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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최근 흥행 중인 ‘안시성’ 상영관.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 게 아니라 저들(백성들)을 지키려면 싸워야 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회자 중인 주인공 양만춘 안시성주의 명대사다. 이런 마음이 이 나라를 오천 년 이어오게 한 힘일 것이다.

장면 둘. 지난 8월 강원도 양구의 2사단 신병교육대 수료식장. 애국가를 부르는 까까머리 훈련병들과 그 가족들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훈련 과정을 무사히 마친 아들의 늠름한 모습과 평소 잊고 지내던 나라에 대한 사랑과 혹시 모를 염려가 뒤섞인 아름다운 눈물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뭉쳐진 자랑스러운 국군의 단면이다.

장면 셋. 지난 27일 국방부. 올해 국군의 날 기념식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행진을 생략하는 대신 간소한 축하 공연 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군의 날마다 장병들이 고생했다는 친절한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국군의 날 우리 군인들이 몸만 편하기를 바랄까.

10월 1일 국군의 날. 사실 대한민국 정규군의 설립은 미군정 당시인 1946년 1월 15일 조선경찰예비대(남조선국방경비대) 창설로부터 비롯된다. 임시정부의 정규군인 대한광복군은 그 전인 1940년 9월 17일 창설됐다. 모두 우리 군의 뿌리이기에 소중한 날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10월 1일을 기념해 온 것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이 38선을 넘어선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침략으로 우리 군 13만7000여 명이 전사하고 3만 명 이상이 실종됐으며 45만여 명이 부상한 전쟁, 적대행위와는 무관한 우리 국민 6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학살당하고 행방불명된 그 전쟁에서, 어렵게 전세를 만회하고 북진(北進)의 힘찬 발걸음 뗀 그날의 의미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올해는 건군(建軍) 70주년, 행사 65주년이 되는 해로, 최근 5년마다 크게 기념 행사를 해왔는데 정부는 어쩐 일인지 조용히 넘기려 한다.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함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연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월 8일, 정규군 창건기념일 7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전시했다. 그런데 국군의 날을 광복군 설립일로 옮기자는 말도 나온다. 일제에 항거해 무장투쟁을 기도했던 광복군은 항일운동사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날은 광복군 설립의 의미를 기념하면 될 일이다. 국군의 위용을 과시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정한, 그것도 65년을 이어온 전통의 무게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기원전에 유럽을 제패한 로마군도 처음부터 강군은 아니었다. 로마의 성장기에는 지중해 해상권을 장악한 카르타고가 있었다. 한니발 장군으로 유명한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함으로써 그 번영이 시작됐다. 승전 요인은 단 하나. 로마는 시민권을 중심으로 한 ‘국군’이 목숨 걸고 싸웠고, 카르타고는 돈으로 산 ‘용병’이 싸웠다. 애국심과 명예로 뭉친 군대가, 그게 없는 군대를 상대로 적은 병력으로 타지에서 싸웠지만 대승했다. 그래서 ‘군은 사기와 명예를 먹고 산다’고 한다.

건군 70주년. 청춘을 나라에 바쳐 복무하는 젊은 병사들과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직업군인의 사기와 명예를 북돋아줄 멋진 행사가 아쉽다. 평화도 힘이 있어야 지킨다. 힘없는 평화는 타방의 배려에 의한 평화일 뿐, 그 배려가 끝나는 순간 허무하게 사라질 가짜 평화다. 강군 건설과 사기 진작이 늘 필요한 이유다.

 

* 본 글은 9월 28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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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연구부문

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