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국방부는 기존 국방개혁 계획의 수정ㆍ보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개혁안에 대한 언론 발표에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강군을 건설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한ㆍ미 연합지휘관계 전환을 포함하는 지휘구조 개편, 군의 문민화 및 정치적 중립 보장, 3군 합동성 강화 및 군 주요 직위에 육ㆍ해ㆍ공군 균형 편성, 장병 복지 증진, 방위산업 투명성 강화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 2.0』은 문재인 정부 국방정책 뿐만 아니라 중ㆍ장기 한국국방의 나가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1 ‘한반도 평화’의 의미가 부쩍 강조되는 현실 하에서 국방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 개혁추진과정의 교훈과 그동안 확인된 난제들을 돌파하기 위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개혁과정에서 확실히 정립되지 못 했던 “어떻게 싸울 것인가 (How to fight) ”에 대한 구상 등 ‘2.0’이란 명칭에 걸맞은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이 글은 이러한 관점에서 『국방개혁 2.0』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1.『국방개혁 2.0』의 주요 함축성
1. 일관된 접근: 미래전(未來戰) 대비 국방태세의 구비
지금까지 국방개혁 계획은 2005년의 『국방개혁 기본계획』(『국방개혁 2020』) 발표 이후 4차례의 수정ㆍ보완 작업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09년~2020년 시점을 상정한 개혁 방향의 일부 조정이 이루어졌고, 2012년에는 목표 완성시점을 당초의 2020년에서 2030년으로 변경한 수정안(『국방개혁 2030』)이 마련된 바 있다. 이 계획은 박근혜 정부(2014년) 들어 다시 한 번 변경 과정을 거쳤으며, 『국방개혁 2.0』은 이의 맥을 잇는 계획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국방개혁안에서 수사(修辭)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결같이 유지된 목표는 미래 전장환경과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국방태세를 확립하겠다는 점이다.
<표 1> 『국방개혁』안의 편천과정
* 각 국방개혁안의 세부내용들은 아래 링크의 문서들과 『국방일보』 2018년 8월 13일자 문서 참조.
http://www.mnd.go.kr/cop/pblictn/selectPublicationsUser.do?siteId=mnd&componentId=14&categoryId=18&pageIndex=1&id=mnd_040501000000.
육ㆍ해ㆍ공 3군의 전력체계를 미래전 추세에 맞추어 첨단화ㆍ정보화ㆍ기동화하겠다는 접근도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2 한 마디로 북한의 양 위주 군사력을 동일한 대증적(對症的) 방식으로 대응하는 관행을 탈피하겠다는 당초 국방개혁의 기본정신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타당한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국방개혁의 출발점 자체가 북한 위협대응이라는 면에만 몰입하다보니 첨단화나 정예화, 3군 균형발전에 문제가 발생하는 모순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현재의 위협과 미래의 소요를 동시에 관리해 나가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국방개혁 2.0』 역시 그 기본에 충실한 지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 현존 위협에 대한 가감 없는 인식
많은 이들이 ‘국방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실제의 각론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안보위협 인식에 관한 부분이다. 이는 한국에서는 그동안 북한 위협에 대한 평가와 밀접히 연관되어 왔다. 남북한 관계의 발전추세와 행정부의 정책적 선호에 따라 국방개혁의 방향성이 북한 위협을 과대포장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존재해 온 것도 사실이다. 2018년 남북한 관계의 전환기적 진전이 이루어지면서 『국방개혁 2.0』의 내용에 대해 관심이 증폭된 것 역시 이러한 우려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방개혁 2.0』이 ‘한반도 평화체제’ 시대에 대한 대비를 지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위협이 상당기간 존재할 것을 상정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방개혁 2.0』의 브리핑을 통해 기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3축체계(Kill-chain, KAMD, KMPR)’ 분야 전력발전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임을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이후의 설명자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방일보』 역시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는 주요 전력들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우리 군의 필수 대응능력 확보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차질 없이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3
