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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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주제별 저자들의 발표 영상은 아산정책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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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근래의 세계질서 변화의 특성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떤 이들은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국제정치적 현상을 ‘新냉전(New Cold War)’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일대 변환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총체적 난국(Perfect Storm)이란 용어 역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2000년대 이후의 국제질서는 다양한 특성이 어우러져 나타나고 있으며, 그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시각에서 현대의 국제관계를 바라보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주요 국가(dominant power)들의 자국 이기주의와 일방주의의 강화, 국제기구의 형해화,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위기 등일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들을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설명하는 일은 현 상황의 평가와 미래 예측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그 방향과 속성을 쉽게 가늠하기가 힘든 국제질서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2015년부터 “아산국제정세전망” 보고서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를 설정해 왔습니다. 전략적 불신(2015), 뉴노멀(2016), 리셋(2017), 비자유주의 국제질서(2018), 한국의 선택(2019), 신지정학(2020), 혼돈의 시대(2021) 등이 지금까지 연구원이 다루었던 주제들입니다. 이 주제들은 서로 다른 키워드를 내세웠지만, 변화하는 국제질서의 모습과 그 함축성, 그리고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국가와 지역의 선택을 입체적인 시각에서 살펴보려는 고심을 담고 있습니다.

2022년의 주제로 선정된 ‘재건(rebuilding)’ 역시 이러한 고심을 담고 선택된 주제입니다. 지난 2년간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확산은 주요국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적 거리두기는 심화되었고, 미중 전략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감염병 관리라는 국내정치적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기후변화나 사이버 안보와 같은 세계 공통 이슈의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주요한 특징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기구 역시 무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가 2021년에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2022년은 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종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이제 세계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으며, ‘언택트’ 시대에서 언택트와 컨택트가 병행된 국제관계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국가들은 일상 복귀 시대에 맞추어 자신들이 주창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더 많은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를 외치며 출범한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국제질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고, 중국 역시 공산당 창당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시진핑 집권 3기를 준비하면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더욱 강하게 설파해 나갈 것입니다. 러시아 역시 일부 쟁점과 지역에 있어서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부심할 것입니다. 유럽은 미국과 가치와 체제 면에서 공감대를 가지면서도 미중 전략경쟁 내에서 유럽의 길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계속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별로 지역 강자들의 세력 확장 경쟁은 각 지역에서의 기회와 도전요인을 동시에 만들어낼 것입니다.

2022년의 세계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요? 2021년의 반복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을 예고할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확대된 경쟁 영역과 더욱 복잡해진 지정학 구도는 국제질서의 재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은 이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까요? 2022년의 전략과 정세는 다양한 의문을 야기합니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수많은 전략적 계산들이 서로 뒤얽히거나 충돌할 것이며, 이로 인해 다양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우려되는 유럽, 아프가니스탄의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중근동 정세의 불안정, 대만해협에서의 양안 간, 미중 간 갈등 증폭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지역은 북한의 핵개발이 지속되는 한반도일 것이며, 우리는 안보 현실과 전략환경의 심각성을 더욱 절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우리 연구원 차원의 해답을 구하기 위한 노력의 집약입니다. 이 보고서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국내외적 논의를 위한 값진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보고서 발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연구원 내부 및 외부의 저자 여러분과 실무자들의 노고와 열성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