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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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초 김정은이 민족개념에 입각한 통일론을 폐기하고 2국가관계론을 화두로 제시하자 거센 대남공세가 예상되었다. 북한은 2024년에도 각종 무기체계의 개발 및 시험평가를 지속했다. 특히 핵농축시설과 ‘최종완성판’ ICBM인 ‘화성-19’를 공개하면서 핵전력 증강을 과시했고, ‘오물풍선’ 살포라는 새로운 수법의 대남도발을 시작했다.

오물풍선 도발과 GPS 공격 등 저강도 도발은 증가했지만, 정작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의 횟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했다. 또한 북한은 남북연결도로와 철도망을 폭파하고 전력선을 절단하는 등 남북경계선의 단절을 강화하며 접경지역의 불안감을 높였지만, 실제로는 대남방어선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24년 북한은 적극적 긴장조성보다 저강도 도발을 통한 제한적인 긴장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2024년의 저강도 도발전략은 대남 적대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역량을 모아 2025년 도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전략적 역량을 모을 수 있는 배경에는 북러 밀착이 있다. 김정은과 푸틴은 6월 19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조약에 조인했고, 북한은 이 조약에 따라 10월 중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러시아와 혈맹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신무기 조달은 물론 핵과 미사일 관련 첨단기술이전을 통해 더 큰 도발이 가능하게 되었고, 올해 그 성과를 공개할 수 있다.

2025년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 짓는 연도이자 노동당 창건 80주년이며 트럼프 정부 출범 첫 해이기에, 북한은 어느 때보다 더욱 거친 대남 및 대미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우리 정부는 재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동맹외교안보를 조율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외교안보 정책을 유지하면서 정부 뿐만 아니라 의회외교 등 모든 수단을 적극 동원하며 미국과 원팀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4년 북한의 군사동향

 
북한은 2023년말과 2024년초 민족기반 통일담론을 폐기하고 2국가관계론을 내세워1 국경요새화를 실시하며 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의 대남공세에서도 이어져 북한은 전략도발 횟수를 줄였지만, 전술핵 실전배치와 사용의지를 강조하면서 오물풍선 등 저강도 분쟁수단을 통한 회색지대 전략으로 대남공세를 이어갔다. 한편 북한은 對러시아 무기판매에 더하여 참전까지 결정했는데, 경제이익을 확보하고 북-러 군사협력을 강화하여 전략적 역량을 축적하려는 일환이다. 요컨대 북한은 2024년 상반기에는 전략도발을 다수 실행한 반면 하반기부터는 저강도 대남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중심으로 군사활동을 펼쳐왔다고 평가한다.

 
각종 무기체계의 개발 현황
 
2024년 북한은 모두 22회의 전략무기 시험 및 훈련발사를 실시했다. 이중에 전술핵 투발수단의 발사가 무려 81%로 여전히 전술핵전력 개발에 대한 편향성을 보여준다.
 

<그림 1> 북한 미사일 발사동향
그림1

 
특히 순항미사일과 근거리/단거리탄도미사일(CRBM/SRBM) 시험발사가 집중되어 무려 18회에 달했는데,2 순항미사일의 경우 잠수함과 함정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발사능력을 과시했다. 탄도미사일로는 주로 KN-25(600mm 방사포)가 활용되었으며, ‘화성-11다-4.5’라는 초대형 탄두의 SRBM 발사가 2회나 실시되었다. 여기서 매우 특이한 점은 북한 SRBM 중 가장 고성능인 KN-23(화성-11가)과 KN-24(화성-11나)의 발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이는 북한이 KN-23/24의 러시아 수출에 집중하여 시험발사할 재고 및 비축탄이 없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올해 공개한 최신 전략무기는 ‘화성-16나’ 등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 2종과 ‘화성-19’ 최신형 ICBM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에 액체연료를 사용하던 2종의 1단 추진체를 고체연료화한 것으로, 단거리미사일 고체연료화를 완성하고 중거리미사일까지 이를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6월 26일에는 다탄두시험발사를 실시하면서, ICBM의 실전능력을 강화하려는 모습도 보였다.3 특히 10월 31일 북한은 ‘화성-18’ 고체연료 ICBM보다 더욱 개량된 ‘화성-19’를 발사하면서 ‘ICBM 최종완성형’의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4 그러나 ICBM 기술을 가늠할 정찰위성 발사는 5월 실패 후 연말까지도 실시되지 않아 북한의 한계를 노출했다.5

북한은 과거 핵 투발수단이나 플랫폼 등 관련된 무기체계의 연구개발과 시험평가를 공개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사실을 과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2024년 북한은 전략무기의 개발성공보다는 핵무기의 양산능력을 과시하는데 더욱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화성-11라 근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차량 250대를 도열시킨 인수인계식이나 약 1천여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중인 핵농축시설 등을 공개하면서6 김정은이 지시한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증강’이 가능함을 과시했다.

