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서문

2020년 국제정세는 민족주의의 귀환, 세계주의의 후퇴, 힘과 국가이익을 강조하는 지정학의 귀환, 국내정치에서 권위주의의 증가, 그리고 국내정치 이해관계가 국가 전략을 압도하는 외교라는 특징을 보일 것이다. 동북아 질서도 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동북아는 세계질서의 변화를 모두 끌어안은 축약판이라 할 수 있다. 세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변화하는 질서, 세력 재편의 변수에는 지리, 무기체계, 전략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지도자 변수를 중심으로 파악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세력 재편의 돌연 변수가 될 지도자 역할 변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본능, 충동에 충실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친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미국의 고립(America Alone)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일본과 연합하고, 중국과 무역 분쟁을 야기하여 길고 험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러시아와 협력을 추구했으나 ‘러시아 공모’ 조사로 러시아와 협력은 이제 어렵게 되었다. 북한 비핵화를 역설하고 있으나 구체성이 부족하고, 김정은과 정치적 거래로 공로를 인정받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 임기(2016~20) 중 김정은을 회유하고 어느 정도 핵 보유를 허용하는 대신 대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국내 권력 기반을 강화하며 미국에 대해 견제, 경쟁 그리고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제휴하고, 한미일 3자 동맹을 포함한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를 방지하려 한다. 시진핑은 경제력과 강한 미일 동맹을 가진 일본에는 경제적 이익을 노려 비교적 부드러운 벨벳장갑(velvet glove) 정책을 취한다. 한국에는 강한 태도를 취한다. 중국의 잦은 KADIZ 침입은 이런 정책의 예다. 중국은 북한 핵무장을 원하지 않으나 북한 비핵화에는 미온적이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소멸을 방지해 완충지대를 마련하려고 이를 통해 대미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 한다.

아베의 일본은 미국의 대변인(보조자)을 자처해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동맹 강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보 면에서 한국과 공조를 강조하지만, 한국이 중국과 북한에 편향적이라는 불만을 표현하는 양면적 정책을 추진한다. 북한 핵 위협을 이유로 일본의 ‘보통국가화(normal state)’를 추구하며 군비를 강화하고 무기를 현대화하고 있다. 일본은 핵잠수함, 장거리 미사일, 이지스함을 보강하고 있다. 핵무기 1,000개를 만들 수 있는 50톤의 플루토늄을 확보, 핵무기 생산도 사실상 준비된 상태다.

푸틴의 러시아는 혼란 속 어부지리를 취한다. 중국과 연합하여 미국을 견제하며 북한 정책에서는 중국을 따라 한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는 경제적 경쟁을 의식해 미온적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는 유엔 P5국가 중 하나로 존재감을 확인하려 한다. 러시아의 협상 참여 주장, 미국의 대북 위협과 군사훈련에 대한 비난과 동시에 북한을 회유하는 등 북한을 옹호, 대변하는 모습이다. 경제적으로는 한반도에서 가스 판매, 가스 파이프 건설, 북한 노동자 활용, 부동항 확보, 철로, 도로, 발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익을 확보하려 한다.

김정은의 북한은 2017년 핵무장 완성 선언 후 2018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2019년 다시 탄도탄 포함 여러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핵무장의 목표는 정권 유지다. 사담 후세인과 카다피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를 완화 혹은 철회시키고 미국과 협상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다. 장기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한미 군사훈련 중단으로 동맹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확장 억지 정책을 무력화해 군사·외교적으로 한국에 대한 우위를 점하려 한다.

북한의 도발, 협상 병행은 트럼프의 인내심과 의도를 확인하고 협상 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의도다. 또 한미일 사이 이견을 조성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라는 압박의 메시지도 보내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미국의 국력을 분산시켜 미중 경쟁을 중국에 유리하게 하고 일본 군비 증강의 명분을 제공한다. 한국과 일본에는 미국의 확장 억지에 대한 의구심을 심는다. 한미 사이 상호 신뢰관계를 약화시키고, 합동군사훈련, 한미 공조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 사고를 조성할 수 있다.

한국의 나아갈 방향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 중국과 우호국 관계를 유지하되, 등거리 외교가 아닌 균형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미국의 미사일 방어,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3불 입장은 균형외교에서 벗어난 결정이다. 남북한 관계, 북한 핵 문제에서는 평화와 비핵화를 동시 추구하는 압박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북한에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redline)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대북 경제제재 완화나 군사합의에 있어서 미국과 사전 긴밀한 협의는 필수적이다.

한국은 주변국에 모순되는 듯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북한과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 일본과 군사공조를 통해 강한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 압박을 유지하며 북한과의 대화, 교류도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는 미국의 압박 정책과 공조가 중요하다. 이것이 평화 유지의 효과적 방법이다. 미국의 핵우산 포함 전략 자산을 활용하며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 호주, 일본 등이 선도하는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한국이 추진하는 신남방정책,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와 어떻게 조화시키는가에 대한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준 연구원의 연구위원들, 외부 전문가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연구원 활동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고 연구 활동을 활발하게 이끌어 주신 최강 부원장, 전체적인 내용의 조율과 편집에 애쓴 이재현 박사와 유아름, 김민주, 홍상화 연구원, 자료 검색에 도움을 준 함건희 연구원, 편집과 출판을 맡은 송지은 전문원, 홍보를 맡은 박기정 차장 이하 홍보실, 그리고 늘 그렇듯 빠듯한 일정 속에 제작과 인쇄를 깔끔하게 해준 이지스홀딩스의 장재진 대표와 직원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