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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도 익숙한 스토리를 따랐다. 가자·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이스라엘 내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과 팔레스타인계 거주권자들이 이스라엘 군·경찰과 충돌한다. 이를 빌미로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한다. 이스라엘은 로켓 대부분을 요격한 후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벌인다. 결국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비난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미국과 유럽·중동 국가가 중재에 나서 양측은 휴전에 합의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다.

이번 충돌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240여 명에 달했고 그중 65명이 어린이였던 반면 이스라엘 사망자는 10여 명이었다. 국제사회는 분노했다. 군사적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과도하게 발동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가 컸다고 했다. 아이언 돔으로 로켓의 90%를 막아낸 이스라엘이 민간건물 위에 세워진 하마스 군사시설 1500여 곳을 집요하게 공습한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내부 문제도 최근 비난을 받아왔다. 15년 넘게 집권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폐쇄적 유대민족주의를 선동해왔고 2018년 유대민족국가법이 그의 주도로 의회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은 2등 시민으로 전락했다. 법적 지위의 강등 이전에도 이들의 삶은 유대계 이스라엘 시민에 비해 열악했다. 서안지구의 불법 유대인 정착촌도 확대되고 있었다.

하마스가 4500여 발 로켓을 쏜 발단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일어났다. 성스러운 달 라마단이 끝나는 시기에 이스라엘 경찰은 이스라엘 내 무슬림 시민과 거주권자의 알악사 모스크 출입을 막았다. 이즈음 이스라엘 법원은 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계 거주권자 가족들에게 퇴거 명령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결과 이스라엘 내 무슬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때를 노려 하마스는 로켓을 날렸다.

하마스가 쏜 로켓은 과연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과 팔레스타인계 거주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줬을까? 그 반대다. 이스라엘 국내 정치에서 활동하는 5개 아랍계 정당은 올 3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10명이나 배출했다. 이스라엘 건국의 주축인 노동당의 7명보다 많다. 이 중 아랍계 정당 하나가 반네타냐후 연정 안에 포함됐다. 이스라엘 정치사에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로켓 발사는 역사적 연정안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렇다면 하마스의 로켓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도왔을까? 이 역시 아니다. 하마스는 거의 매해 경험에서 자신의 선제공격이 가져올 이스라엘의 가공할 반격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마스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로켓을 쐈다. 자신의 정치 구호인 팔레스타인의 이슬람국가 건설을 세상에 선전하기 위한 비정한 결정이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하마스는 지금껏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거부해왔다. 마침 하마스의 숙적이자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당이 15년 만에 열리는 5월 총선을 연기해버렸다. 반민주적 결정을 향한 비난 여론에 편승한 하마스는 미사일 발사로 정당성을 제고하려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자극적 비극이 우리의 주목을 끄는 지금도 팔레스타인 주민의 좌절은 계속된다. 올 3월 가자·서안지구에서 실시된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의 관심은 가자·서안지구 정치세력의 협력, 빈곤과 실업, 부패, 이스라엘의 점령 순서였다. 응답자의 84%는 파타당이, 72%는 하마스가 부패했다고 답했고 58%는 하마스가, 53%는 파타당이 두려워 비판할 수 없다고 했다. 선거는 연기됐고 정치적 무기력에 빠진 이들은 허망하게 목숨까지 잃었다.
* 본 글은 06월 09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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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장지향

지역연구센터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자 지역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 법무부, 국방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주의와 독재,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대표 저서로 중동정치를 비교분석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Palgrave Macmillan 2013), 논문으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정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전망” (아산이슈브리프 2022),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