핵과 관련된 미사일 발사는 2023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24년 북한은 오히려 재래식무기의 시험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240mm 조종방사포와 다양한 자폭드론 등 신무기를 소개했다.7 이들 무기체계는 북한군의 재래전력을 강화하려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무기수출을 염두해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폭드론은 항속거리 100km 이내의 전술급과 1,000km 이상의 전략급 2종류가 식별되었는데, 러시아군이 사용중인 ‘란쳇-3’ (전술급)이나 ‘샤헤드-136’ (전략급)과 유사한 기종으로, 오히려 성능이 강화된 것으로 관측되면서8 러시아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240mm 방사포탄도 러시아군이 채용하고 있는 탄종으로, 기존의 비유도방식을 유도화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표 1> 2024년 북한 미사일 시험현황9
표1
 

2024년 저강도 대남도발의 증가  
 
북한의 대남도발은 미사일 외에도 지속되어 연초부터 NLL 일대에서의 해상포격훈련, 오물풍선의 잇단 살포, 그리고 GPS 공격 등이 지속되었다. 특히 오물풍선은 북한의 새로운 공격형태로 올해 5월부터 시작되었다. 4월부터 우리 탈북민과 인권단체 등에서 대북전단을 띄우자, 북한은 이를 빌미로 분뇨나 비료 등의 오물을 담은 대남전단인 ‘오물풍선’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와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 수단으로 오물풍선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쓰레기에는 쓰레기로 대응한다”는 논리를 편 것은,10 북한의 시각에서 외부정보와 김일성 일가 비판은 ‘오물’과 같은 의미이며, 북한 주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오물풍선은 대남 심리전 수단이자, 북한 내부의 사상적 결속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은 한국의 대북전단과 유사한 수단을 채용한 비례적 대응이며,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가 군사적 보복이 쉽지 않다는 틈새를 활용한 회색지대 분쟁의 공격수단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5월 28일부터 12월까지 32차례 오물풍선 7천여 개를 날리는 공격을 가하면서 한국사회에 불편함을 가하고자 했다. 즉 북한이 오물풍선을 날리는 이유는 대북전단이므로 한국이 대북전단을 규제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한국내 갈등여론을 조성하고 남남갈등을 증폭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라고 할 수 있다.11

오물풍선과 유사한 맥락의 공격으로 북한은 2024년 6월부터 접경지대에서 대남방송을 실시하였다.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이 6월 9일부터 시작되자, 북한도 이를 빌미로 확성기를 통해 방송을 시작하였다. 특히 북한은 사람과 가축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소음을 위주로 방송하면서 접경지역 주민의 피해를 증폭시키고 있다.12 정보와 오락 컨텐츠로 청취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대북방송과는 달리 북한의 방송은 대북방송을 듣지 못하게 하려는 소음공작이 중심이다.

GPS 공격은 3월초부터 시작되었는데, 올해 무려 4차례가 발생했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GPS 공격이 모두 8회인데, 그 중  절반이 올해에 실시될 만큼 집중되었다. 또한 공격 발생시에도 수일에서 수주까지 지속되었는데, 수분간 교란전파를 발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GPS 공격으로 인한 누적 피해건수는 7,270건으로, 2024년의 피해가 약 2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13 이렇게 GPS 공격건수가 급증한 것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무인기 방어를 위한 전파방해훈련을 실시함에 따른 것으로 우리 합참은 판단하고 있다.14

