정책에 전략적으로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비자유주의 세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는 러시아

2018년 러시아는 소련 몰락 이후 잃어버렸던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비자유주의 국가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 때 몰락의 위기에 직면했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를 굳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신의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국내 정치를 급속히 권위주의화 하고 있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도 권위주의 러시아는 매력적인 동맹 세력이다. 이란의 지배 세력 역시 주기적 선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러시아와 같은 외부적 지원은 든든할 수밖에 없다.

중동 지역에서의 정치, 군사적 성공으로 러시아의 대외적 위상과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것이다. 2018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비자유주의 세력이 약진하는 상황에서 동북아 내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는 지속될 것이다. 북한 문제를 두고 정치적 협상으로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내기 더욱 어려운 형국이다.

러시아 정부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대외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헤게모니 정당과 군소정당으로 편재된 정당구도, 푸틴에 대한 대중의 안정적 지지, 헌법적으로 보장된 푸틴의 차기 대선 출마 등으로 인해 푸틴의 정치적 미래는 밝다. 하지만 선거는 여전히 권력에 접근하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국민의 대중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대외 정책의 실패는 2018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큰 부담이 되므로, 발틱 국가들이 두려워하는 러시아의 군사 개입은 없을 것이다.

 

유럽 자유주의 세력의 반격

2018년은 유럽 자유주의 세력의 반격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에 합리적인 우파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럽 통합을 유지하고 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방어를 강조할 것이다.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의 선거에서 중도우파가 승리함에 따라 분열과 민족주의를 내세웠던 분위기가 상당히 상쇄됐다. 이들 간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비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특히 테러와 난민 문제는 EU 회원국의 공조 없이 해결할 수 없는 초국경적, 초국가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어가고 있다. 선거가 끝난 독일 정부가 안정되면 2018년에는 독일-프랑스 간 공조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EU내에서 더 광범위하게 통합 노력에 박차를 가하거나,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지도자들과 함께 새로운 공조체계를 모색할 것이다.

대외 정책 차원에서 EU는 회원국, 제3국과의 대화를 활발히 추진할 것이다. 핵심은 러시아와 중국 문제다. EU는 러시아의 팽창적 대외 정책과 중국의 유럽으로의 침투를 견제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인도 등 같이 가치와 이상을 공유하는 역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자유주의 세력의 반격을 뒷받침하는 것은 개선된 경제 상황이다. 여전히 많은 국가들의 실업률이 높고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심각하지만, 2018년은 2017년보다 경제성장 전망이 밝다. EU집행위원회의 전망에 따르면, 회원국 대부분의 2018년 경제가 나아질 것이며 불황을 가장 심하게 겪은 회원국까지 성장을 회복할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면 포퓰리스트 정권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경제적 비효율성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믿음이 강화될 것이다.

 

비자유주의적 각자도생으로 가는 동남아

2018년 동남아와 아세안을 전망하는 키워드는 혼란이다. 누구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많은 움직임이 있는 혼란이 동남아에 나타날 것이다. 지역 및 글로벌 질서를 규정하는 자유주의와 비자유주의 대안의 혼재와 그에 따른 혼란은 동남아 국가들에게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동남아 국가들은 독립 이후 이 질서의 혼재 속에서 살아왔고, 또 이를 직접 실천했다. 국내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국제적 비판에 직면한 동시에 자유무역 레짐 하에서 빠른 경제성장을 누렸다. 강대국 압력에 직면해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질 이익을 찾아 움직여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세안이라는 역내 협력 기구를 통한 다자협력도 모색했다.

2018년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세안 차원의 단일 전선을 형성하기보다는 각자도생 하는 개별적 대 강대국 헤징 (hedging)을 택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제시하는 당근의 성격이 다르고 아세안 국가들이 원하는 이익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개별 행동의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에 따라 아세안의 대 강대국 협상력의 원천이었던 아세안 단결은 크게 약화되고, 아세안공동체 건설을 위한 동력도 감소할 것이다. 결국 동남아 국가들은 갈수록 증가하는 강대국의 교차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반면 동남아 일부 국가가 최근 보여준 비자유주의적 정치 행태는 일종의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014년 쿠데타 이후 군부가 집권하고 있는 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거둘 것이다.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마약과의 전쟁이 보여준 인권 문제도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미얀마의 로힝야 족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줄어들 것이다. 자유주의와 비자유주의가 섞인 혼돈 속에서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 가치 문제는 개별 국가의 이익을 최고 목표로 삼는 강대국들에게 부차적으로 취급된다.