즉, 『국방개혁 2.0』은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지만, 북한의 군사위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실체이고, 이것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한국군의 전반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제기될 수 있는 ‘안보경시(安保輕視)’의 우려를 상당부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으로부터의 핵/미사일 위협과 재래전 억지 가능성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되, 이것을 양이 아닌 질과 능력 위주로 구현해 나간다면 이 방식은 미래의 다양한 위협에도 충분한 적응성을 지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사회변화, 안보환경 전환에 따른 군의 변화 필요성 재확인
현대에 있어 군의 미덕은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사회와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즉, 군이 민간부분과 구분되는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분리’보다는 ‘융합’을 꾀하는 것이 현대 민ㆍ군 관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국방개혁’역시 단순한 군사력 건설뿐만 아니라 군 운영 합리화, 획득체계의 투명성ㆍ효율성, 민ㆍ군 관계 발전, 병영문화 혁신 등 국방 전 분야에 걸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한정된 자원배분을 둘러싸고 때로는 민간부문과 경쟁하면서도, 다른 한 면에서는 사회의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국방개혁의 몫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도 『국방개혁 2.0』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국방자체가 사회로부터 유리된 존재가 아니므로 안보환경 및 한국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진화해 나가야 한다는 의식 역시 ‘개혁’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접근방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방개혁 2.0』에서는 양성평등, 권위주의적 상명하복 문화의 잔존, 그리고 방산비리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하였던 다양한 사안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분야는 그동안 국방개혁 과정에서 수차례 표방되었음에도 가시적인 개선의 징후가 미흡했던 만큼, 다시 한 번 결심을 다질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2. 여전히 존재하는 의문점과 한계
1. 생략되거나 모호하게 처리된 “왜?(Why)”의 설명
『국방개혁 2.0』에는 아직 많은 설명들이 생략되거나 혹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 각론의 발전이 필요한 부분들이 다수 존재하고, 완전한 정보노출(군 구조나 군사력 건설 등)이 어려운 점 등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국방개혁 2.0』에 대한 국민 일반의 신뢰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대외적으로 표명해야 하는 메시지가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첫 번째는 “왜 ‘2.0’인가?”에 대한 답이다. 국방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국방개혁 2.0』은 국방개혁 2020의 전신과 기조를 계승하되, 심화된 안보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4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재삼 혁신할 것은 혁신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고 어떤 것을 지속하겠다는 점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흔히 어떤 계획에 붙이는 버전의 명칭은 근본적인 속성과 접근의 변화를 상징한다. 즉, 1.0에서 1.1로의 개선과는 달리 1.0에서 2.0으로의 전환은 근본적인 의식과 사고의 전환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국방부는 기존 국방개혁이 “국방개혁 2020을 수립한 뒤 정부마다 국방개혁 계획을 수정ㆍ보완하면서 추진해왔지만, 실제로는 지연과 차질이 반복되면서 추진동력은 크게 약화”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5 즉, 새로운 추진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미에서 ‘2.0’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거 ‘지연과 차질’을 발생시킨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특정 정부의 의지의 부족인지, 사회의 인식 미흡인지 혹은 예산상의 문제인지가 식별되어야 이를 돌파할 처방 역시 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legacy)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없는 비전은 자칫 공허하고, 차별화 강박관념의 산물처럼 여겨지기 쉬우며,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차별화 강박관념이 불러온 명칭변경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추후의 『국방개혁 2.0』 발전 과정에서는 더욱 보완되어 나가야할 부분이다.
