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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 강하면 이긴다는 건 착각… ‘선견-선결-선타’ 군대가 승리해
러시아군 꺾은 우크라이나 무기는 해킹과 드론 그리고 세인트재블린
미래 전쟁은 ‘결심중심전’, 막힘없는 소통과 빠른 판단이 승리의 관건

우크라이나가 또다시 전쟁에 휘말렸다. 2014년에는 크림과 돈바스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전 국토가 대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치화를 막는다는 황당한 명분을 내세웠다. 많은 전문가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만을 목표로 하며,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전장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2월 24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침공했다.

러시아의 공격은 전격적이었다. 약 170개 대대전술단 가운데 120여 개를 동원했으며, 전술 공군을 투입했다. 러시아의 공격 양상은 전통을 답습했다. 1950~1960년대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소련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소련은 기갑부대를 중심으로 수도를 급습해 정권을 전복하고 친소 정권을 수립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특수부대 스페츠나츠를 투입해 대통령궁을 장악해 하피줄라 아민 대통령을 제거했다. 1994년 체첸 전쟁이 벌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의 교리는 다소의 변경을 겪었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구의 공작으로 전 세계에서 재스민 혁명이나 오렌지 혁명 등 민주화운동인 ‘컬러 혁명’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러시아군의 총수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이에 대응하는 ‘특수군사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게라시모프 독트린’인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구의 군사적 개입을 배제한 채로 목표 국가의 체제를 전복함으로써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작전 형태였다.

 

러시아의 전쟁 방식은 융복합 ‘하이브리드전’

게라시모프 독트린의 핵심은 과감성과 모호성에 있다. 우선 군사적 공격에 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국가리더십 간 분열을 조장하고 조직적인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 둔다. 가짜 뉴스나 해킹은 물론, 어떠한 범죄적 수단도 가리지 않은 과감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또 전쟁과 평화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서구가 인식도 하기 전에 전격적으로 작전을 감행한다. 모호해 보이는 듯한 분쟁 속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전격적으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한다. 이렇듯 정규전·비정규전·사이버전·정보전 등을 다양하게 융복합해 수행하는 러시아의 전쟁방식에는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크림 전쟁 승리 이후 러시아는 좀 더 과감한 군사적 행보를 거듭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면서 자국이 보유한 다양한 첨단무기 체계를 시험했다. 러시아군은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이나 KAB-500Kr 광학유도폭탄 등을 투발하면서 미군에 뒤지지 않는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하고자 했다. 한편 하이브리드전 수행을 위한 군 부대구조를 다져나가기 위해 이미 크림 점령과 돈바스 전쟁에도 투입한 대대전술단(BTG: Battalion Tactical Group)이라는 독특한 제대 개념을 확대해갔다.

 

열세였던 우크라이나, 사이버전과 해킹으로 반격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병력이나 장비가 절대적 열세였다. 따라서 수일부터 1주, 늦어도 2주 이내에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키이우를 장악할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랐다. 수많은 전문가는 러시아의 막강한 기갑 전력을 두려워했고, 교묘한 하이브리드전에 우크라이나가 한 번에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 교리에 따라 개전 직전부터 해킹과 전자전 공격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교란했고, 개전과 동시에 통신시설과 발전소 등을 타격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대응은 빨랐다. 통신이 끊기자마자 미하일로 페도로프 부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연결을 요청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불과 10시간 만에 우크라이나는 온라인 접속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은 우크라이나에게 국제적 지지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개한 자원병과 의용병 부대들에게 전장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전장 상황인식을 공유함은 물론 일부의 경우에는 지휘통제 수단으로도 활용했다.

 

