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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에 文정부 ‘내재적 분석’ 
벼랑 끝 전술 거드는 위험 자초 
성과 있는 대화 여건 만들어야

축소된 연합훈련 정상화하고 
느슨해진 국제 제재 강화 필요
다시 北에 핵·경제 택일 압박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위중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외교적 비난과 위협적 수사에 집중하던 북한이 5월 들어 기습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경제적 어려움에도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계속 보유·증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대내적인 결속을 위해 북한은 점차 도발 수위를 높여 갈 것이다.

대화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서 북한의 도발을 초래한 면도 있다. 지난 4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첨단 발사체”라는 용어를 써가며 애써 큰일이 아니란 입장을 보였다. 이어진 9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자위적 군사훈련을 위한 미사일 발사로 판단한다고 국가정보원은 국회에 보고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발표 등도 미사일 발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런 분석은 북한의 공식 입장과 거의 같다. 아마 국정원은 왜 북한이 도발했는지 분석했기 때문에 이 같은 ‘내재적 해석’을 제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정원의 해석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해석과는 달리 대부분의 국내외 안보 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은 현 대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로 보고 있다. 즉,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저강도 군사 도발로 긴장을 조성하면서 북한이 바라는 바를 수용하지 않으면 더 큰 도발로 갈 것임을 예고하는 행동이란 것이다. 이미 북한은 대화가 아닌 대결을 택했다. 대화를 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화를 하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화 만능주의와 평화 이상론으로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대화를 강조할수록 우리 스스로 대화의 인질이 되고 북한에 악용당할 것이다. 의미 있는 대화, 성과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우선 이를 위한 여건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결기와 힘이 있어야 한다. 2018년 남북 간 및 미·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도, 2017년에 지속되던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했던 한국과 미국의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거듭되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그리고 한국의 군사 능력과 의지의 과시가 북한에는 매우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도 대화로의 국면 전환에 효과를 발휘했다.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진행하고 비핵화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힘에 기초한 접근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복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추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축소된 연합훈련을 이전 상태로 정상화하고 군사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의 자체 대응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 위협 대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을 복원하고 격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더는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도발하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다. 또한,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변하거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작다. 반대로, 동맹·우방들과 협력해 그간 약해진 대북 제재의 국제 협력 연대를 복원해 물샐틈없는 제재 이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도 더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위조지폐, 사이버 테러와 가상화폐, 마약 거래 등과 같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평화와 안정과 번영은 힘이 있어야 만들고 지킬 수 있다. 이상과 희망만으론 안 된다. 확인할 수 없고 언제 변할지도 모르는 상대방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이나 사관학교 졸업식과 같은 계기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의미 없는 대화에 목매지 말고 사즉생(死卽生)의 결기와 행동을 통해 평화를 만드는 데 전심전력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본인의 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북한에 확실히 각인시켜 더 이상의 도발을 막고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변화시켜 비핵화의 진전을 확보해 평화와 협력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 본 글은 5월 14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