“왜?”에 대한 설명의 부족은 각론부분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국방부 직할부대의 축소’, ‘문민화 및 정치적 중립성’, 그리고 ‘여군비중 확대’ 등의 사안이다. ‘여군비중 확대’를 예로 들어보자. 이 내용은 애초의 『국방개혁 2020』(2005년)에는 주요 목표의 하나로 추진되어 왔던 부분이다. 이후의 국방개혁 수정ㆍ보완 과정에서는 특별히 부각되지 않다가 『국방개혁 2.0』에서 다시 강조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여의 과정에서 여군비중 확대를 위한 어떠한 노력이 시도되었으며, 이를 좌절시키거나 어렵게 만든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여군비중 확대는 한국군의 미래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못 하면 자칫 『국방개혁 2.0』은 과거 초기 접근(2005년)의 반복이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군 내에서 여군비중의 확대를 어렵게 한 원인은 군 인사체계, 여전히 잔존하는 가부장적 사고뿐만 아니라 민간분야에서의 여성 진출기회의 확대 등 전혀 다른 요인들도 당연히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없이 그냥 여군 비중이 당초 생각보다 낮으므로 높여야 한다는 발상은 ‘개혁’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개혁 2.0』의 화두는 단절인가 계승인가?”
2. 진짜 ‘위협’은 무엇인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과거 국방개혁 계획에 대한 발표가 있을 때마다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이 안보환경 평가에 관한 부분이다. 2005년 발표된 『국방개혁 2020』의 경우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주변국 군사력의 현대화 동향을 부각시켰다. 이와 같이, ‘현재’보다는 ‘미래’ 부분을 오히려 강조한 접근 때문에 이러한 위협평가가 당시 진전되었던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그 이후의 국방개혁 부분에서 ‘미래’ 위협에 대한 대비소요가 오히려 모호하게 처리된 것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인위적 해석이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어려웠다. 북한과의 대치부분만을 강조하다 보니 미래 대비 부분의 논거가 취약해졌던 것이다. 즉, 매 정부마다 대북관이나 위협관이 변동됨으로써 과연 현재와 미래의 국방태세 건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국방개혁 2.0』은 분명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는 현재적 위협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것이 현재를 넘어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는 다소의 혼란을 야기한다. 『국방개혁 2.0』은 “북한의 위협, 잠재위협 및 非군사위협 등 불확실한 전방위 안보위협”을 대응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간의 우선순위는 동일한가 아니면 차별화되는가? 북한의 위협을 미래전 추세에 맞추어 대응하는 과정에서 잠재위협에도 안정적인 억제ㆍ방어력을 지닌다는 접근은 타당하다. 그런데, 非군사위협은 그 방향성이 다르며, 군사력 건설방향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및 미 본토안전 문제가 핵심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군사력 건설방향에도 중요한 변화를 준 바 있다. 미 해군이 항모전투단의 중요성을 일정부분 유지하면서도 본토 연안방어(offshore) 능력의 향상을 강조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와 같이, 非군사위협과 非전통위협(Non-traditional threats) 대비 군사력 건설은 북한 군사위협이나 ‘잠재위협’과는 결이 다르다. ‘국내외 국민보호태세’를 확립하겠다면 이는 군사외교 방향에 대한 근본적 체제개편도 필요로 한다.
물론, ‘非군사위협’에 대한 상정은 ‘잠재적 위협’을 북한 위협을 대체할 존재로 부각시킴으로써 주변국의 경계를 촉발하였던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고려의 산물로 볼 수도 있다. 수사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현재의 남북관계 추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너무 많은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군사력 건설방향의 주조는 과거의 국방개혁과 그다지 틀리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 위협평가에 충실하면 된다. 『국방개혁 2.0』이 남북한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대비라는 전제에 함몰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한 화해ㆍ협력과 평화를 위한 비전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에 몰입하면 국방분야 본연의 색깔이 퇴색된다.