오물풍선 도발이나 GPS공격은 단순한 심리전을 넘어 우리에게 인적이고 물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군사도발의 전 단계로, 한국의 대응의지와 대응태세에 허점이 없는지 물색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저강도 도발은 언제든 한국 영토와 국민, 재산에 대한 공격으로 확전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일련의 저강도 회색지대 도발에서 달리 본격적인 군사도발로 나아가지 않은 것은 연초 통일전선정책을 폐기하겠다던 김정은의 공세적 발언에 비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민족개념에 기반한 통일담론을 폐기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은 국경선의 분단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북한은 연초부터 전연군단을 동원하여 남북 접경지역에 대전차 방벽이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대남 방어선을 강화하고 국경을 요새화 하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은 영토에 관한 새로운 헌법 개정의 가능성을 시사한 후, 경의선·동해선에서 남북 연결도로·철도를 폭파하고 전력선을 차단하는 등 남북간의 연결을 물리적으로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15 그러나 북한의 국경지대 요새화 조치는 오히려 북한의 방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김정은이 연초부터 언급하던 ‘영토완정 (領土完整)’ 등 대남공세와는 거리가 있는 조치였다.16

 
러시아 군사협력과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의 대남도발 중 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은 하반기에 들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실제 필요한 시험발사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전략적 역량을 축적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인다. 경제파탄에 직면한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얻기는 매우 어려운 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기회를 제공한다. 즉 북한은 전략적 역량축적이 가능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북-러 밀착과 우크라이나 전쟁지원에 집중한 것이다.

러시아는 2022년 개전 후 불과 2개월 만에 키이우 공략을 포기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되자, 하반기부터 탄약과 물자 등을 도입17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활용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량의 전시 탄약과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북한의 가치가 증명되자, 북한과 러시아는 점차 거래를 공식화하면서 2023년 9월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18

정상회담 직후인 2023년 10월부터 북-러 양국은 나진항을 통해 노골적으로 무기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2024년 12월까지 무려 2만여 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러시아로 보내졌으며, 이는 포탄으로 환산시 최대 1천만 발에 이르는 대규모의 선적량으로 추정된다.19 이렇게 군사협력이 공식화되면서 북-러 양국은 2024년 6월 19일 과거 조소동맹조약의 자동 군사개입조항을 포함하는 양국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20 군사개입조항이 적용되면 북한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전쟁중인 러시아에게는 자동참전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된다.

그리고 북한은 동 조약을 근거로 북한군을 러시아군에 편입시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에 이르렀다. 북한군은 올해 10월 중순부터 약 1만2천여 명을 파병하여 상당수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었다.21 특히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전투에 투입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기 시작하면서 12월말까지 수천 명의 사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2 이렇게 사상자가 증가함에 따라 쿠르스크 전선에서의 승리를 위하여 북한이 추가파병을 실시할 가능성까지도 예상되며, 북러 관계는 혈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은 김정은 정권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쿠르스크의 교전이 격화되면서 더 많은 전사가 발생하면 김정은 집권체제의 내구성을 잠식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이익과 동시에 최신무기체계는 물론, 심지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까지도 전수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3년간의 전쟁으로 주력 전투장비 대부분을 잃고 신속히 군사력을 재건해야 하는 러시아가 북한의 군수산업을 활용할 수도 있으므로, 이 경우 북한은 러시아의 방산공급망에 편입될 가능성까지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북한에게는 획기적 발전의 기회이다.

 

2025년의 북한 군사활동

 
2025년에도 북한은 군사분야의 성과를 제시하며 김정은 정권강화를 추구할 것이며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북한은 군사분야로 커다란 성과를 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할 것이다. 북한에서 국가산업 중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외화를 벌어올 수 있는 것이 군수산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이 ‘K방산’을 내세우며 전세계 국가들의 주목을 받았듯이, 북한도 ‘NK방산’으로 러시아에게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저렴한 기본탄약 판매에서 벗어나, 유도미사일에 이어 자폭드론의 판매까지 추진하면서 더욱 큰 부가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향방도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장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최소한 쿠르스크 탈환을 통해 전쟁의 승리를 굳히려 할 것이고, 결국 결정적인 전투는 피할 수 없다. 쿠르스크에 참전 병력 대부분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병력추가 파병과 무기의 지속적 수출로 승리에 기여함으로써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할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강화에 더하여 종전을 원하는 미국과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철군과 북한 핵협상을 연계하여 빅딜을 추진할 수도 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이미 참전의 대가를 확보한 데 이어, 철군과 핵 위협 완화를 카드로 북핵 용인과 대북제재 해제를 얻어내고자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전쟁에 끼친 영향을 간접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한국과 미국에 대한 핵위협을 극대화하면서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고자 할 수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2025년은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다.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약속했던 과제들이 2025년까지는 모두 마무리되어야 한다.23 전체적으로 전술핵 무장이나 정찰위성과 무인기의 운용 등 대부분의 과제들은 외양적으로 성공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전략무기의 5대 개발과제 중에서 상당부분이 성과를 냈지만, 초대형 핵탄두는 아직 개념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일례로 핵잠수함도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아니라 핵무장을 장착한 재래식 잠수함인 김군옥 영웅함을 제시하면서 완성을 주장한다. 이 잠수함은 심지어 완성도 아니고 바다에 띄운 것이 전부인 만큼, 최소한 핵무기의 플랫폼으로서 작동하려면 수중에서 SLBM을 연발로 발사하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두 2025년이 끝나기 전에 북한군이 입증해야만 할 일이다.