 

비자유주의 중동 질서의 강화와 미국의 입지 축소

2018년에는 ISIS 격퇴전과 시리아 내전이 정리되고, 아사드 독재 정권을 지원했던 이란과 러시아가 비자유주의적 역내 질서의 주도 세력이 될 전망이다. 시리아의 락까와 이라크의 모술에서 ISIS가 축출된 후 아사드 정권과 이라크 중앙정부 내 친이란 강경파의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다. 두 나라에서 급속히 높아지는 이란의 영향력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 지역에까지 미치고 있으며 대쿠르드 군사작전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리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피스메이커 변신을 이어갈 것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유엔 주도의 협상과 달리 러시아가 주도하고 이란과 터키가 적극 참여하는 아스타나 평화 협상은 안전지대 확정을 이어가며 속도를 낼 것이다. 또 이란의 혁명수비대 산하 회사들과 러시아 기업들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운 대가로 아사드 정권으로부터 전후 복구 사업을 통한 금전적 보상을 챙길 것이다. 아사드 정권은 다마스커스에서 국제 엑스포를 개최하며 재건 사업의 본격화를 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로 인해 중동 전략 전체에 대한 불가측성과 이를 둘러싼 행정부 내의 이견과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결국 중동 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이는 자유주의 동맹과 서방 협력의 균열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입지가 축소된 가운데 이란과 러시아가 비자유주의 중동 질서를 확산시킴에 따라 친아사드 입장으로 급선회한 터키가 새 질서 합류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다. 카타르 역시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친이란, 친터키 입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파격적인 개혁 행보를 보이는 사우디도 국내외 급격한 변화에 따라 미국과의 동맹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 외교 다변화의 첫 후보로는 러시아가 꼽힌다. 또다시 독립의 기회를 놓친 쿠르드는 비자유주의 지역 질서의 확산과 미국의 외면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위기에 놓인 인간안보 국제협력

2018년에도 기후변화, 자연재난, 테러, 기아, 전염병 등 비전통적·범국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간안보와 국가안보의 교집합에 놓여 있는 의제들에 대한 국제협력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확장되는 비자유주의 국제질서 하에서는 자유주의적 가치와 원칙보다 당사국들의 국익이 국제협력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국경과 주권을 초월하는 인간안보 국제협력을 도모했던 국제기구들도 국제관계의 주요 행위자로 국가를 대체할 수 없었다. 국가안보와 국익을 넘어서는 인간안보 협력체제를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2018년 미국의 신고립주의 외교와 중국의 확장 정책이 지속되고, 영국의 EU 탈퇴가 야기한 유럽 통합의 불확실성이 가시화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이미 전년 대비 32% 삭감된 외교 협력과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2018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삭감된 예산은 국방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2017년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한 중국은 경제, 군사적 팽창을 가속화 할 것이다. 남중국해 진출과 군사거점화로 인해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고, 신실크로드 전략에 따른 경제적 확장은 인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영국이 2018년 하반기 브렉시트 협상을 완료하고, 스페인은 카탈루냐 지역 독립운동을 수습하면서 유럽 통합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다. 결국 과거 자유주의 국제질서로 확산됐던 인간안보 국제협력은 국가안보와 국익의 영역으로 종속될 전망이다.

 

자유주의 국제통상질서의 균열

2018년은 탈냉전시대에 들어서 활성화됐던 자유무역협정체제가 최대의 위기를 맞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FTA 체제와 (GATT-)WTO 체제를 만들고 공고히 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던 자유주의 국제통상질서의 수호자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FTA 체제를 흔들고 있기 때문에 국제통상질서는 보호무역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다. FTA 체제의 균열은 구호는 앞서나 실제는 지지부진한 RCEP 체결 협상 경과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TPP 탈퇴, NAFTA 재협상, 한미 FTA 개정 등을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 시 상품수지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만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는다. 일각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자동차, 철강 등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개정 협상에 임하기보다는 상품의 종류를 특정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은 더 관심이 많은 NATFA 개정 협상의 전초전이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 시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며, 이는 캐나다 및 멕시코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가 된다. 하지만 미국이 NAFTA 폐기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RCEP은 2018년에도 체결 협상이 완료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RCEP은 TPP의 대항마로 기획된 것이기 때문에 TPP가 좌초한 이후 체결 동인을 상실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RCEP 체결 협상은 협상 자체를 주도적으로 이끌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체결 협상이 종료되더라도 혁신적인 메가 FTA가 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중국이 리더십을 가지고 RCEP 체결 협상에 임해야 하는데, 중국은 투자, 환경,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진일보한 원칙을 도입하는데 주저하고 있으므로 2018년에도 RCEP 체결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