3. 구호와 현실의 괴리
구호와 현실의 조화 문제 역시 『국방개혁 2.0』이 해결해 나가야 할 주요 과제이다. 이는 두 가지 방향의 서로 다른 고민을 야기한다. 첫째는 의식의 차원이다. 국방부 문민화 및 정치적 중립성이 그 대표적 쟁점이다. ‘문민화’의 핵심은 경력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다. 즉, 현직의 국방부 고위간부들이 군 출신인가 민간출신인가보다는 그의 기본 접근이 군의 이익인가 국가이익인가에 따라 문민화의 기준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런 잣대가 없이 ‘문민화’가 그냥 제복을 입지 않은 민간인의 충원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문민화’는 달성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특정한 정치적 추세나 권력관계를 이용하거나 그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문민화화 정치적 중립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명목상의 효과와 실질적 효과를 구분하는 일이다. 국방부, 합참, 그리고 각종 예하 기관/부대 주요직위의 육ㆍ해ㆍ공 비율 균형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동안 명목상의 측면에서는 이 ‘3군 균형’의 노력은 일정부분 시도되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주요직위’간에도 핵심 보직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즉, ‘3군 균형’의 핵심은 보직 숫자에 있어서의 배분보다는 ‘정책결정과정’에서의 형평성에 있으며, 이는 각 주요직위의 관할권 및 권한배분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과연 『국방개혁 2.0』에서 이러한 면까지가 함께 고려되고 있는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4. “어떻게 싸울 것인가 (How to fight?)”: 한국형 군사전략 제시의 미흡
국방개혁의 출발점은 우리 군이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설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위협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그에 맞춘 군사력 건설 및 국방운영, 인력 활용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의 국방개혁에서 여전히 모호하고 미흡하게 다루어져왔던 부분들에 대한 ‘2.0’다운 비전을 최소한 현 단계까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How to fight”는 가해지는 위협에 대해 어떠한 결과를 예상케 함으로써 전쟁을 억제ㆍ방어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즉, 북한의 군사위협뿐만 아니라 미래 ‘잠재위협’에 대비한 전면전/국지전 혹은 전쟁이외작전(Operations other than War, OOTW) 수행 방식의 정립, 한국형 국방/군사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위협이 인식(이는 이미 다룬 바 있다)되면 전면전의 경우 ① 완전한 승리와 반격, ② 실지(失地)의 회복과 정치적 승리, ③ 피해의 최소화와 상대방이 무시 못 할 타격의 강요, ④ 정치적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작전 목표 달성 등 다양한 목표가 설정될 수 있다. 보안상의 문제로 전체가 공개되지 못해도 이 개념이 정립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위협에 대한 대응수단 역시 “어떻게 싸울 것인가”의 핵심요소이다. 미래 전력체계의 구성과 관련해 국방부는 “병력중심에서 첨단 과학기술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고,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육군의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 계획이다.6 분명 워리어 플랫폼은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① 이 워리어 플랫폼과 미래 전쟁의 주요 수단으로 거론되는 드론(drone) 등 무인화 전력들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가? ② 이 플랫폼을 착용할 병사들은 미래 한국군에서 특수한 임무를 띤 병사 혹은 간부(부사관 등)인가 아니면 전 병사인가? ③ ‘워리어 플랫폼’을 갖춘 미래 군대에서 병사 충원 방식은 어떻게(징병제 혹은 모병제) 설정될 것인가?와 같은 의문들에 대한 해답이 동시에 제시되어야 이 플랫폼의 미래에 대한 설득력이 늘어난다.
한국과 같이 동맹체체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는 동맹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동맹 파트너간 역할 및 임무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국방개혁 2.0』은 “굳건한 한ㆍ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통해 우리 주도의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것 역시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의 전장환경에서 한ㆍ미간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활용하고 재래전에서는 한국군이 주도가 되는 체제를 만든다면 미국의 전시증원 규모는 어떻게 조정되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우리 자신의 복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더욱이, 만약 전작권 전환과 미래전 개념으로의 변환이 미국으로하여금 전시증원의 조정을 고려하게 하는 변화요인이 될 수 있다면 이의 지속을 담보할 우리의 카드는 무엇인가도 준비되어야 한다.
