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함축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이 다마스커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이후 언론의 관심은 전통적인 두 숙적이 실제로 전면 대결을 벌일 것인가 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체 분쟁으로 번질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사실 양국은 더 이상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14일 이란의 보복 공습이 있자 이스라엘은 즉각적인 맞대응 대신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으로 우회적 경고를 보낸 이후 19일 이란 내 이스파한 지역을 타격했고, 이란은 공습 직후 외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만약 이스라엘이 또 다른 모험주의적 시도를 하고 이란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다음(next)’ 대응은 즉각적이고 최고 수준(maximum level)의 것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상대가 선을 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자제하겠다고 암시한 것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이란 갈등과 관련해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국내정치적 불안을 대외적 갈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행태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정부는 여러 가지 반민주적 행태와 과격한 대팔레스타인 정책으로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고, 이란 역시 정부의 억압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정치적 불안 요인과 분쟁 조정에서 적절한 권위를 발휘하지 못하는 국제기구, 그리고 관여에 소극적인 유관국이라는 환경 요인이 결합될 때 타방에 대한 공격이나 도발 위험이 높아짐을 중동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자강’ 구호하의 표정관리 속 경제 발전의 부진, 주민의 의식변화 가능성, 그리고 리더십의 난맥상 징후를 보이는 북한도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만약 북한이 우리의 무인도나 소규모 유인도와 같이 인적 피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해안포나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전협정 위반이자 전쟁 기도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런 도발이 발생한다면 미국이나 국제사회 그리고 주변국은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자제를 권고할 것인가. 이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국내적 불안과 공포, 국론 분열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비해 낮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상대에게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더 심각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하는, 일종의 ‘확전 방지를 위한 확전(Escalating to de-escalate)’ 개념을 원용한 대응을 취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효과는 크되 군사적 파급 영향은 제한적인 타깃들을 설정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 역시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비해 이와 유사한 대응 타깃(북한의 체제 선전물이나 인구 비거주지역 등)들을 정밀 타격할 방안을 확보해 놓은 상태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호전적으로 변하거나 전쟁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도발에 대해 적절한 경고와 확전 방지 효과를 동시에 지닌 대응 방안들에 대해서도 이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물론 확전 방지용 대응은 의도하지 않게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도 분명히 존재하며, 이스라엘·이란 간 실제 전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확전 결심을 꺾게 만드는 가장 큰 자산은 대응 의지와 결합된 보복 능력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 연합자산을 비롯한 실질적 타격 능력이 확장돼야 확전 방지용 타깃 설정도 의미가 있다.
* 본 글은 4월 22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