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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가

ㅇ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국가안보전략 문서는 국가안보 분야의 특성상 미국의 속내를 그대로 다 들어내 보일 수는 없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국가이익과 정책의 대체적인 방향성 및 우선순위 등을 파악하는 데 의미 있는 문건

ㅇ대외관계에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세계관과 미국 주도로 지역 헤게모니의 등장을 방지하고 세계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미국의 전통적 세계관이 절충된 문건
– 안보전략보고에 대한 평가가 세계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지도적 역할을 포기했다는 견해와 기존의 미국 외교정책 노선을 버리지 않았다는 의견으로 양분되는 것은 상반된 세계관이 병존하는 데 기인

ㅇ과도한 대외개입이나 다자규범에 묶여서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철저하게 국익 위주의 대외정책을 추구하겠다는 트럼프의 입장이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적인 대외전략과 팽창주의에 직면하여 양국과의 관계를 ‘경쟁’(competition) 관계로 설정하고 기존의 전통적인 현실주의 외교노선으로 일정부분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평가

ㅇ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전략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미래의 기회를 잡으려면 먼저 과거의 실패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과거 행정부의 정책을 아래와 같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1이러한 인식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게 된 배경으로 작용
– 수천 개의 공장과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타국에 내주는 재앙적인 무역협정 체결
– 해외의 나라 세우기에 힘쓰면서 정작 미국을 일으켜 세우는 데는 실패
– 미국의 부유한 동맹국이 적절한 방위비를 분담하도록 요구하는 데 실패
– 북한의 핵위협을 무시하고 이란과 엄청나게 나쁜 합의를 체결 등

ㅇ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원칙적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로서 국가안보전략의 서론과 결론을 장식
– 원칙적 현실주의는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남아시아 전략을 발표하면서 처음 소개한 이래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과 2017년 11월 다낭 APEC 연설에도 등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철학을 대변하는 핵심 용어
– 이에 의거한 트럼프 행정부 대외정책의 기본 요소는 다음과 같음: ①민주주의 전파를 위한 무력 사용 근절, ②미국식 사고에 따라 타국을 재건설하지 않음, ③공동이익 수호를 위한 동맹과의 협력, ④타국에 대해 행동양식을 바꾸라는 요구 중단, ⑤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동목표 추구
–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국가안보전략이 원칙적 현실주의에 기반하고 핵심국익에 의해 이끌어지며 영원한 가치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하겠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삶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 기본적으로 공공의 선을 위해 미국이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지 않겠으며 공정하고 호혜적인 거래와 협력을 통해 공동발전을 도모하자는 트럼프식 거래의 철학을 담고 있음

ㅇ서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원칙적 현실주의 전략이라며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
– ①이념이 아닌 결과를 중시, ②평화·안보·번영은 자국민을 존중하고 대외적으로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강한 주권국가들에 의존, ③미국의 힘은 세계의 선을 뒷받침

ㅇ결론에서는 국가안보전략이 원칙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
– 국제정치에서 힘의 중심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주권국가들이 세계평화의 최대 희망임을 확인하며, 미국의 국익을 분명히 정의한다는 점에서 현실적
– 미국이 추구하는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곧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다는 인식에 토대를 두었다는 점에서 원칙적

ㅇ미국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경쟁적인 국제정세에 직면했다는 인식 하, ‘4+1“(중국·러시아·북한·이란 + 테러조직)의 도전을 당면한 위협으로 제시
– 중국·러시아: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훼손하면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 및 이익에 도전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를 막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정보를 통제하여 사회 억압과 영향력 팽창을 시도하는 현상변경국가(revisionist powers)
– 북한·이란: 지역의 불안정을 야기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며 자국민을 억압하는 불량국가(rogue states)
– 초국가 테러조직: 지속적으로 미국에 위해를 가하려고 시도하는 테러집단