5. 지나치게 낙관적인 재원 확보 전망
국방부는 “정부의 강력한 국방개혁 의지를 담아 국방비의 연평균 증가율을 7.5%로 산정,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히고 있다.7 실제로, 2019년 정부예산안에서 국방비는 2017년 대비 8.2%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이는 지난 11년 만에 최고 폭에 해당한다.8일단 재원확보의 첫 단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추세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적정 국방비의 확보는 국방개혁 특히 방위력 개선 분야의 성태를 쥔 주요 과제였다. 현재 국방부가 설정한 연평균 증가율 7.5%는 2005년의 『국방개혁 2020』 당시 설정된 연 9%대의 증가율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여전히 높은 목표치이다. 백재옥 등의 분석에 의하면, 『국방개혁 2020』의 발표 이후 국방비 증가율은 2006년 6.7%, 2007년 8.8%, 2008년 8.8%, 2009년 8.7%를 거쳐 2010년에는 2.0%대로 급락했다. 그 이후 다소 늘어가는 했지만 6%대를 넘지 못 하였다.9 당초 국방개혁이 설정한 9% 증가율을 달성한 적이 한 해도 없는 셈이다.
더욱이, 『국방개혁 2020』이 연 9%의 증가율을 설정할 당시의 한국의 경제성장 목표치는 연 4.8%~5%대였다.10 2010년 이후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 즉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도래 역시 한국 역시 이 여파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한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을 2.8%~2.9%대로 보고 있다.11 경제성장률을 최대 3%로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하더라도 연 평균 7%대의 고율 상승을 보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에 의해 성장률 대비 정부 재정이 확충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국내 여건상 자원 배분의 중점은 고용이나 복지 등에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중ㆍ장기적인 불투명성을 고려하여 개혁상의 핵심 과제들을 현 정부 임기 내에 끝낸다고 가정할 경우 재정의 집중투여 소요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국방개혁 2.0』에 나타난 과제들의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에도 추진되어야 할 것들이다. 이에 대한 안정적 재원확보 비전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원 문제는 앞으로도 다시 개혁의 발목을 잡는 과제가 될 수 있다.
3. 국방개혁, 진정한 ‘2.0’이 되려면
이 글의 목적은 『국방개혁 2.0』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그 중요성을 격하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국방개혁’, 그리고 정말 ‘2.0’다운 국방개혁의 방향을 위하여 보완하여야 할 면은 없는가를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난 10여 년 간 드러난 시행착오의 과정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국방개혁 2020』이 발표된 이후 국방개혁의 최종 목표연도는 2020년에서 2030년으로 변경되기도 하였고(금번 계획에서는 이 시점 자체가 명확하지가 않다), 개혁상의 중점들 역시 변화하기도 하였다. ‘강한 군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우리를 둘러싼 외부의 위협에 대해 얼마만큼의 능력을 지니는가에 따라 잣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혁과정에서 방향성이 모호할수록 재원은 재원대로 투입되지만, 결국 건설되는 것은 목표시점 기준으로는 ‘그저 그런 군대’가 만들어질 뿐이다.12
개혁의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를 뛰어넘는 목표의식이 설정되어야 한다. ‘강한군대’를 만드는 데 정부의 성향상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성이나 ‘특단’의 성격보다는 계승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과거의 유산을 이어받는다고 해도 ‘2.0’의 성격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당연히 지향할 수밖에 없는 위협인식과 목표의식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2.0’다운 접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방개혁 2.0』의 추진 단계에서 과거의 교훈과 반성, 그리고 유지해야 할 지혜를 함께 식별해야 해 나갈 필요가 있다.13
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방개혁 2.0』이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국민들에게 더욱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전 문제로, 현재의 국방개혁은 ‘강한 군대’와 ‘책임 국방’ 두 가지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강한’ 군대가 누구에게 어떻게 강한 군대인지, 그리고 ‘책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여전히 모호하다. 이러한 기본 인식상의 정교성을 위한 고민이 있어야 “어떻게 싸울 것인가”와 관련된 국방/군사전략 역시 제대로 정립될 수 있다.
