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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위협 없어져야 북핵 해결”
궤변과 이중성 심각한 러시아
제재하는 척하고 뒤로는 감싸
 
스탈린은 김일성의 남침 지원
유엔 상임국 자격 스스로 부정
이번 방북은 끝없는 추락 상징
 
얼마 전 외신 기자들과의 면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북한이 더 이상 위협을 받지 않을 때 해결될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보상은 없었고 미국은 일방적으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근래에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legitimate security concern)’를 존중하지 않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러시아는 2006∼2017년 중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 금지, 북한으로의 무기 수출입 및 금융 거래 금지 등을 포함한 11차례의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했다. 앞에서는 제재하는 척하고 뒤로는 감싸는 무책임하고 이중적인 태도는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역할과 책임을 저버리고 북한의 대변인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소련은 소련군 대위였던 김일성을 내세워 북한 정권을 수립했고, 북한군 창건 과정부터 고문단을 보내 1만 명 이상의 북한군에 군사훈련을 시켰다. 그뿐 아니라, 항공기·탱크·야포·기관총 등 무기도 제공했다. 1949년 남한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1950년 1월 미국이 ‘애치슨라인’을 선언하며 남한을 극동방위권에서 제외하자 스탈린은 4월 남침을 승인했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 22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군에 대항해 싸우는 자기부정을 저질렀다. 근래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체제에 대한 외부의 위협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외부 위협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에 불과했다. 1990년대 초반 동서냉전이 종식되자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미군 감축을 검토했는데, 북한의 핵 개발 의혹으로 인해 이행되지 않았다. 우리와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면 언제든 경제적 지원을 하고 공존을 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는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합의를 언제나 먼저 파기한 것은 북한이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해야 했지만,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통해 이 약속을 저버렸고, 이후 5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8년 6월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일방적으로 밝혔고, 이후 대부분의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되거나 유예됐다. 반면,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인 2018년 4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했지만, 2022년부터는 풍계리 갱도를 복원하고 추가 핵실험 징후를 보이는 등 자신들의 행동이 기만술이었음을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미·북 협상 행태를 되돌아보면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체제 안전보장도, 비핵화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김정은에게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존재는 가장 큰 정치적 위협이기 때문에 적화통일을 통해 1인 지배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인데, 이에 가장 큰 방해 요인이 한미동맹이며 주한미군이므로 이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의 격상은커녕 비난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았고, 지난 3월에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해 기존의 대북 제재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러시아로서는 중·북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자국의 영향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한 비정상적인 집단인데 우크라이나 전쟁 물자를 얻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푸틴을 보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 본 글은 6월 18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