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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현지 시간 22일 오후 한·미 정상은 북한 비핵화 방안을 최종 조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종전선언을 강조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많은 것을 줄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어느 정도 정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비핵화 방안이다. 지난주부터 자주 등장하고 있는 더 크고(bigger) 더 빠른(faster) 해법이 그것이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와 확실한 체제보장이라는 빅딜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하는 방안을 밝혔다. 그 대신 북한 체제에 대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넘어 ‘김정은 정권의 안정’과 “북한을 도와서 위대한 국가로 만들어 주겠다”는 적극적 안전보장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을 수용한다면 정치적·외교적·경제적·군사적 보장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정치적 보장은 인권이나 체제 존엄 문제이고, 외교적 보장은 국교수립의 문제이며, 경제적 보장은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이며, 군사적 보장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립을 제외한 분야에 있어 연합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배치 문제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안전보장이 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비핵화 의지 없는 핑계일 뿐이다.

동시에 미국은 조기에 비핵화를 이루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꺼번에 거래가 이루어지기에 물리적으로 제한이 따르는 만큼 단계를 나눌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짧은 시간’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원하는 ‘특정한 조건’을 얻을 수 없다면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괄타결 이후 이행단계를 단순화시켜 북한 비핵화의 핵심 사안인 핵무기와 핵물질을 짧은 시간 내에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보상의 측면에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장을, 비핵화의 측면에서는 볼턴 안보보좌관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하나의 잘 짜인 각본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부적인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강조한 종전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명확히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직 미국이 이 문제를 신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복원되고 있는 북·중관계와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미 간 시각차가 엿보인다. 북한과의 효율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한·미 간 입장조율이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본게임이 남았다. 정의용 안보실장의 표현과 같이 99.9%의 확률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북한과의 핵협상은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서로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가 같은 것인지부터 비핵화 조치와 보상 간의 선후관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디테일의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해법은 바람직해 보인다. 비핵화가 수반할 수많은 경제적 기회를 고려한다면 북핵 폐기에 많은 보상을 해줘도 남는 장사다.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으로부터 조기에 반출할 수 있다면 합의 이행과정의 주도권도 우리가 쥘 수 있다.

반면 소중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비핵화 달성에 실패한다면 다시 북한을 압박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우리는 영원히 북핵 위협 아래 살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남은 3주간 한·미 양국은 긴밀하게 조율된 로드맵을 가지고 북한과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보다 크고 보다 빠른 비핵화 로드맵을 지지하며 그 실현을 통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기대한다.

* 본 글은 05월 24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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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안보통일센터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