ㅇ국가안보전략은 상기 5개 도전요인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미국과 경쟁하면서 지역적 힘의 균형을 바꾸기 위해 기술과 정보를 사용해서 경쟁을 가속화하는 경쟁자(rival actor)로 규정
– 아울러 선전수단을 동원해서 민주주의를 폄하하고 반서구적 관점을 옹호하면서 미국 국민, 동맹국 및 파트너를 이간시키기 위해 거짓정보를 확산한다고 주장

ㅇ작금의 도전적 상황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대외정책 수립의 토대로 삼은 가정, 즉 협력과 국제사회에의 편입을 통해 경쟁자들을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틀렸음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
– 경쟁국들은 자체 개혁은 하지 않고 주요 경제기구를 왜곡하거나 약화시켰으며 자유무역을 악용하면서 합의 이행을 취사선택한다고 주장
–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honeymoon’ 기간이 끝났고, 이 기간 중 중국을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대우하며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로 편입시키려던 시도가 실패했음을 자인

ㅇ다만 경쟁이 곧 적대감을 뜻하거나 분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이 성공적으로 경쟁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을 막는 최선의 방책임을 강조
– 미국의 나약함이 도전을 불러오며 미국의 힘과 자신감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입장
– 미국은 힘의 우위를 토대로 경쟁자들과 협력을 추구하고, 특히 외교를 통해 대화를 유지하면서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밝힘

 

2. 정책적 함의

ㅇ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를 만들려는 경쟁자로 규정함과 동시에 가능한 분야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경쟁 기조下 사안별 협력을 추구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예고
–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을 대체하고 국가주도 경제모델을 확산하며 자국에 우호적인 지역질서 구축을 도모하는 것으로 평가
– 러시아는 강대국 위상을 회복하고 주변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것으로 평가
– 특히 양국이 정보를 무기화하여 자유세계의 기반인 가치와 제도를 공격하고 자신들에 대한 외부의 정보 유입은 막으려 한다며 경계

ㅇ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여 미국을 정치적, 종교적 독재체제에 대한 건설적인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군사안보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중·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
– 미국은 시장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공동의 정치·안보적 이익을 위해 경제협력을 도모한다면서 미국이 개발도상국을 더 어렵게 만든 국가주도 투자에 대한 대안임을 부각
– 미국은 상대국의 문화를 따르면서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 사유경제활동 및 법치를 따르는 개발모델을 추구한다고 강조

ㅇ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질서와 억압질서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진행중이라는 인식下, 중국의 다차원적 공세와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대응을 두 축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
– 양자 및 다자 협력을 강화하면서 특히 일본, 호주, 인도와의 4자 협력을 가속화해나갈 것으로 예상
– 한반도 관련, 다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 ①한반도 CVID, ②동북아에서 비확산규범 유지, ③북한 도발에 압도적 힘으로 대처 및 한반도 비핵화 강제 추진, ④한·일과의 미사일방어 협력을 통한 지역방어능력 확충
– 트럼프가 국가안보전략 기자회견에서 사상 최대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밝힌 바, 북한 정권을 옥죄기 위한 대북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

ㅇ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중요한 경쟁국으로 인정한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유지되어 왔던 미국 중심의 일극질서가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 바, 미·중·러 3국의 경쟁이 강화되는 한반도가 북핵문제를 고리로 그 핵심에 자리할 것으로 전망
–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문제에서 북한과 미국 兩非論을 제기하고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북한을 이용하여 對美 대리전을 진행중에 있는 것으로 판단

ㅇ3국 경쟁은 중·러의 급격한 변화가 없는 한 장기간 지속될 국제질서인 바, 이에 상응하는 우리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 수립이 긴요
– 3국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한국의 역할과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바, 우리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정책대안의 적극적 발굴 필요

* 본 글은 1월 26일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주최 제1차 KIMA Forum’에서 발표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 1.Remarks by President Trump on the Administration’s National Security Strategy, The White House, December 18, 2017, https://www.whitehouse.gov/)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