물론 이런 군사적 발전은 모두 김정은의 치적으로 환산된다. 우선 핵과 미사일의 개발과 양산으로 국민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한편 그간 경제적 성과로 교환하지 못했던 군수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수출로 인하여 드디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김정은에게 2025년의 북한군 활동과 군수산업은 자신의 정치적 승리를 포장하기 최적의 소재로 활용될 것이다.

 

우리의 안보에의 영향과 정책적 함의

 
많은 이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협상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으며, 심지어 트럼프 진영에서도 반복하여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북한은 2018년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나왔던 것보다 훨씬 더 증강된 핵전력을 보유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국으로서의 위상까지 갖추었다. 따라서 북한은 트럼프 1기에서처럼 가볍게 접근할 대상이 아니므로 미북 협상에서 미국의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미국과 공유하며, 미국이 북핵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섣부르게 핵군축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25년 북한의 전략적 선택은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이 핵심변수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종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북한은 여전히 전쟁특수(戰爭特需)를 통한 발전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나 종전이 명백하다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최대한 성과와 이익을 끌어낸 후에, 엄연한 핵무장국으로 미국과 핵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7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이후에 2018년 회담이 이뤄졌듯이, 북한은 새로운 대화를 위해 최대의 긴장을 유발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 안보태세 자체에 의문은 없으나, 권한대행체제에서 지휘통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동맹안보에서 1월 20일에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거래주의적 동맹관을 바탕으로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 등 한국에게 정산을 요구할 것이 예상된다.24 이에 대한 대응을 결정해야 국가리더십이 명확하지 못하면 한미동맹도 주요한 결정을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적시대응과 조율이 중요한 한미동맹 업무는 기존의 정책기조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동맹은 한 팀으로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 과정에서 참전국인 북한에 대한 협상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활동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의회외교나 기타 모든 가용한 수단이 동원되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바라는 세력에게는 대화의 기회를, 폭력을 원하는 세력에게는 군사적 억제력을 제공하면서 ‘원칙에 의한 대응’과 ‘힘에 바탕한 평화’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기조를 잃는다면 2025년은 북한의 전략적 승리로 끝날 수도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9차 전원회의를 통해 통일담론 폐기와 남북 2국가관계론을  제시하면서 대남정책 변경을 예고했다.  “2024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 『로동신문』, 2023.12.31.
  • 2. 한기범, “2024년 상반기 북한의 대남 도발 평가 및 전망”,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4.7.24.
  • 3.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의 1단 추진체에 ‘개별기동전투부’(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를 결합하여 170~200km의 사거리에서 3개의 표적에 분리기동을 시험하였음을 주장했으나, 실제 시험성공여부를 확실히 입증하지는 못했다; “조선미싸일총국 새로운 중요기술시험을 진행” , 『로동신문』, 2024.6.27.
  • 4. 북한은 화성-19를 발사하여 사거리 1,001.2km에서 최대정점고도 7,687.5km를 기록하면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으나, ICBM의 실전적 능력은 여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지도밑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9》형 시험발사 성공적으로 단행”, 『로동신문』, 2024.11.1.
  • 5. 정찰위성 발사는 ICBM 핵탄두와 유사한 중량의 탑재물을 정상각도로 우주궤도로 올리는 과정에서 실제 ICBM 정상각도 발사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ICBM 발사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1단 비행 중 폭발””, 『KBS뉴스』, 2024.5.28.
