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두 정당은 경선을 마치고 본선으로 들어갈 준비에 분주하다. 경선 출구 조사를 통해 두 정당 후보의 지지층을 파악하고 각종 여론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두 후보의 대선 전략을 살펴보자.
도날드 트럼프
경선 출구 조사를 분석해 보면 공화당 지지층이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날드 트럼프의 지지층을 다른 경선 후보들과 비교해 봤을 때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래 그림1에서와 같이 종교나 정당 소속 또는 가계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 있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패턴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계 소득의 경우 전반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저소득층 뿐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소득 5만 달러 이하에 해당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50%가 안 되는 정도이지만 5만 달러 이상으로는 42%를 초과한다. 8%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평균 가계소득으로 따지자면 1가구 당 소득 7만 달러 정도의 수준이다.
그림 1: 공화당 경선 출구조사 박스 그림
학력과 성별 또는 인종도 분리된 패턴이 보인다. 학력이 높아질수록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고졸 이하 학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53% 정도 되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합치면 50% 정도이다. 반대로 대졸 이상의 고학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평균적으로 35%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저학력 유권자들의 평균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적지 않은 차이이다.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 사이에서도 유리해 보인다. 29세 미만으로는 평균 지지율이 34% 정도 되지만 35세 이상으로는 10%가 더 높다. 마지막으로 백인 유권자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높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저학력의 백인 중산·저소득층 유권자들로 분석된다.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트럼프와 같이 다양한 지지층을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몇 가지 약점이 보인다. 첫째, 백인들 사이에서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 보다 1%포인트 정도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의 백인 지지율은 평균으로 48%이다. 낮은 연령대에서도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30대 미만의 경우 평균 27% 밖에 되지 않았다. 샌더스가 얻은 평균 70%에 비해 매우 적다. 30~44세 사이에서도 평균 48%로 샌더스 보다 2%포인트 낮은 지지율을 유지했었다. 마지막으로 무소속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샌더스의 평균 63%에 비해 다소 낮은 34%이다.
그림 2: 민주당 경선 출구조사 박스 그림
흥미롭게도 클린턴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평균 53% 정도의 지지율을 선보였다. 샌더스에 비해 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민주당 소속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평균 63% 대 36%로 샌더스 보다 선전했다. 평균 60% 정도의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힐러리 클린턴을 선호했었다. 즉 무소속 유권자들은 단순히 진보나 중도 또는 극단적인 민주당 유권자들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면 무소속 유권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젊은 백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백인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라고도 불린다.
대선 전략
이번 11월 8일에 치르게 될 본선은 경선과 다르다. 경선에 참여하는 각 정당 유권자들은 본선 때 참여하는 유권자들 보다 극단적이고 강한 성향의 유권자 층이기 때문이다. 선거 이슈들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후보들의 경선 전략 역시 이러한 유권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지지를 끌기 위해 조금 더 극단적인 자세와 태도를 강조하게 된다.
또한 경선과는 달리 각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상대해야 하는 경쟁자가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모든 여론조사 데이터를 종합하여 각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균 비호감도를 계산해 보면 트럼프는 60.6%, 힐러리 클린턴은 55.9%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추세로 따지자면 트럼프의 경우 작년 6월에 비해 7%포인트 정도 낮아졌지만 클린턴의 경우 7%포인트 정도 높아진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1980년 이후 가장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들이다.