셋째, 위협인식 역시 보다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국방개혁이 미래를 위해 한시도 늦추기 힘든 중요한 과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에 기반하지 않은 미래 비전은 공허할 뿐이다. 그리고, 이 ‘현재’는 단기적인 현상의 투영이 아니고 지속가능하고 검증된 것이 되어야 한다.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현존 위협은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미래 평화체제 하에서도 경계선(혹은 국경)을 마주한 국가급 행위자간의 군사관계에 대한 대비는 분명히 필요하다는 발상이 아니면 많은 분야에서 개혁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다.14 즉, 현존 위협을 제대로 막아내는 군이 미래에도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
넷째, 국방개혁에서는 주체와 객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미 국방개혁의 취지에서 강조되어 왔듯이 이것이 시대적 추세이며, 국가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방개혁과정에서 ‘군’ 역시 최대의 수혜자이며 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해 나가야 한다. 즉, “민간부분이 군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개혁이 아니라 “민과 군이 동시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국방”의 틀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민과 군의 관계뿐만 아니라 미래에 더욱 그 합동성을 강화해 나가야 할 육ㆍ해ㆍ공 3군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의미에서 대국민 소통이 차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과거 국방개혁 안이 발표되면 이에 맞추어 그에 대한 ‘홍보’ 계획이나 전문가 위원회의 구성 등이 당연한 귀결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전문가 위주에서 국민의 참여폭을 넓히는 것, 일방적인 소통에서 사소한 분야에서부터 양방향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이야말로 정말 새로운 국방개혁 계획을 ‘2.0’답게 만드는 일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국방개혁 2.0』의 주요 내용과 국방장관 발언 내용에 대해서는 『연합뉴스』, 2018년 7월 27일자 참조.
- 2. 이러한 방향은 1990년대의 군사혁신(RMA), 2000년대 이후의 국방변환(Defense Transformation) 등 여타 국가들의 국방개혁 추세와도 일치한다.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네트워크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 NCW), 효과기반작전(Effects-based Operations, EBO) 등 미래전의 개념들은 우리의 국방개혁 방향에도 지속적으로 투영될 것이다.
- 3. “‘평화·번영을 책임지는 강한군대, 책임국방’ 구현,” 『국방일보』, 2018년 8월 13일자.
- 4. “‘평화·번영을 책임지는 강한군대, 책임국방’ 구현,” 『국방일보』.
- 5. 위의 자료.
- 6. ‘워리어 플랫폼’에 대해서는 “칠흑 어둠 속에서도 백발백중,” 『국방일보』, 2018년 8월 13일자 참조.
- 7. “‘평화·번영을 책임지는 강한군대, 책임국방’ 구현,” 『국방일보』.
- 8. 이제 대해서는 『연합뉴스』, 2018년 8월 28일자 참조.
- 9. 백재옥 외,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 방향(2015/2016)』(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16), p. 81.
- 10. 2005년 당시 예측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1%가량이었는데, 이는 명목성장률에 GDP 디플레이터 2.3을 더한 수치였다.
- 11. “경제전문가 20명 “올해 성장률 2.9%→2.8% 하향” 전망,“ 『한겨레신문』, 2018년 8월 7일자.
- 12. 당초 국방개혁 목표연도가 2020년에서 2030년으로 변화된 것 역시 재원상의 한계도 있지만, 이 딜레마를 고려한 것이다.
- 13. 실질적으로, 국방개혁 특히 군사력 건설의 방향성 자체는 과거와 크게 바뀐 것 없다. 국방부 역시 과거와의 계승성을 강조한다. 문제는 표현이나 의식의 단면에서 특정 시기와의 단절이나 회귀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 14. 아니면, 미래의 평화시대에 대비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국의 국방력 자체를 대폭 삭감하고 외교력에 집중한다는 발상도 추진이 가능한데, 『국방개혁 2.0』의 내용은 그와는 분명히 결을 달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