  • 6.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신형전술탄도미싸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에서 력사적인 연설을 하시였다”, 『로동신문』, 2024.8.5;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지도하시였다”, 『로동신문』, 2024.9.13
  • 7. “600㎜초대형방사포병구분대들이 첫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에 참가한데 대한 보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을 지도하시였다”, 『로동신문』, 2024.4.23.
  • 8.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무인기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 『로동신문』, 2024.8.26
  • 9. 데이터는 북한 노동신문,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발표, 기타 언론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음; [약어정리] CRBM: Close Range Ballistic Missile (근거리 탄도미사일), HSM: Hyper-Sonic Missile (극초음속 미사일),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 IRBM: 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중거리탄도미사일), SRBM: Short Range Ballistic Missile (단거리탄도미사일), 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 (무인잠수정).
  • 10. “김여정, 오물 풍선에 “이것도 표현의 자유…몇 십배 대응할 것””, 『한겨레』, 2024.5.29.
  • 11. 북한은 오물공격에 실제 ‘오물’을 담아 보냄으로써 자신들의 분노와 불쾌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한국이 먼저 자신들의 ‘최고존엄’을 모독했으므로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12. “밤낮 없이 ‘끼익끼익’ 쇳소리… 기괴한 대남방송의 정체”, 『조선일보』, 2024.9.13.
  • 13. “북한, 열흘째 GPS 전파 교란 이어가…올 들어 최장 기간”, 『뉴시스』, 2024.11.17.
  • 14. “北, 열흘 연속으로 GPS 신호 교란… 무인기 대응 훈련하는 듯”, 『조선일보』, 2024.11.18.
  • 15. 북한은 2024년 5월 이후 수천 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군사분계선 이북의 전술도로를 확충하고 40여 km의 철책을 설치했으며, 북방한계선 일대에 10여 km의 방벽을 건설 하는 등 남북 국경선을 강화하는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북, 경의선·동해선 폭파 도로에 ‘대전차 구덩이’ 설치…위성으로도 확인”, 『KBS 뉴스』, 2024.11.4; “북한, 군사분계선 인근에 전기철책 설치”, 『SBS 뉴스』, 2024.12.23.
  • 16. 심지어 김정은은 남쪽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면서 적극적 공격의사가 없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은 평양에 무인기 침입사건을 주장한 이후 기존의 저강도 도발 수준에서 대응에 그친 점을 보았을 때, 북한이 적극적으로 긴장을 높일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 “대한민국 공격할 의사 없어… 소름 끼치고 마주서고 싶지도 않아”,” 『서울신문』, 2024.10.8.
  • 17. “러, 우크라전 쓰려고 북한서 로켓·포탄 수백만발 구입<미 정보>(종합)”, 『연합뉴스』, 2022.9.6.
  • 18. “김정은-푸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4년5개월 만에 대면”, 『뉴스1』, 2023.9.13.
  • 19. “Satellite Images Show North Korea Boosting Arms Flow to Russia”, The Wall Street Journal (Dec 23, 2024); “”北, 러에 컨테이너 2만개 넘겨”…트럼프 귀환 전 바짝 불량거래?”, 『중앙일보』, 2024.12.22.
  • 20. “북러, ‘군사동맹 복원’ 조약 비준서 교환…”4일 효력 발생””, 『연합뉴스』, 2024.12.5.
  • 21. “50,000 Russian and North Korean Troops Mass Ahead of Attack, U.S. Says”, The New York Times (Nov 11, 2024); “젤렌스키 “러 쿠르스크 작전에 북한군 상당수 투입””, 『연합뉴스』, 2024.12.15.
  • 22. “Ukraine’s exhausted troops in Russia told to cling on and wait for Trump”, BBC News (Dec 3, 2024); “After eight days, North Korea reports South’s martial law debacle: Silence continues over surprise inaction of troops in Russia”, The Washington Time (Dec 11, 2024); “North Korean troops experience mass casualties on Ukraine front lines, White House says”, Reuters (Dec 28, 2024)
  • 23. 홍민 외, 『북한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계획: 전략적 의도와 추진체계』 (서울: 통일연구원, 2023), pp.58-60.
  • 24. 양욱, “트럼프 집권 2기의 안보정책 전망과 한미동맹의 재조정”,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024.11.20.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