힐러리 클린턴 호감도, 2009.01.11~ 2016.07.20 (단위: %)
도날드 트럼프 호감도, 2015.05.26 ~ 2016.07.20 (단위: %)
이번 달에 진행한 모든 전국 여론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 지지율을 계산해 보면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은 42.6%로 트럼프의 39.5%에 비해 불과 3%포인트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 2015.05.26 ~ 2016.07.20 (단위: %)
최근 들어 퓨리서치센터가 전국의 1,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 대한 남성의 지지율은 49%, 백인들의 지지율은51%이고 흑인과 히스패닉계 지지는 7%와 24%이다. 30세 미만의 경우 30%, 50세 이상으로는 47.5% 정도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대졸 미만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44%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졸의 경우 35% 정도이다. 가계소득이 연 3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미만인 경우 45% 정도이고 3만 달러 이하의 수준에서는 33% 이하이다. 이 결과를 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저학력, 백인, 남성, 중산층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권자들의 지지만으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예측하기엔 이르다. 돌아오는 11월 8일에 어떤 유권자들이 어떠한 규모로 선거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전략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여 부동층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줄이고 공화당 쪽에 호감이 있는 무소속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현재와는 다른 중도 성향의 정책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도 같은 전략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CNBC, 하트리서치 그리고 POS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가 40%이고 트럼프는 35%인데 부동층은 25%나 된다고 하였다. 이 중 14%는 클린턴과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상당수가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를 지지하던 유권자(20%)들이다. 즉 클린턴의 지지율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면 샌더스를 선호하던 무소속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하지만 높은 연령대의 유권자들과는 달리 젊은 세대에게 힐러리 클린턴이란 이름은 도날드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월스트리트 돈에 물이 들은 “거짓말 하는 사기꾼 힐러리”(“Lying Crooked Hillary”)라고 별명까지 붙이며 젊은 세대가 클린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반면 공화당은 국무성 이메일 게이트와 리비아 벵가지 테러 사건을 거론하며 클린턴의 오만함과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에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69%가 힐러리 클린턴을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답했는가 하면 CBS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62%가 정직하지 않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과와 연결해 GenForward가 1,750명의 18-30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다른 인종들에 비해 클린턴에 대한 백인들의 신뢰가 제일 낮은 17%였다. 트럼프가 정직하고 믿을 만하다고 한 26%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둘째로 클린턴은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이러한 도전은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퓨리서치센터에 의하면 힐러리 클린턴의 남성 지지율은 43% 정도이다. 트럼프에 비해 6%포인트 낮다. 이 격차는 거의 다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오는 것이다. 백인 남성 18~49세 사이에서는 37%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50세 이상의 경우 30%이다. 대졸 백인 남성 중 42%가 클린턴을 선호하지만 트럼프를 지지(49%)하는 비율보다 적다. 대졸 미만인 경우 백인 남성 지지율이 28%로 떨어진다. 트럼프의 65%에 비해 다소 적은 지지율이다.
반대로 클린턴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들은 52%이다. 트럼프에 비해 10%포인트 높다. 하지만 백인 여성의 지지율도 학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졸 미만의 경우 28%이지만 대졸의 경우 62%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달 그린버그 퀸란 로스너 리서치는 초접전 경합주(battleground states)인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 네바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오하이오와 뉴햄프셔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클린턴은 인종에 상관없이 대졸(54%), 미혼(62%) 여성들 사이에서 트럼프 후보에 비해 20%포인트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졸 백인 미혼 여성(46%)들과 대졸 미만 백인 미혼 여성(45%)들 사이에서는 평균적으로 10%포인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결혼을 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와 동등한(42~43%)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이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미국의 사령탑을 맡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인식시키려면 백인 남성들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고 그 중 상당수가 무소속이나 부동층 유권자들이다.
시사의 중요성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는 미국 국내 현황도 중요한 변수이다. 미국의 경제와 고용율이 좋아질수록 현 정부와 연결된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나쁜 효과를 가져온다면 민주당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 사회에서 불붙은 인종 차별과 소수민족의 인권문제 그리고 이와 연관된 경관 저격 사건들은 공화당에게 유리하다. 미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인구를 자랑하고 있으나 인종차별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오바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무소속 유권자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이라크, 시리아, 터키,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도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교안보 이슈들이 미국 선거에 주는 효과를 다소 작게 평가하지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중요한 경우도 있다. 컬럼비아 대학에 국제정치학자인 로버트 저비스가 정치학 논술지인 PSQ에 최근 발간한 논문에 의하면 외교안보 이슈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952년에 대통령으로 당선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6.25전쟁의 매듭을 짓지 못했기 때문이고1968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휴버트 험프리가 닉슨에게 패배한 이유도 존슨 대통령과 연관된 베트남 전쟁 때문이었다. 지미 카터의 경우 미국이 소련에 비해 약한 외교안보 정책을 선호하였고 이란 인질 사태를 성공적으로 풀지 못하였기 때문에 1980년 대선에서 로날드 레이건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슈들과 같이 두드러진 외교안보 사건이 뉴스 헤드라인을 채운다면 이번 대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결론
여러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금 클린턴은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소수민족과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보다 확연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무소속부동층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를 얼마 정도 지지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공화당과 트럼프는 클린턴의 약점을 지적하며 무소속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막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자유당 소속인 개리 존슨에게 이끌려 11월에 표를 던질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러한 전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가 바뀌게 될 것이다. 클린턴 역시 도날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무소속 유권자들의 참여를 막으려 할 것이고 트럼프는 이러한 전략에 대응하는 나름의 대책을 세울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코리 루언다우스키를 선거대책본부장 자리에서 경질하고 공화당 주류의 폴 매나포트에게 전략 주도권을 옮긴 것도 이러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문화일보 7월 18일/25일 제임스 김, 로버트 샤피로 공동 저술 기사를 토대로 재 작성 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