민간 드론 동호회가 공격·정찰 부대로 탈바꿈

한편 우크라이나는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에 따라 어나니머스는 러시아에 사이버 전쟁을 선언하고 러시아의 글로나스 위성 체계를 해킹했다. 이에 따라 3월 초부터 위성통신과 위성항법 네트워크가 단절되자, 러시아군의 지휘통제는 원시시대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제병협동은 물론이고 위성기반 위치정보가 핵심인 정밀타격도 제대로 기능할 수 없었다. 해킹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고 시작했던 러시아가, 이제는 자군의 정보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수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취약한 통신망은 우크라이나군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러시아 공군 조종사들은 암호통신이 되지 않는 통신망으로 교신했고, 중국제 민수용 무전기로 내부 전술통신망을 사용하던 러시아 육군들은 자신의 이동 지점과 목표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우크라이나는 조직적인 감청으로 적의 활동을 사전에 예측하고 매복에 나섰다. 이미 적의 전력과 의도를 파악한 우크라이나군은 최적의 장소에서 최소의 전력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부족한 정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과 인력을 끌어모았다. IT부대도 민간의 인력으로 만들어졌고, 민간 드론 동호회를 드론부대로 발전시킨 ‘아에로로즈비드카’가 등장했다. 이들은 민간드론으로 항공정찰을 실시해, 오히려 러시아군 BTG보다 우수한 정찰능력을 바탕으로 적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현장 지휘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야간에는 적외선이나 열상 센서를 장착한 드론에 급조폭발물을 결합해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 등을 사냥하는 임무에 투입돼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드론 전력의 중핵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맹활약했던 터키 ‘바이락타르’사에서 만든 TB2 무인기다. 상대적으로 공대지 정밀타격 능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은 2019년부터 TB2를 도입했으며, 심지어 우크라이나에서 조립생산까지 추진했다.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는 TB2 약 20대를 보유했으며, 추가로 계속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B2는 무인기 전용 미사일을 장착해 정확히 적군 차량만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했다. 이 무인기의 활약에 우크라이나군은 심지어 ‘바이락타르’라는 노래를 만들어 사기를 드높이기도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초부터 다양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미사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존에 러시아 계열 무기를 그대로 활용한 우크라이나 자국산 무기체계도 있지만, 역시 서구에서 지원해준 무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미국이 제공한 FGM-148 재블린(Javelin)은 2.5㎞나 최대 4.5㎞ 밖에서도 정확한 유도능력으로 적 기갑차량을 격파할 수 있었다. 재블린은 한 발당 1억원으로 비싸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NATO의 지원으로 재블린을 대량으로 확보했다. 개전 2주차인 3월 초까지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재블린은 300발인데 그중 무려 280발이 기갑차량을 격파하면서 맹활약하자, 우크라이나에서는 재블린에 키이우주의 문장과 마리아 막달레나의 성화를 조합하여 ‘세인트재블린(St. Javeli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 외에도 영국제 NLAW(차기경량대전차무기)는 800m라는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적 전차를 정확히 격파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지지 않으면 이기는’ 전쟁 추구

우크라이나는 압도적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우크라이나는 과감히 공간과 시간을 활용했다. 즉 러시아군이 도심지 근처까지 접근하게 허용한 이후, 주요 병목 지대에서 매복 및 방어선을 구축해 적 병력을 조금씩 소진해나갔다.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자원을 동원해 장기전을 수행하며 러시아를 지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지지 않으면 이기는’ 전쟁을 추구하고 있다.

다정면 공격을 채택한 러시아군은 여기저기 흩어진 BTG에 대한 보급이 취약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취약한 보급부대를 공격해 무려 60대에 가까운 급유 차량을 포함하는 보급부대를 파괴했다. 그 결과 겨우 2주분의 연료와 탄약, 물자를 보유했던 각 BTG는 2주 만에 물자를 소진했다. 연료와 탄약이 떨어진 전차와 장갑차는 고철 덩어리 표적에 불과했고, 러시아군 병사들은 멀쩡한 전투 장비를 버리고 도주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지휘소를 파악해 정밀타격하는 ‘리더십 킬체인 작전(Leadership Kill Chain Operations)’까지 수행하며 적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미래의 전쟁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정보 우위와 전격적인 결심(결단)을 바탕으로 전력을 창의적이고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상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전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정보화된 군대가 승리한다는 것이 진리였지만, 이제 정보화를 넘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빠른 결심과 실행을 할 수 있는 군대가 그렇지 못한 군대를 압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미래의 전쟁인 ‘결심중심전(Decision-Centric Warfare)’인 것이다.

우리는 한 가지 착각에 빠져 있다. 무기체계가 강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착각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무기라도 서로 연계해 운용할 수 없으면 약하다. 뛰어난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있어야 적보다 빠른 정보를 더 빨리 판단하고 결심할 수 있다.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고, 먼저 때리는 군대가 이긴다. ‘선견-선결-선타’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바로 통신네트워크를 5G급으로 만들고, 모든 전투원끼리 소통과 공조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AI나 드론봇도 이러한 네트워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지휘부와 일선이 소통 가능한 군대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본 글은 04월 17일자 월간중앙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