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는 전례 없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이번에도 그랬다. 4월 13일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했다. 규모도 놀라웠다. 자살드론 170기, 순항미사일 30기, 탄도미사일 120기가 발사됐다. 때를 맞춰 이란의 프록시 조직인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쐈다. 이스라엘은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함께 300여 발사체 중 99%를 요격했다. 엿새 후 이스라엘은 이란 중부의 공군기지를 제한적이나마 보복 공습했다. 두 나라의 숨 가쁜 ‘팃포탯’에 전 세계는 소리도 못 지르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지만 공격을 먼저 감행한 이란은 확전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단지 열흘여 전 일어난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은 영사관 옆 군사시설을 공습했다지만 이란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단호한 응징을 선포했다. 이란은 영사관을 폭격한 미사일의 발원지를 찾아내 이스라엘 남부의 공군기지를 조준 공격했다. 민간인 지역은 피했고 미국, 유럽, 역내 국가들에 공격을 예고했다.
이쯤에서 익숙한 장면이 떠오른다. 2020년 1월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이라크 공항에서 폭사하자 이란은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란은 공격 정보를 미리 흘려 ‘출구’를 신중하게 확보했다. 사령관 암살 닷새 후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을 쐈고 사상자는 없었다. ‘순교자 솔레이마니’ 작전은 결의의 메시지를 보내는 선에서 일단락됐고, 이란과 미국 간 정면충돌의 위기는 봉합됐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충돌에서 가장 낯설었던 모습은 아랍 국가인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가 통합된 방공체계 아래서 이스라엘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써내려간 협력의 드라마다. 물론 이스라엘의 자체 다층방공망도 촘촘했다. 그래도 300대가 넘는 발사체는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많았다.
이때 이스라엘 우방국으로 새롭게 변신한 아랍 국가가 등장했다. 바로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시작된 아랍·이스라엘 데탕트의 결과였다. 시아파 이란의 팽창주의 행보에 맞서고자 수니파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이 협정을 맺고 전략적 연대를 조직했다. 그때까지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의 반대로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파트너 위치에서 배제돼 유럽사령부 관할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한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의 중부사령부 편입을 위해 적극 나섰고 이스라엘은 2021년 마침내 중부사령부의 일원이 됐다.
이 덕분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이란발 미사일의 레이더 추적 정보를 미 중부사령부와 발 빠르게 공유했다. 요르단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전투기에 자국 영공을 열었고 요격전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라크의 미 패트리엇 시스템, 동지중해의 미 구축함도 임무를 수행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미사일 다수가 이미 영토 바깥에서 격추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미 중부사령부에 편입된 후 제대로 된 연합훈련의 기회도 없었다지만 처음 선보인 팀워크는 대성공이었다. 가자 전쟁을 지켜보는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도운 이번 활약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공동 방위의 파워에 내심 안도할 것이다. 올 들어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6차례나 한 북한은 이란발 미사일의 대대적 공격을 유심히 지켜봤을 것이다. 실존적 위협 앞에 정치적 부담감을 떨쳐낸 이스라엘·미국·아랍의 통합 방어체계를 보면서 한·미·일 안보협의체가 떠오른다.
* 본 글은 4월 23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